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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케이션 헌터들이 자꾸 되돌아오는 마포의 봉인된 석유 탱크
매봉산(매봉산)이 도심으로 내려앉는 월드컵경기장 뒤편, 바위를 파고들어 앉은 여섯 개의 석유 탱크가 있다. 삼십 년 동안 이곳은 서울의 비상 석유를 품고 있었고 누구도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지금은 촬영팀이 시간 단위로 이곳을 예약하고, 자갈길 위에는 웬만한 공원이 일 년 내내 보는 것보다 많은 삼각대가 늘어선다.
이 탱크들의 정체
이곳은 석유비축기지를 개조한 문화비축기지(문화비축기지)다. 1차 오일쇼크가 서울을 흔든 뒤 1976년부터 1978년 사이에 지어졌고, 관광 지도에는 결코 등장하지 않는 1급 보안 시설로 봉인되어 있었다. 원래 다섯 개의 탱크는 도시의 비상 비축유 약 690만 리터를 담았는데, 공급선이 끊기더라도 수도가 멈추지 않게 할 만한 양이었다. 옆자리에 경기장이 들어서고 6만 6천 석 규모의 아레나 곁에 실제 석유 저장고를 두는 일이 더는 이치에 맞지 않게 되자, 탱크들은 2000년에 비워지고 버려졌다.
원래의 다섯 탱크는 T1부터 T5까지 번호가 붙은 채 남아 있는데, 엔지니어들이 산비탈을 저마다 다르게 깎아 앉힌 탓에 형태가 제각각이다. 바위 깊숙이 묻힌 탱크와 선반처럼 튀어나온 자리에 얹힌 탱크는 거동이 다르다. 여섯 번째인 T6는 나중에 T1과 T2에서 뜯어낸 강판으로 조립되었으니, 이 부지에서 가장 새로운 건물은 어떤 의미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기도 하다. 전체 부지는 약 14만 제곱미터에 걸쳐 있고, 13년간 비어 있던 끝에 2017년 9월 1일 시민에게 다시 문을 열었다.
촬영팀이 계속 찾는 이유
로케이션 헌터들은 세트에서는 꾸며낼 수 없는 질감을 찾아 이곳에 온다. T1은 유리 파빌리온으로, 암벽을 그대로 되비춘다. 파낸 절벽이 유리창에 바짝 밀착되어 착암 자국까지 읽힐 정도다. T2는 예전에 탱크가 서 있던 자리의 야외 원형 공간으로, 지금은 드러난 돌벽이 둘러싼 야외극장이 되었다. 객석은 도시가 아니라 산을 향한 무대 쪽으로 계단처럼 내려앉는다. T3는 거의 손대지 않은 채 남았다. 원래의 리벳 접합 외벽, 수십 년간 밀폐된 공기에 부풀어 터진 페인트 그대로, 발견된 모습 그대로 보존된 유일한 탱크로서 통로 뒤편에 서 있다.
T4는 동굴 같은 곳이다. 작은 격납고만 한 불 꺼진 내부에서 곡면 벽이 머리 위로 끊김 없이 이어지고, 발소리는 반 박자 늦게 되돌아온다. 감독들은 직접 조명을 들여온다. 이 건물이 내주는 것이라곤 부피와 메아리뿐이기 때문이다. 다른 곳의 벽들은 굽고 녹슬었으며, 오직 하늘만이 그것을 비춘다. 뮤직비디오나 분위기 있는 드라마 내부 촬영이 도시를 가로질러서라도 찾아올 만한 질감이다.
어느 것도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는다. 매표소의 연출도, 기념품 가판대도 없다. 탱크들 사이 자갈길을 걷노라면 순환도로의 차 소리는 능선 뒤로 잦아들고, 가장 큰 소리는 강철 위를 지나는 바람과 경기가 있는 날 이따금 경기장에서 터지는 함성뿐이다.
입장은 무료이고,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대부분의 방문객이 놓치는 것들
사람들 대부분은 T1과 T2를 찍고 떠난다. 그 말은 곧 T6를 지나친다는 뜻이다. 다른 두 탱크를 해체한 강철을 용접해 만든 커뮤니티 건물이다. 1층에는 카페와 안내 데스크가, 위층에는 개방형 옥상 데크가 있는데, 그 옥상에서 보면 여섯 탱크가 흩어진 개별 구조물이 아니라 하나의 도면처럼 읽힌다. 이곳이 실제로 무엇인지 가장 또렷하게 보이는 시점이다. 커피는 서울 카페의 평범한 가격대, 대략 4,500원에서 6,000원 선이고, 창가 자리는 언덕을 걸어 오르는 수고 말고는 값이 들지 않는다.
탱크 사이를 잇는 길은 매봉산(매봉산)을 천천히 오르는 등산로를 겸하고, 능선 산책로로 잠깐 우회하면 경기장과 한강 둔치, 그리고 탱크들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다. 주말이면 중앙 광장에 작은 장터와 버스킹이 채워진다. 문화마당(문화마당), 예전 저장고의 주차장이자 하역 공간이던 평평한 광장이다. 하지만 평일이면 부지가 텅 비고, 헌터들이 아끼는 산업적 정적이 돌아온다.
직접 찾아가기
입장은 무료이며, 부지는 오전 열 시부터 오후 여섯 시까지 열고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 날은 쉰다. 빛이 곡면 벽을 낮게 훑고, 아침을 선호하는 촬영팀이 철수한 평일 오후에 오라. 폐장 직전의 골든아워야말로 녹이 진짜로 빛나는 유일한 창이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월드컵경기장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증산로(증산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는 5~10분 거리이고 길 내내 안내 표지가 있다.
피해야 할 단 하나의 실수는 이곳을 경기장과 쇼핑몰 사이의 가벼운 사진 촬영 코스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개별 탱크들은 저마다의 운영 시간을 지키고, 일부는 전시나 촬영으로 큰 예고 없이 닫히기도 한다. 그러니 지난달 열려 있던 탱크가 오늘은 줄로 막혀 있을 수 있다. 오르기 전에 보고 싶은 내부를 미리 확인하고, 프레임 하나 건지고 떠나는 15분이 아니라 한 바퀴를 온전히 도는 한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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