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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의 센트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그리고 《중경삼림》이 여전히 붙잡고 있는 거리들
9시 30분이 지나도 에스컬레이터는 여전히 사람들을 항구 쪽 아래로 실어 나른다.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느리고 잿빛인 출근길의 강. 10시가 되면 멈추고, 한 번 진동하고, 방향을 뒤집는다. 그리고 남은 하루 내내 위로 오른다 — 셸리 스트리트의 커피 노점을 지나, 신문을 삼등분으로 접는 남자를 지나, 왕가위(王家卫, Wáng Jiāwèi)가 실제보다 화면에서 더 익숙해질 때까지 찍었던 계단식 골목들을 타고.
10시에 방향을 뒤집는 에스컬레이터
센트럴–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中环至半山自动扶梯, Zhōnghuán zhì Bànshān zìdòng fútī)는 하나의 기계가 아니라 스무 개의 에스컬레이터와 세 개의 무빙워크가 이어진 사슬이다. 상업지구 위 언덕을 따라 약 800미터에 이르는, 지붕 덮인 경사로. 무료이고, 공공이며, 한 번에 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아침 6시부터 10시까지는 아래로, 10시부터 자정까지는 위로. 그 전환을 놓치면, 타려던 계단의 아래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차 없이 주민들을 언덕 위로 실어 나르기 위해 1993년에 개통한 이 에스컬레이터는 이제 하루에 수만 명을 나른다. 가려면 MTR 센트럴역(中环, Zhōnghuán)에서 내려 퀸스 로드에서 안쪽으로, 복원된 센트럴 마켓을 지나 걸으면 된다. 첫 번째 경사로가 스탠리 스트리트와 웰링턴 스트리트 위로 당신을 올려 준다.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고층 건물들은 멀어지고, 도시는 더 오래되고 더 가파른 무언가로 좁아진다.
여전히 소음 위에 있는, 663번 경찰의 창
《중경삼림》(重庆森林, Chóngqìng Sēnlín)에서 양조위가 연기한 경찰은 에스컬레이터가 눈높이로 스쳐 지나는 듯한 아파트에 산다. 왕페이가 움직이는 계단에서 그를 바라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이다. 그 건물은 스탠튼 스트리트(士丹顿街, Shìdāndùn Jiē)에 서 있고, 이제는 모두가 소호(SoHo)라 부르는 동네에 있다 — 할리우드 로드의 남쪽(South of Hollywood Road)이라는, 부동산 중개인들이 지어내 굳어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에스컬레이터는 여전히 2층 창문 옆을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스탠튼이나 엘긴 스트리트에서 내리면, 영화가 사용한 바로 그 격자 골목을 걷게 된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노점의 모티프가 된 간이 매점은 사라졌다, 센트럴의 작은 음식점들이 대개 그러하듯. 남은 것은 기하학이다. 좁은 교차로, 타일 깔린 계단통, 그리고 셸리 스트리트(些利街, Xiēlì Jiē)의 어느 출입문이 에스컬레이터의 옆구리로 곧장 열리는 방식. 평일 아침에 오면 그것이 보일 만큼 인파가 옅어진다.
엘긴 스트리트(伊利近街, Yīlìjìn Jiē)에서 내리면 골목들이 밤 9시면 가득 차는 바와 작은 주방들로 갈라져 뻗어 나간다. 한 블록을 걸어 필 스트리트(卑利街, Bēilì Jiē)로 가면, 철물 노점과 수십 년째 자리를 옮기지 않은 이발사 사이로 되돌아온다. 영화 속 홍콩은 결코 세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계단 반 층을 사이에 둔, 세련된 것과 낡은 것의 바로 이 겹침이었다.
시장이 지켜 온 것
한 블록 건너, 그레이엄 스트리트 시장(嘉咸街, Jiāxián Jiē)은 여전히 열린다 — 어항과 채소 상자가 늘어선 재래시장으로, 한 세기 넘게 이 비탈을 먹여 살려 왔지만 재개발이 해마다 그 규모를 깎아 냈다. 게이지 스트리트(结志街, Jiézhì Jiē)의 란퐁유엔(兰芳园, Lánfāng Yuán)에 들러 보라. 실크스타킹 밀크티(丝袜奶茶, sīwà nǎichá)를 처음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가게 중 하나로, 매끄럽게 흐를 때까지 천으로 된 양말에 걸러 낸다. 한 잔에 약 23홍콩달러, 파인애플 번에 버터 한 조각을 곁들이면 가장 좋다. 좀 더 든든한 것을 원한다면, 근처 고프 스트리트의 카우키(九记牛腩, Jiǔjì Niúnǎn)가 대를 이어 소양지 국수를 내어 왔다. 한 그릇에 약 55홍콩달러,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이 선다.
더 위로 오르면, 할리우드 로드가 당신을 만모 사원(文武庙, Wénwǔ Miào)을 지나 데려간다. 천장에 나선형 향이 매달려 며칠씩 타는 곳이다. 그리고 애버딘 스트리트 35번지의 PMQ(元创方, Yuánchuàng Fāng)를 지난다. 옛 경찰 기혼자 숙소였다가 지금은 디자인 스튜디오로 가득 찬, 입장이 무료인 곳이다. 바로 아래, 어퍼 라스카 로우(摩罗上街, Móluó Shàngjiē)의 골동품 상인들 — 외국인들이 여전히 캣 스트리트라 부르는 골목 — 이 접이식 탁자 위에 옥과 낡은 시계, 복제 포스터를 펼쳐 놓는다. 왕가위가 후기 작품에서 쓴 골드핀치 식당은 코즈웨이 베이 쪽에서 문을 닫았다. 이곳, 언덕 위에는 예상보다 더 많은 화면이 살아남아 있다.
영화가 이 거리들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영화가 그것들을 알아보았고, 그러자 다른 모든 이들도 알아보았다.
걸어서 둘러보기
MTR를 타고 센트럴로 가서 C 또는 D 출구로 나오거나, 데 부 로드를 따라 트램(叮叮, dīngdīng)을 타면 균일 요금 3홍콩달러로 옥토퍼스 카드(八达通, Bādátōng)를 찍고 오갈 수 있다. 내리막 운행과 고요함을 원한다면 평일 10시 이전에 가고, 불이 켜진 채 북적이는 소호를 원한다면 해가 진 뒤에 가라. 오를 수 있는 신발을 신어라 — 에스컬레이터는 본선만 덮을 뿐, 그것이 가로지르는 거리들은 사방으로 가파르게 뻗는다. 피할 만한 단 하나의 실수는 이것을 순환로로 여기는 것이다. 한 번에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므로, 위로 타고 올라간 뒤 셸리나 코크레인 스트리트(阁麟街, Gélín Jiē)의 나란한 돌계단으로 걸어 내려올 계획을 세워라. 어차피 찍을 만한 사진 대부분이 있는 곳도 거기다.
这条扶梯上午向下、十点后向上,来之前先看好方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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