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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이 아니라 3번 출구: 서울이 지하에서 길을 알려주는 방식
서울에서 역 이름은 동네까지 데려다준다. 정확한 길모퉁이까지 데려다주는 건 출구 번호다. 강남역이나 홍대입구역 같은 큰 역에는 출구가 열 개가 넘는다. 출구를 잘못 고르면 예약해 둔 카페와 나 사이에 6차선 도로가 놓이기도 한다.
계단을 오르기 전에 지도부터
출구마다 번호가 있고, 대합실 곳곳의 노란 표지판이 출구 방향을 하나하나 알려준다. 개찰구 근처에는 주변 지역 안내도가 붙어 있다. 각 출구 위에 어떤 건물과 학교, 버스 정류장이 있는지 보여주는 지도다. 그 앞에서 1분만 보내면 지상에 올라가 블록을 한 바퀴 빙 도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약속은 이렇게 잡는다
친구끼리 ‘홍대에서 보자’고 말하는 일은 드물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라고 말한 뒤 그 계단 위에서 기다린다.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은 웬만한 가게와 병원마다 가장 가까운 출구와 도보 거리를 함께 알려준다. 그래서 출구 번호는 거의 우편번호처럼 쓰인다. 누군가 역 이름만 말한다면 ‘몇 번 출구?’라고 한 번만 물어보자. 그걸로 약속은 정해진다.
승강장의 문 번호
승강장 스크린도어에도 3-2 같은 번호가 따로 붙어 있다. 3번째 칸의 2번째 문이라는 뜻이다. 카카오지하철과 네이버 지도는 환승 통로나 내가 나갈 출구의 에스컬레이터에서 가장 가까운 문을 알려준다. 짐이 많을 때 특히 쓸모 있다. 모든 출구에 엘리베이터가 있지는 않은데, 역 안내도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출구가 표시되어 있다.
3번 출구 앞에서 만나요.
위의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메시지로 보내기에 짧고, 아무도 전화를 걸 필요가 없을 만큼 구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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