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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으로 읽는 충칭: 절벽 골목에서 양쯔강까지, 반나절의 하강
충칭은 블록으로 구획된 도시가 아니다. 계단 한 층씩으로 놓인 도시다. 지도가 두 주소 사이에 그어놓은 평평한 선 뒤에는 백 개쯤 되는 내리막 계단과 터널, 그리고 달리 내려갈 길이 없어 누군가 아파트 건물 안에 들여놓은 엘리베이터가 숨어 있곤 한다. 이 도시를 제대로 걷는다는 것은 거리를 포기하고 대신 계단을 세는 일이다.
절벽에서 시작해 물가에서 끝난다
출발점은 산청샹(山城巷, 산성 골목)이다. 위중(渝中)반도 남쪽 절벽을 깎아 낸 계단 골목으로, 그 아래에는 양쯔강이 잿빛으로 넓게 누워 있다. 골목은 곧게 떨어지지 않고 지그재그로 꺾이며 내려가서, 강은 걸어 내려가는 내내 담과 담 사이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2021년 보행자 구역으로 복원돼 다시 문을 열었고, 그래서 지금은 커피집과 도자기 가게가 장을 봐 오르막을 오르는 주민들과 같은 계단을 나눠 쓴다. 두 쓰임새는 생각보다 잘 공존한다.
계단이 지나치는 것들
내려가는 길 중턱에는 런아이탕(仁爱堂)의 벽돌 아치가 서 있다. 프랑스 가톨릭 병원이었던 건물은 껍데기만 남았고, 위쪽 벽돌 켜에서는 고사리가 자란다. 그 아래로는 댜오자오러우(吊脚楼)라 불리는 기둥집들이 나무 다리로 비탈을 버티고 서 있고, 그 사이에는 어깨 높이로 빨래가 걸려 있다. 이곳의 무엇도 전망을 위해 배치된 것이 아니다. 전망은 이렇게 가파른 경사 위에 도시를 지었을 때 그저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다.
충칭에서 두 주소를 잇는 최단 경로는 대개 수직이다.
더위 속에서 걷기
내려가는 데 한 시간이 아니라 세 시간을 잡아라. 계단은 높이가 제각각이고 머리 위 에어컨에서 떨어지는 물로 자주 젖어 있으며, 돌아 올라오는 길이야말로 점심을 앉아서 먹게 될지를 결정하는 구간이다. 이곳의 여름은 한낮이면 40°C를 넘어가니, 여덟 시 전에 출발해 강변도로에서 걸음을 마치는 편이 좋다. 그곳에서 창장 삭도(长江索道) 케이블카가 5분 남짓 만에 난안구로 건너간다. 열 시가 지나면 줄이 길어진다. 타고 가는 시간은 짧고, 방금 걸어 내려온 도시가 창밖에서 다시 한 덩어리로 맞춰진다.
충칭에서는 길을 킬로미터로 재지 않는다. 계단으로 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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