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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카메라가 자꾸 되돌아오는 정수장 섬
이곳이 평범한 공원이 아님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것은 보행교다. 자동차는 등 뒤로 멀어지고, 한강이 양옆으로 열리며, 선유교의 하얀 아치가 당신을 섬에 내려놓을 즈음이면 당신은 이곳이 허락하는 단 하나의 속도로 걷고 있다. 저 앞 어딘가에서, 짐작보다 훨씬 자주, 누군가 반사판을 들고 서 있다.
도착은 다리가 대신한다
선유도는 영등포와 합정 쪽 사이, 강 한가운데에 떠 있다. 도심과 가까워 맑은 오후에는 하류로 63빌딩이 반짝인다. 이 섬에는 차를 몰고 들어갈 수 없다.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2번 출구에서 강가까지는 걸어서 십 분에서 십오 분, 마지막 구간은 보행 아치 그 자체다. 차선은 없고, 조깅하는 이들의 발소리와 촬영팀이 장비 케이스를 끌고 가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뿐이다.
차 없는 이 진입로가, 이 섬이 화면 속에서 그렇게 읽히는 이유의 절반이다. 다리를 건너는 길 자체가 하나의 설정 숏이 된다. 뒤로는 스카이라인, 아래로는 강물, 그리고 프레임을 가로막는 것 하나 없이 렌즈를 향해 걸어오는 피사체. 뮤직비디오 팀은 블루 아워의 이 다리를 선호한다. 아치 조명이 켜지고 강물이 젖은 슬레이트 빛으로 물드는 시간이다.
선유도는 자동차가 들어오지 않는 섬이라, 걷는 속도로만 열린다.
정수장이 남긴 것
2000년까지 이곳은 선유정수장이었고, 2002년 문을 연 공원은 그 골격을 걷어내는 대신 그대로 남겼다. 옛 침전지는 이제 수생식물원이 되어, 걸러진 물 대신 연꽃과 갈대를 품은 직사각형 콘크리트 수조로 남았다. 곧게 뻗은 벽에는 지난 쓰임이 남긴 물때의 선이 여전히 얼룩져 있다. 한때 엔지니어가 걷던 통로 위를 당신이 걷는다.
이곳의 백미는 녹색기둥의 정원이다. 철거된 수조에서 뜯어낸 회색 콘크리트 기둥들이 줄지어 선 채, 담쟁이덩굴에 그대로 내맡겨져 있다. 8월이면 덩굴이 기둥을 뒤덮고, 2월이면 헐벗은 채 거칠게 서 있다. 가까이에는 시간의 정원이 또 다른 재생 수로를 따라 허브와 고사리를 이어간다. 이곳의 무엇도 정수장이 없었던 척하지 않는다. 로케이션 스카우트가 사려는 것이 바로 그 정직함이다.
촬영팀이 이곳에 자꾸 삼각대를 펼치는 이유
촬영 허가는 공원 관리사무소를 통해 이뤄지고, 평일 아침이면 그 결과를 볼 수 있다. 기둥 사이에 웅크린 촬영감독, 옷단을 매만지는 스타일리스트, 벤치에서 렌즈 케이스를 지키는 막내. 이곳의 매력은 흉내 내기 어려운 특정한 조합이다.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산업의 폐허와 살아 있는 초록, 그리고 서쪽에서 공짜로 비쳐 드는 강의 역광.
엉뚱한 시간에 찍으면 밋밋한 콘크리트만 남는다. 해가 지기 전 마지막 아흔 분에 찍으면, 기둥들은 통로를 따라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수생 수조는 하늘을 비춘다. 삼각대가 나오는 것은 바로 그때다. 영상이 아니라 사진을 찍으러 왔더라도 규칙은 같다. 이 섬은 노을을 마주 보고 서 있고, 빛이 대부분의 일을 해낸다.
상처를 감추는 곳보다, 상처를 간직한 곳이 더 잘 찍힌다.
온실, 그리고 조용한 방들
기둥들에서 조금 물러난 자리에 낮은 유리 건물, 온실이 있다. 겨울이면 따뜻하고 물기가 맺히는 이곳은, 야외 정원이 헐벗은 계절에 들러볼 만하다. 옛 제1여과지 건물에는 지금 작은 전시 「선유도 이야기」가 들어서 있어, 정수장이 무슨 일을 했고 공원이 그것을 어떻게 되돌렸는지를 풀어낸다. 수조들을 거닌 뒤가 아니라, 그 전에 보아두면 좋다.
섬 한가운데 즈음에는 옛 건물을 고쳐 쓴 아담한 카페가 있다. 풀코스 메뉴가 아니라 드립 커피와 몇 가지 페이스트리를 내는 곳이다. 따뜻한 음료를 위해 현금이나 카드를 챙기되, 편의점은 기대하지 말자. 가장 가까운 편의점은 다리 건너 뭍에 있으니, 콘크리트가 저녁까지 열기를 머금는 여름에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물병을 채워두는 편이 좋다.
가는 길, 그리고 언제
9호선을 타고 선유도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합정역(2호선·6호선)도 되지만, 아치까지 강변을 따라 더 오래 걸어야 한다. 공원 입장은 무료이고, 개방 시간은 대략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다. 처음 온 이들이 걸려 넘어지는 함정은 실내 쪽이다. 온실과 전시관은 월요일에 문을 닫으니, 월요일에 오면 기둥과 수조는 볼 수 있어도 유리 온실은 잠겨 있다. 예산은 편도 기본요금 1,400원이면 충분하고, 커피를 사지 않는 한 그 이상은 들지 않는다.
늦은 오후에 찾아와, 다리를 건너는 그 길을 서둘러 해치울 일이 아니라 여정의 일부로 삼자. 한 가지 피해야 할 실수는, 그늘을 기대하며 7월의 한낮에 도착하는 것이다. 트인 수조들 사이에는 그늘이 거의 없고, 섬은 뜨겁게 달아오른다. 대신 해 지기 직전의 한 시간을 노리자. 촬영팀이 나오고, 강물은 금속빛으로 물들며, 녹색 기둥들이 마침내 — 그것들이 남겨진 이유였던 — 그 그림자를 드리우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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