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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시노미야(鷲宮), 애니메이션 성지순례가 조용히 시작된 사이타마의 신사
와시노미야 신사(鷲宮神社)의 도리이는 낮고 느긋한 참배로(参道) 끝에 서 있다. 기록이 짚어낼 수 있는 것보다 더 오래전부터 이 근처 어딘가에 서 있어 왔다. 이 신사는 간토(関東) 평야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로 전해진다. 십수 년 전, 이곳은 2007년작 애니메이션 《러키☆스타(らき☆すた, 라키 스타)》의 도입부 몇 초 안에서 두 번째 주소를 얻었고, 현대 애니메이션 성지순례 지도 위에 찍힌 첫 번째 핀이 되었다.
역에서 걸어 들어가는 길
와시노미야역(鷲宮駅)은 도부 이세사키선(東武伊勢崎線) 위에 있다. 도쿄 쪽 구간은 도부 스카이트리선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아사쿠사(浅草)에서 준급행으로 한 시간이 채 안 걸리고, 요금은 700엔 남짓이다. 대부분은 구키(久喜)나 기타센주(北千住)에서 한 번 갈아타고, 진작 내다봐야 할 승강장 안내판을 한참 전부터 더는 읽지 않게 된다. 서쪽 출구를 나서면 한적한 길을 건너 코인 세탁소와 셔터 내린 이발소를 지나고, 이윽고 참배로가 앞으로 열린다 — 널찍한 자갈길, 반쯤 불 밝힌 상점들의 줄, 텅 빈 거리를 향해 낮게 웅웅대는 자판기. 애니메이터들은 각을 부드럽게 다듬고 하늘의 파랑을 한층 끌어올렸지만, 뼈대는 정확히 이곳에 있고, 그림과 보도(歩道) 사이의 그 작은 틈이야말로 사람들이 이 여정을 떠나는 이유의 대부분이다.
화면에 담기기 전, 이 신사가 어떤 곳이었는가
와시노미야 신사는 간토 지방 오토리(大鳥) 신사와 와시(鷲) 신사의 총본산으로, 아메노호히(天穂日命)와 다케미카즈치(武甕槌命) 등을 모신다. 경내는 오래된 삼나무와 차가운 공기로 채워져 있고, 긴 참배길은 별다른 격식 없이 본전 앞으로 이어진다. 해마다 정해진 날이면 신사는 와시노미야 사이바라 가구라(催馬楽神楽)를 올린다. 중요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이 가면 의례무는 높이 세운 열린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그 아래 자갈밭에는 자그마한 관중이 선다. 이 가운데 무엇도 애니메이션과 함께 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애니메이션이 이곳을 고른 이유다. 대부분의 열차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지나치는 마을에 있는, 평범하게 살아 있는 신사.
에마 걸이는 방명록처럼 읽힌다
본전 가까이에 걸린 에마(絵馬) 걸이는 시골 신사에 어울릴 법한 무게보다 훨씬 묵직하게 늘어져 있다. 에마란 몇백 엔짜리 나무 봉납판으로, 참배객이 소원을 적어 두고 가는 것이다. 이곳의 상당수는 가장자리까지 캐릭터로 빼곡히 그려져 있고 날짜와 서명까지 곁들여져 있는데, 팬들은 이를 이타에마(痛絵馬)라 부른다. 어떤 것은 여느 신사와 다름없는 평범한 무게를 지닌다 — 시험 결과, 편찮으신 부모, 무사한 여행. 다른 것들은 그저 한 작품이 존재해 주어 고맙다고 말한다. 이 둘은 아무런 변명 없이 나란히 걸려 있고, 작품 속 쌍둥이 히이라기 가가미(柊かがみ)와 츠카사(つかさ)는 볼펜 자국으로 몇 번이고 되돌아온다. 극 중에서 그들의 아버지가 바로 이 신사를 지키기 때문이다.
에마의 물결 속에, 신을 향한 소원과 좋아하는 캐릭터에게 건네는 말이 나란히 걸려 있다.
한 마을이 목적지가 되기로 승낙하기까지
와시노미야가 남다른 건, 마을이 그러자고 했다는 점이다. 2007년 지역 상공회는 캐릭터를 센베이(煎餅, 쌀과자)와 지역 사케 병에 찍기 시작했고, 신사는 팬이 그린 에마를 여느 봉납판과 다름없이 받아들였다. 나머지는 하쓰모데(初詣), 곧 한 해의 첫 참배 집계가 말해 준다. 2007년 초 13만 명 안팎에서 이듬해 1월에는 30만 명가량으로, 몇 해 안에 47만 명을 넘어섰다 — 사만 몇천 명이 사는 마을에서, 사이타마 전체에서 손꼽히는 규모다. 가을이면 하지사이(土師祭) 때마다 팬들이 만든 미코시(神輿)가 주민들의 어깨에 실려 거리를 누볐다. 이것이 바로 성지순례(聖地巡礼), 곧 성스러운 장소를 찾아가는 순례의 조용한 작동 방식이다 — 누구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은 채로.
화면과 보도는 그저 하나의 주소를 나눠 쓰는 법을 익혔을 뿐이다.
가는 길, 그리고 언제 갈 것인가
평범한 평일에 찾아오면, 대개는 언제나 여기 있던 것들을 만난다. 본전 앞에서 절하는 노부부, 참배길을 쓰는 신관, 젖은 삼나무 냄새. 경내는 해가 떠 있는 동안 열려 있고 들어가는 데 돈은 들지 않는다. 참배로의 상점들은 저마다의 영업시간을 지키는데 다섯 시면 문을 닫는 곳이 여럿이라, 늦은 오후보다 이른 오후가 이곳에 더 어울린다. 신중히 저울질할 시기는 딱 하나, 새해다 — 1월의 첫 사흘은 하쓰모데 인파가 절정에 이르고, 역에서 걸어오는 길은 느릿한 행렬이 된다. 현금을 챙겨 가라. 피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실수는 이곳을 테마파크처럼 여기는 것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여전히 기도를 올리는 장소이고, 그려진 쪽은 여기서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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