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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세권: 한국인이 겨울 간식 노점으로 동네를 가늠하는 이유
3번 출구 앞 노점에는 간판이 없다. 안쪽에 김이 뿌옇게 서린 투명 비닐 천막과 무쇠 틀 한 줄이 전부다. 누빔 토시를 낀 주인이 갈고리 막대로 틀을 하나씩 뒤집을 때마다 딸깍 소리가 난다. 중학생 셋이 휴대폰을 든 채 기다린다. 패딩 차림의 남자는 접은 지폐를 두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아무 말이 없다. 맨 앞에 닿기도 전에 주문은 이미 통해 있다. 한 판이 다 구워지면 주인은 물고기 모양 빵을 철망 위로 쏟아 놓고, 줄은 한 걸음 앞으로 움직인다.
물고기 모양 빵 가까이 산다는 말
이 빵의 이름은 붕어빵이다. 묽은 밀가루 반죽을 붕어 모양 틀에 붓고 달콤한 소를 한 숟가락 올린 뒤 틀을 닫아, 비늘이 바삭해질 때까지 가스 불 위에서 뒤집어 가며 굽는다. 많은 노점에서는 그 옆에 잉어빵이 나란히 놓인다. 더 큰 물고기인 잉어에서 이름을 따온 브랜드 사촌으로, 껍질이 더 얇고 소가 지느러미 끝까지 꽉 차 있다. 같은 반죽으로 국화꽃 모양의 작고 둥근 국화빵을 굽는 노점도 있다.
한국에는 이 노점들이 지닌 끌림을 가리키는 농담 같은 단어가 있다. 부동산 매물 광고는 지하철역까지 걸어갈 수 있는 집을 ‘역세권’이라고 내세운다. ‘붕세권’은 이 접미사를 빌려 와 붕어빵 노점이 가까운 집을 뜻한다.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짜 푸념이다. 노점은 계절을 타고 자리를 옮기기 때문에, 지난겨울 노점이 있던 모퉁이에 올해도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흔히 하는 말처럼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한국인들은 이름만 그럴듯하고 실속은 없는 것이면 무엇에든 이 말을 갖다 붙인다. 빵 자체로 보면 그냥 사실이다. 반죽에는 물고기에서 온 재료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으니까.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팥이냐 슈크림이냐, 그리고 꼬리부터냐는 질문
가장 오래된 소는 팥이다. 설탕을 넣고 검붉은 빛이 돌며 알갱이가 살짝 씹힐 때까지 졸인다. 슈크림은 나중에 들어왔다. 프랑스어 chou à la crème이 일본어를 거쳐 건너온 이름인데, 이 슈크림이 나라를 두 진영으로 갈라놓았고 진영마다 줄임말까지 생겼다. 팥이면 팥붕, 슈크림이면 슈붕. 온라인에서는 이 논쟁이 짐짓 진지하게 벌어진다. 노점 앞에서는 손가락 하나로 정리된다. 많은 상인이 두 가지 소를 틀의 다른 줄에 나눠 굽고, 부탁하면 한 봉지에 섞어 담아 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 논쟁은 어디서부터 먹느냐다. 머리부터 베어 무는 사람이 있고 꼬리부터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꼬리파는 꼬리가 온통 껍질이라 가장 빨리 식으니 첫입으로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요즘 노점들은 고구마나 치즈, 옥수수와 소스를 넣은 피자맛 소를 시도하기도 하는데, 대개 천막에 테이프로 붙인 종이 띠에 적혀 있다. 이런 메뉴는 생겼다 사라지지만 팥 줄은 늘 그 자리를 지킨다.
어묵 냄비, 그리고 꼬치 세기
겨울 노점 상당수는 옆에서 장사를 하나 더 한다. 길쭉한 철제 쟁반에 나무 꼬치에 접어 꿴 어묵을 국물에 푹 담가 두는 것이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은 아직도 오뎅이라고 부르고, 손글씨 메뉴판에도 두 단어가 함께 보인다. 국물은 마른 멸치와 다시마, 큼직하게 썬 무로 우려내는데, 많은 손님에게는 이 국물이 진짜 목적이다. 꼬치 하나를 집어 들고, 냄비 가장자리에 걸린 국자로 종이컵에 국물을 채운다. 국물은 꼬치에 딸려 오는 것이지, 따로 주문하는 메뉴가 아니다.
여행자들이 흔히 헷갈리는 건 계산 방식이다. 많은 노점에서는 먼저 먹고 나중에 계산하는데, 상인은 손에 쥔 빈 꼬치나 냄비 옆 컵에 모인 꼬치 개수를 세어 값을 매긴다. 계산을 마칠 때까지 꼬치를 버리지 말 것. 따로 마련한 칸에서 빨간 고추 국물에 졸인 매운 어묵을 파는 노점도 있다. 부산은 어묵을 도시의 대표 상품으로 여기고, 베이커리처럼 꾸민 부산의 어묵 가게들은 채소나 치즈를 넣은 어묵을 판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이 어묵을 처음 만나는 건, 서울의 어느 노점 옆에서 모르는 사람과 나란히 서서 마시는 국물 한 컵이다.
호떡, 남대문의 줄에서 부산의 씨앗호떡까지
호떡은 노점 간식 가운데 지역색이 가장 풍부하다. 기본형은 발효 반죽에 흑설탕과 계피, 부순 견과류를 넣고 기름 두른 철판에 납작하게 눌러 굽는 둥근 떡으로, 굽는 동안 속이 녹아 시럽이 된다. 서울 남대문시장은 4호선 회현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닿는데, 이곳에서 눈여겨볼 줄은 야채호떡 줄이다. 기름에 튀겨 낸 짭짤한 호떡으로, 당면과 잘게 썬 채소로 속을 채워 종이 봉투에 끼워 건넨다.
부산식은 씨앗호떡이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 근처, 남포동 BIFF광장 일대의 노점에서 판다. 상인은 호떡을 기름에 구운 뒤 가위로 갈라 그 속에 해바라기씨와 호박씨를 채우고, 씨앗은 시럽을 머금는다. 다른 겨울 노점에서는 달걀 한 알을 통째로 깨 올려 구운 작은 직사각형 단빵인 계란빵, 드럼통 모양 화덕에서 구워 종이봉투에 담아 파는 군고구마도 판다. 군밤을 곁들여 파는 곳도 있다.
노점은 실제로 어디에 서 있나
명동에는 저녁마다 길거리 음식 노점이 줄지어 서고, 한 번쯤 볼 만하지만 성격이 다르다. 관광객 인파를 위해 꾸려진 곳이라 늦게까지 열고 메뉴도 다양하다. 한국인들이 찾아다니는 노점은 더 작고 수수하다. 지하철 출구 앞,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아파트 단지 정문 밖, 수업이 끝날 무렵 초등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모퉁이에 선다. 6호선 망원역 근처의 망원시장이나, 경복궁에서 서쪽으로 몇 블록 떨어진 통인시장처럼 동네 시장 언저리에서도 만날 수 있다.
노점은 자리를 옮기고 영업시간도 상인이 정하다 보니, 노점 찾기는 여럿이 함께하는 작은 취미가 되었다. 사람들은 지도 앱에 목격 지점을 핀으로 찍고, 동네 커뮤니티 게시판에 사진을 올리고, 주소 대신 랜드마크로 노점을 설명한다. 약국 옆 그 집, 프랜차이즈 빵집 앞 그 집. 실용적인 교훈은 하나다. 사람들이 놀러 나가는 곳이 아니라 집으로 걸어가는 길을 살필 것. 하루 일과가 끝날 무렵 천막 친 노점 앞에 늘어선 퇴근길 사람들의 짧은 줄이, 어떤 순위 목록보다 많은 것을 알려 준다.
계절, 현금, 그리고 첫입
노점은 달력이 아니라 추위를 따른다. 늦가을 외투를 꺼낼 무렵 나타났다가 봄기운이 돌면 하나둘 줄어든다. 영업시간은 상인 마음이다. 늦은 오후부터 저녁까지가 흔하고, 매섭게 춥거나 비가 오는 날 일찍 접는 것도 흔한 일이다. 남대문의 노점은 휴무일을 포함해 시장 자체 일정을 따르니, 오전 일정을 노점에 맞춰 짜기 전에 시장 측이나 Visit Seoul, VisitKorea 관광 사이트에서 최신 운영 시간을 확인하자. 남포동은 부산시 관광 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가격은 골판지에 적혀 있고, 작은 지폐 한 장에 몇 개씩 한 줌 단위로 판다. 가격은 밀가루와 팥 값에 따라 오르내리니, 온라인에서 본 숫자보다 눈앞의 안내판을 믿자. 소액권과 동전을 챙길 것. 계좌이체용 계좌번호를 적어 둔 노점도 있지만, 한국 은행 계좌가 있어야 쓸모가 있다. 카드를 받는 곳도 있으나 달가워하지 않는 곳이 많으니, 줄 맨 앞에 서서야 확인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5만 원권 한 장이면 상인이 가진 거스름돈을 몽땅 털어 갈 수도 있다.
거의 모두가 첫입에서 한 번은 같은 실수를 한다. 틀에서 막 나온 붕어빵과 철판에서 막 내린 호떡은 껍질만 보고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뜨거운 설탕을 품고 있고, 호떡 시럽은 흘러내린다. 꼬리부터 먹고, 호떡은 종이컵에 세워 든 채 찬 공기에 1분쯤 식히자. 그리고 쓰레기통이 보일 때까지 종이봉투는 챙겨 들고 다니자. 노점에는 쓰레기통이 거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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