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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핑의 댜오러우 망루, 《양자탄비》가 빌려 간 광둥의 변경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땅은 주장(珠江) 삼각주의 여느 들녘과 다를 바 없다 — 물을 댄 논, 바나나 잎, 빛을 받아 반짝이는 양어장 — 그러다 그 사이로 망루 하나가 불쑥 일어선다. 잿빛 콘크리트 9층, 마치 빌려 쓴 모자처럼 꼭대기에 얹힌 열주(列柱), 창이 있어야 할 자리에 뚫린 총안. 이곳에는 옛 시가지도 없고, 길에서 보이는 매표소도 없다. 댜오러우(碉楼, diāolóu)는 마을마다 하나씩, 들판에서 곧장 솟아오른다.
고향으로 돌아와 위로 쌓아 올린 돈
이 망루들은 화교(华侨, huáqiáo)의 손끝에서 나왔다 — 19세기 말 샌프란시스코와 밴쿠버, 말라야의 주석 광산으로 떠났다가 번 돈을 고향으로 부친 카이핑 사람들이다. 대략 190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그 돈은 콘크리트와 수입 시멘트, 철제 덧문으로 바뀌었고, 옆으로 퍼지는 대신 위로 올라갔다. 삼각주는 물에 잠기기 일쑤였고 시골에는 마적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댜오러우는 집이자 요새였다. 아래층은 살림집, 꼭대기는 아치를 두른 망루 회랑, 그리고 안에서 걸어 잠글 수 있는 철문.
이들을 낯설게 만드는 것은 그 양식이다. 시카고의 은행이나 페낭의 교회를 본 귀향자는 동네 석공에게 로마식 돔, 그리스식 주랑현관, 바로크식 박공, 혹은 줄지어 선 아치를 주문했고, 그 모두를 중국 시골 마을의 토대 위에 층층이 쌓아 올렸다. 카이핑에는 한때 이런 망루가 3천 채 넘게 있었다. 지금도 1천8백 채 이상이 남아 있으며, 2007년 이 군락은 광둥성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올랐다.
这些碉楼多由旅居海外的华侨出资兴建,既是住宅,也是乱世里的堡垒。
카메라가 찾아온 이유
망루가 빽빽이 들어선, 반은 근대적이고 반은 봉건적인 변경 마을의 풍경 — 이것이야말로 1920년대 남부를 배경으로 한 장원(姜文)의 2010년 마적 이야기 《양자탄비》(让子弹飞, Ràng zǐdàn fēi)가 필요로 했으나 맨땅에서 지어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촬영은 카이핑의 망루와 담장을 두른 정원들 사이에서 이루어졌고, 이 현(县)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던 관객들도 그 실루엣만은 대번에 알아보았다. 총격과 배신에 온 에너지를 쏟는 영화가, 시각적으로는 그보다 90년 앞선 건축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그 실루엣의 상당 부분은 리위안(立园, Lì yuán)에서 온 것이다. 셰(谢) 씨 성을 가진 한 귀향자가 1920년대부터 10년 남짓에 걸쳐 지은, 운하와 정자와 개인 댜오러우를 담장 안에 두른 저택이다. 이곳이 영화 세트처럼 보이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처음부터 늘 세트였기 때문이다 — 타향에서 번 돈이 고향에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수성가한 사람의 상상을 콘크리트와 단조 철물과 수입 타일로 빚어낸 것이다. 지금 당신은 촬영진이 화면에 담았던 바로 그 길을, 그 양어장들을 지나 걷는다.
네 곳의 군락, 그리고 지금 저마다의 얼굴
방문객에게 열려 있는 군락은 단 네 곳뿐이고, 서로 붙어 있지도 않다. 엽서에 실리는 곳은 쯔리춘(自力村, Zìlì cūn)이다. 물 댄 논 위에 선 열다섯 채의 망루와 저택이 수면에 겹쳐 비치고, 둑길로 그 사이를 건너다닐 만큼 가깝게 모여 있다. 바람이 일기 전 맑은 아침에 오라 — 그 물그림자야말로 이곳에 와야 할 이유의 전부다.
마장룽(马降龙, Mǎjiànglóng)은 고요한 곳이다. 강을 따라 늘어선 망루들이 대나무와 빈랑나무에 반쯤 삼켜져 있어, 들판 너머로 바라보기보다 걸어 들어가며 찾아내게 된다. 진장리(锦江里, Jǐnjiānglǐ)에는 1923년에 완공된 9층짜리 루이스러우(瑞石楼, Ruìshí lóu)가 있다 — 현지에서 댜오러우의 왕(碉楼之王, diāolóu zhī wáng)이라 불리는 이 건물은, 윗층으로 갈수록 기둥과 난간, 그리고 좁은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돔형 정자가 겹겹이 쌓여 있다. 개별 군락은 대략 50~80위안, 통합권은 180위안 안팎이며, 문은 오전 8시 30분쯤 열어 오후 5시 30분이면 닫는다. 가격과 정확한 통합권 구성은 해마다 바뀌므로, 읽지도 못하는 앱을 통하기보다 첫 매표소에서 사는 편이 낫다.
가는 법, 그리고 피해야 할 실수
카이핑(开平, Kāipíng)은 장먼(江门)시에 속하며, 광저우에서 버스로 두 시간쯤 걸린다. 광저우 남부 터미널과 성(省) 터미널에서 카이핑의 이츠(义祠) 터미널로 버스가 다니고, 철도로 오는 이들을 위해 선전–마오밍 노선이 이제 카이핑난(开平南)역에 선다. 하지만 둘 다 망루 앞까지 데려다주지는 않는다.
바로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동선을 짜야 한다. 네 군락은 농지 위로 10킬로미터 넘게 흩어져 있고, 그 사이를 걸어서 잇는 옛 중심가도 없다. 그러니 반나절이나 하루 동안 차나 디디(Didi) 기사를 불러, 망루들을 시골을 도는 하나의 순환 코스로 여기는 편이 현명하다. 광저우발 단체 버스보다 앞서, 평일 아침에 가라. 벼는 초여름에 푸르고 10월 말이면 황금빛으로 물든다. 흔한 실수는 점심을 먹고 나서 아담한 유산 거리를 기대하며 도착해, 문이 닫히기 전에 네 곳을 다 보려 드는 것이다. 두 곳을 골라 각각에 아침 한나절씩을 주고, 세 번째는 길에서 눈에 띄어 잠깐 멈춰 서게 되는 망루로 남겨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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