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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않는 미소: 위챗 답장이 ‘예’와 ‘아니오’를 말하는 방식
청두 인민공원(人民公园, Rénmín Gōngyuán) 안 허밍 찻집(鹤鸣茶社, Hèmíng Cháshè)의 대나무 탁자 위, 세 번째로 물을 부은 차가 옅어질 무렵이다. 한 시간째 옆 테이블에서 당신의 메뉴 발음을 고쳐 주던 은퇴한 엔지니어가 휴대폰을 내민다. “Jiā ge Wēixìn ba(加个微信吧)”, 위챗 친구 추가하자는 말이다. 중국에서 명함 교환에 가장 가까운 의식이고, 이제부터 이 우정은 짧은 답장과 이모티콘, 그리고 저마다 ‘예’와 ‘아니오’의 문법을 품은 침묵 위에서 굴러간다.
코드를 내미는 쪽, 스캔하는 쪽
첫 번째 결정은 2초면 끝난다. 한 사람이 자신의 개인 QR코드(二维码, èrwéimǎ)를 띄우고, 다른 사람은 채팅 목록 상단의 더하기 버튼을 눌러 扫一扫(sǎo yī sǎo, ‘스캔’)를 고른다. “wǒ sǎo nǐ(我扫你, 내가 스캔할게)”라고 말하는 쪽이 수고를 떠맡는 셈인데, 직장에서는 아랫사람이 먼저 나서서 윗사람의 코드를 스캔하는 경우가 많다. 찻집에서 만난 낯선 사이라면 크게 상관없지만, 내가 하겠다고 먼저 나서면 주제넘다기보다 예의 바르게 읽힌다.
흔한 실수는 엉뚱한 코드를 내미는 것이다. 개인 코드는 ‘나’ 탭의 프로필 아래에 있고, 돈을 받는 코드는 결제 메뉴에 따로 있다. 노점 상인들은 그 코드를 인쇄해 계산대 옆에 붙여 두곤 한다. 결제 코드를 보여 주면 상대 휴대폰에는 친구 요청 대신 송금 화면이 뜰 수도 있다. 화면을 돌려 보여 주기 전에 내 프로필 사진과 이름이 떠 있는지 확인하자.
보내는 메모, 그리고 저장되는 이름
스캔했다고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위챗은 인증 메시지(验证消息, yànzhèng xiāoxi)를 적는 요청 화면을 여는데, 보통 내 표시 이름 같은 밋밋한 문구가 미리 채워져 있다. 이걸 맥락이 담긴 문장으로 바꿔 두면(“허밍 찻집, 메뉴 발음을 엉망으로 하던 호주 사람”) 상대가 나중에 낯선 프로필 사진을 보며 고개를 갸웃할 일이 없다. 다리 고성(大理古城, Dàlǐ Gǔchéng)의 게스트하우스 주인이나 시안 회족 거리(回民街, Huímín Jiē)의 가이드는 한 해에 수백 명의 손님을 추가하기도 한다. 그들이 당신을 다시 찾아내는 단서가 바로 그 메모다.
그다음은 비고 이름(备注, bèizhù), 각자가 상대에게 붙이는 비공개 이름표다. 많은 사람이 새 연락처를 그 자리에서 바로 고쳐 저장하고, 흔히 만난 장소를 함께 적는다. 따라 해 볼 만한 습관이다. 표시 이름이 만화 속 고양이이거나 당나라 시 한 구절인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내 표시 이름은 단체 채팅방에 그대로 드러나니, 고향에서 쓰던 별명보다는 로마자로 쓴 실명이나 이름에 도시를 붙인 쪽이 상대를 배려하는 선택이다.
‘예’의 음절을 세다
대화가 시작되면 동의에도 등급이 생기고, 그 온기의 상당 부분은 길이가 정한다. 嗯(ǹg, 콧소리로 내는 ‘음’) 한 글자는 무뚝뚝하게 읽힐 수 있는데, 특히 어린 사람이 윗사람에게 보낼 때 그렇다. 嗯嗯으로 겹쳐 쓰면 미소 띤 끄덕임이 된다. 好的(hǎo de, ‘알겠어요’)는 중립적이고 예의 바른 표현으로, 집주인이나 기사님에게 쓰는 기본값이다. 好哒(hǎo dā)는 이를 장난스럽게 누그러뜨린 말로 젊은 사용자들이 즐겨 쓰고, 收到(shōudào, ‘수신 완료’)는 사무실 버전으로 깔끔하고 공손하다.
웃음도 마찬가지다. 哈哈(hāha)는 가벼운 맞장구이고, 哈를 길게 이어 붙일수록 정말 웃기다는 뜻이다. 어휘 목록에서 빼 둘 말은 呵呵(hēhe)다. 한때는 부드러운 웃음소리였지만, 지금은 많은 이가 건조하고 냉소적인 웃음으로 받아들인다. 엄지척 이모티콘은 세대에 따라 갈린다. 부모 세대가 보내면 따뜻하지만, 20대 일부에게는 어딘가 퉁명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니 애매할 땐 말로 쓰자.
부드러운 거절, 그리고 웃지 않는 미소
좋은 관계를 이어 가고 싶은 사이에서 거절은 좀처럼 거절의 얼굴로 오지 않는다. 改天吧(gǎitiān ba, ‘다음에 하자’)와 有空再约(yǒu kòng zài yuē, ‘시간 될 때 다시 잡자’)는 대개 들리는 그대로, 날짜 없는 연기다. 我看看(wǒ kànkan, ‘좀 볼게’)과 再说吧(zàishuō ba, ‘나중에 얘기하자’)는 거절 쪽으로 한 발 더 기운다. 단서는 구체성이다. 진심 어린 ‘예’는 요일과 장소, 때로는 메뉴까지 짚는다. 목요일, 콴자이샹쯔(宽窄巷子, Kuānzhǎi Xiàngzi) 근처 그 훠궈집. 정중한 ‘아니오’는 두루뭉술하게 머물다가 화제가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다.
说“改天”的人未必拒绝,但说出“周四七点”的人,多半是真心想见你。
그리고 위챗이 微笑(wēixiào, ‘미소’)라고 이름 붙인 노란 얼굴이 있다. 일자로 뜬 눈, 가늘게 휜 입. 젊은 사용자 상당수는 이를 억지웃음이나 비꼼으로 읽지만, 윗세대 중에는 온전히 진심으로 보내는 이도 있다. 그러니 애매한 신호로 여기고 그 주변의 말을 읽자. 답장이 늦다고 반드시 거절인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일과 저녁 식사 사이에 몰아서 답한다.
음성 메시지, ‘있어?’, 그리고 연락할 때
새로 알게 된 사람을 움찔하게 만드는 습관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在吗(zài ma, ‘있어?’)로 말문을 여는 것이다. 상대는 용건도 모른 채 답부터 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은 첫 메시지에 담자. 다른 하나는 긴 음성 메시지(语音, yǔyīn)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사이에서는 음성이 자연스럽고, 타자보다 음성을 선호하는 윗세대도 많다. 하지만 한 번 만난 사람이 보낸 1분짜리 음성은 주제넘게 느껴질 수 있다. 스피커로 틀거나 귀에 대고 들어야 하는데, 사람으로 꽉 찬 청두 지하철 2호선(成都地铁2号线) 안이라면 더욱 곤란하다. 텍스트가 더 안전한 기본값이고, 어떤 메시지든 길게 누르면 번역 기능이 뜬다.
타이밍에도 나름의 예의가 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늦은 밤 보내는 메시지는 의도보다 다급하게 읽힌다. 함께 식사한 다음 날 아침의 감사 인사는 반갑고, 맛있었던 요리를 짚은 한 줄이 장문의 문단보다 낫다. 새로 알게 된 사람이 단체 채팅방에 홍바오(红包, hóngbāo)를 뿌리면, 묵혀 두지 말고 열어 본 뒤 그 방에서 고맙다고 말하는 게 관례다.
도착하기 전에
위챗은 공항 입국장이 아니라 집에서 미리 설치해 두자. 해외 번호로 가입하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할 수 있고, 때로는 기존 사용자에게 보증을 부탁해야 한다. 절차는 수시로 바뀌니 앱 자체의 안내와 고객센터에서 확인하는 것이 맞다. 해외 카드를 위챗페이(웨이신페이)에 연결하는 건 별개의 과정이다. 한도와 수수료는 설정 중에 앱이 보여 주니, 오래된 포럼 글이 아니라 거기서 읽자.
연습하기 가장 좋은 때는 여행의 느긋한 중반, 게스트하우스 주인이나 찻잎 상인이 나를 추가하고 그 대화에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을 때다. 인민공원의 찻집들과 다리 런민루(人民路, Rénmín Lù)의 가게들은 jiā ge Wēixìn ba라는 말이 가장 스스럼없이 오가는 곳이다. 꼭 피해야 할 실수는 하나다. 따뜻하고 구체적인 초대에 嗯 한 글자로 답하는 것. 당신에게는 ‘좋아’라는 뜻이지만, 방금 식당과 시간을 짚어 준 사람에게는 어깨를 으쓱하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두 번 겹쳐 쓰거나 好的라고 쓰고, 약속한 날을 한 번 더 되짚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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