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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거절당하는 선물: 중국 가정에서 선물이 오가는 법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봉투다. 청두의 한 아파트 9층, 플라스틱 손잡이가 달린 키위 한 상자를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노크하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집주인의 시선은 상자에서 당신의 얼굴로, 다시 신발장으로 옮겨 간다. 이어지는 30초 남짓은 중국인의 일상에서 가장 손에 익은 장면 가운데 하나다. 두 손, 한 번의 사양, 또 한 번의 사양, 그리고 어느새 안쪽 방으로 사라지는 상자. 그 어느 것도 말 그대로의 뜻은 아니다.
봉투에 무엇을 담을까
남의 집을 찾아갈 때는 대개 먹거나 마실 것을 챙기는데, 가장 무난한 건 과일이다. 바이궈위안(百果园 Bǎiguǒyuán) 같은 체인을 비롯한 동네 과일 가게에서는 상자에 담은 과일과 궈란(果篮 guǒlán, 과일 바구니)을 판다. 등나무 쟁반을 셀로판과 리본으로 감싼 것으로, 원하는 과일을 손으로 가리키면 직원이 그 자리에서 꾸려 준다. 귤이 좋은 이유는 귤을 뜻하는 쥐(橘 jú)가 행운을 뜻하는 지(吉 jí)와 발음이 비슷해서다. 사과는 이름인 핑궈(苹果 píngguǒ) 안에 평안을 뜻하는 핑안(平安 píng'ān)을 품고 있다.
그다음은 상자에 든 먹거리다. 베이징의 다오샹춘(稻香村 Dàoxiāngcūn) 제과점에서는 들고 가기 좋게 포장한 전통 과자, 가오뎬(糕点 gāodiǎn) 모둠 상자를 판다. 춘절을 앞둔 몇 주 동안에는 슈퍼마켓 입구에 리허(礼盒 lǐhé, 선물 상자)가 벽처럼 쌓인다. 우유 한 상자, 견과 모둠, 말린 버섯 같은 것들이다. 포장은 내용물만큼이나 중요하다. 튼튼한 손잡이와 인쇄된 뚜껑은 이번 방문을 위해 일부러 샀다는 표시다. 자기 집 찬장을 털어 온 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외국에서 온 손님에게는 이보다 나은 선택지가 있다. 당신이 사는 곳의 물건이다. 고향 도시의 비스킷 한 통, 잘 아는 로스터리의 원두 한 봉지, 중국 슈퍼마켓에서는 찾을 수 없는 라벨이 붙은 초콜릿. 집주인에게는 물어볼 거리가 생기고, 차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도 거기서 시작된다.
엉뚱한 말로 들리는 단어들
중국의 선물 금기는 대부분 말장난에서 나오고, 한번 들으면 잊기 어렵다. 가장 유명한 건 시계, 중(钟 zhōng)이다. 「시계를 선물하다」라는 뜻의 쑹중(送钟 sòng zhōng)은 임종을 지킨다는 뜻의 쑹중(送终 sòng zhōng)과 발음이 똑같다. 나이 든 집주인이라면 분명 알아챈다. 젊은 사람은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반가운 선물이 되기는 어렵다.
배는 덜 알려진 두 번째 금기다. 배를 뜻하는 리(梨 lí)는 헤어진다는 뜻의 리(离 lí)와 소리가 같고, 배를 나눈다는 펀리(分梨 fēn lí)는 이별을 뜻하는 펀리(分离 fēnlí)를 떠올리게 한다. 우산도 같은 문제에 걸린다. 싼(伞 sǎn)은 흩어지다, 갈라서다라는 뜻의 싼(散 sàn)처럼 들린다. 어느 실수도 방문을 망칠 정도는 아니지만, 과일 바구니를 채울 때는 배를 진열대에 그냥 두는 편이 가장 마음 편하다.
숫자와 색도 같은 논리를 따른다. 4를 뜻하는 쓰(四 sì)는 죽음을 뜻하는 쓰(死 sǐ)와 소리가 비슷해서 넷이 한 세트인 선물은 피한다. 짝을 이루는 건 환영받는다. 「좋은 일은 쌍으로 온다」는 뜻의 하오스청솽(好事成双 hǎo shì chéng shuāng)이라는 말이 있어서, 한 병이나 한 상자보다 두 병, 두 상자가 더 넉넉하게 느껴진다. 빨강과 금색 포장지는 경사를 뜻하고, 무늬 없는 흰색과 검은색은 장례식의 색이다. 그래서 가게에서 선물을 포장해 줄 때면 대개 빨간 종이부터 집어 든다.
두 손, 그리고 첫 번째 「아니요」
선물을 건넬 때는 동작이 중요하다. 상자를 두 손으로 들고 앞면이 집주인을 향하도록 돌려서 내밀며 짧게 한마디 한다. 가장 흔한 표현은 「작은 성의」라는 뜻의 이뎬신이(一点心意 yìdiǎn xīnyì)로, 거의 어느 집에서나 통한다. 선물을 소박하다고 낮춰 말하는 것까지가 형식의 일부다. 무엇을 가져왔는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이제 거절이 이어진다. 집주인은 손바닥을 펴서 상자를 막듯 들어 올리며 사양하곤 한다. 부융 부융(不用不用 bú yòng bú yòng, 괜찮아요, 괜찮아요), 또는 타이 커치 러(太客气了 tài kèqi le, 뭘 이렇게까지 해요). 이것이 예의 바른 사양인 투이츠(推辞 tuīcí)이고, 진짜 대답은 아니다. 집주인은 이렇게 선물을 탐내지 않는다는 걸 보여 주고, 당신은 이 선물이 거래가 아님을 보여 줄 기회를 얻는다.
이럴 때는 따뜻하게, 한두 번 더 권하면 된다. 상자를 다시 앞으로 내밀며 서우샤 바(收下吧 shōuxià ba, 받아 주세요)라고 말하고, 실랑이가 길어지면 신발장 위에 내려놓는다. 두 번째 권유는 대개 받아들여진다. 첫 번째 「부융」을 곧이곧대로 듣고 귤을 도로 봉투에 넣는 손님은 하려던 말과 정반대의 말을 한 셈이다.
진짜 거절은 모습이 다르다. 교사나 공무원처럼 정말로 선물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은 대개 분명하게 말하고 이유를 댄다. 직장 규정인 경우가 많고, 의례적인 사양을 누그러뜨리는 웃음도 없다. 그럴 때는 선물을 도로 가져가면 된다. 반대로 당신이 받는 쪽이라면 가볍게 한 번 사양한 다음, 두 손으로 받으며 셰셰(谢谢 xièxie)라고 말하자. 정색한 얼굴로 세 번이나 거절하면 진심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상자를 열지 않는 이유
받은 선물은 대개 자취를 감춘다. 집주인은 선물을 다른 방으로 가져가거나 뜯지 않은 채 문 옆에 두고, 대화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차와 깎아 놓은 과일 접시로 넘어간다. 준 사람 앞에서 선물을 열면 내용물에 너무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선물이 소박하든 호화롭든 양쪽 모두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젊은 집주인이나 가까운 친구라면, 특히 외국에서 온 선물일 경우 바로 풀어 볼 수도 있으니 상대가 하는 대로 따르면 된다.
그렇다고 주고받기가 현관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집주인은 손님이 돌아갈 때 뭔가를 들려 보내곤 한다. 식탁에 올랐던 과일 몇 개, 직접 만든 라자오장(辣椒酱 làjiāo jiàng, 고추 소스) 한 병, 고향 지방의 특산물. 이것이 답례 선물인 후이리(回礼 huílǐ)로, 서로 빚진 것이 남지 않도록 주고받기를 마무리한다. 대개 이런 말이 따라온다. ná zhe ba, zìjiā zuò de, 가져가요, 집에서 만든 거예요.
拿着吧,自家做的,不值什么钱。
이때도 똑같이 가볍게 한 번 사양하고, 똑같이 두 손으로 받으면 된다. 붉은 봉투는 이 풍경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현금을 넣은 훙바오(红包 hóngbāo)는 결혼식과 춘절, 그리고 가까운 친구의 아이들 몫이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저녁 자리에서 내밀면 밥값을 치르는 것처럼 보인다.
어디서 사고, 어떻게 들고 가고, 무엇을 빼야 할까
베이징의 마롄다오 차 거리(马连道茶叶街 Mǎliándào Cháyè Jiē)는 베이징서역(北京西站 Běijīng Xī Zhàn)에서 가까운 곳으로, 길게 뻗은 거리 하나에 도매와 소매 찻집이 빼곡히 모여 있다. 이곳 상인들에게 부탁하면 룽징차(龙井 Lóngjǐng)나 보이차(普洱 Pǔ'ěr) 병차를 선물용 상자에 담아 준다. 다오샹춘은 시내 곳곳에 지점이 있다. 상하이에서는 인민광장(人民广场 Rénmín Guǎngchǎng)에서 걸어갈 수 있는 푸저우루(福州路 Fúzhōu Lù)의 싱화러우(杏花楼 Xìnghuālóu)가 중추절을 앞두고 많은 현지인이 월병을 사려고 줄을 서는 곳이다.
시기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진다. 춘절과 중추절을 앞두면 선물 상자 진열대가 넓어지고 제과점 줄은 길어진다. 상자 세트는 시즌 한정판으로 나오고 가격도 시즌에 맞춰 오르니, 봉투에 담기 전에 계산대에서 가격을 확인하자. 고국에서 가져온 신선한 과일과 육류는 대체로 입국할 때 반입이 제한된다. 짐을 싸기 전에 중국 해관(中国海关 Zhōngguó Hǎiguān) 웹사이트에서 반입 가능한 품목을 확인하자. 가게에서 산 밀봉 비스킷이나 초콜릿이 더 간편하지만, 이것도 확인은 해 두자.
피해야 할 실수는 시계가 아니다. 시계를 들고 갈 생각을 하는 방문객은 거의 없으니까. 진짜 실수는 작은 선물쯤은 생략해도 된다고 여겨 빈손으로 갔다가, 나오는 길에 현금으로 만회하려는 것이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집주인이 사는 건물 1층 가게에서 셀로판으로 싼 과일 바구니 하나를 사면 충분하다. 두 손으로 들고 올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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