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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등을 돌린 채 백 년을 지켜온 인왕산 자락의 사당
사람들은 대개 화강암 능선과 서울을 되돌아보는 탁 트인 전망을 위해 인왕산(인왕산)에 오른다. 그 아래 소나무 숲에 자리 잡은 사당에서 걸음을 멈추는 이는 드물다. 그곳에서 산은 한 세기 동안 더 조용한 일을 해왔다. 그리로 향하는 길은 등산로 입구가 아니라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된다. 편의점과 줄지어 세워진 스쿠터를 지나면, 도시의 소음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잦아든다.
비탈 아래에 이르기까지
가장 가까운 역은 지하철 3호선, 지도 위 주황색 노선의 무악재(무악재)역이다. 1번 출구로 나와 능선 도로 아래를 지나, 낮은 벽돌집들을 끼고 바위 쪽으로 오르는 골목을 따라간다. 걸어서 십오 분 남짓, 대부분 오르막이고 마지막 구간은 산비탈에 놓인 돌계단이다. 한글과 영어로 된 표지판이 국사당(국사당)과 선바위(선바위)를 가리킨다. 인왕산 등산로 표지에 다다랐다면 몇 미터쯤 지나친 것이다.
또 다른 길은 역시 3호선인 독립문(독립문)역이다. 주택가 대신 사직동 쪽 소나무 숲을 통해 다가갈 수 있다. 어느 길로 오르든, 산 그 자체 — 해발 338미터의 정상,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복원된 한양도성(한양도성) 성곽 — 는 사당 위쪽 뒤편에 자리한다. 성곽의 북쪽 구간은 수십 년간 군사 지역으로 닫혀 있다가 2018년에야 다시 등산객에게 열렸다. 그래서 능선 전체가 여전히 새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듯, 반쯤 야생의 기운을 품고 있다.
비탈을 따라 옮겨온 사당
국사당은 서쪽 비탈에 자리한 자그마한 목조 전각으로, 중요민속문화재 제28호로 등록되어 있다. 원래는 도시 한복판의 산, 남산(남산)에 서 있었다. 그러다 1925년 식민 정부가 그 정상을 밀어내고 제 신사를 세우면서, 옛 전각의 지킴이들은 그것이 헐리도록 두는 대신 하나하나 나무를 해체해 이곳까지 옮겨왔다. 관헌이 좀처럼 따라오지 않을 이 바위 벽에 기대어 쉬도록. 나무는 세월에 검게 물들었고, 기와를 얹은 처마는 반들반들 닳은 문지방 위로 나지막이 드리워져 있다.
안으로 들면 벽에는 그려진 신령들 — 산신, 장군, 호랑이 — 이 걸려 있고, 공기에는 촛불 연기와 사른 향의 은은한 단내가 배어 있다. 대개의 아침이면 누군가 떡과 과일, 그리고 막걸리(막걸리) 한 병을 낮은 상에 차려 놓고 있다. 막걸리는 아래쪽 어느 가게에서든 2,000원 정도면 살 수 있는 뿌연 쌀술이다. 그는 소리 내어 말하지 않은 소원을 향해 절을 올린다. 무당(무당)이 오르내리는 가락으로 굿을 이끌고 있을지도 모른다. 열린 문지방에 서서 지켜보아도 좋다. 안으로 들어서기를 기대받지는 않으며, 기도하는 사람을 사진에 담지는 않는다.
전각 위의 선바위
몇 분 더 오르면, 화강암 계단이 지그재그로 꺾이는 길 끝에 풍상에 씻긴 두 개의 바위 탑이 하늘을 향해 서로 기대어 있다. 이곳은 선바위(선바위)라 불린다. 길에서 올려다보면 두건을 눌러쓴 두 승려 — 키가 큰 쪽이 작은 쪽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인 모습 — 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예전엔 여인들이 아들을 빌러 이곳을 찾았고, 바위 아래 턱에는 지금도 녹아내린 붉은 촛동강들이, 파인 자리마다 촛농이 고인 채 남아 있다. 그리고 앞서 다녀간 손길들이 쌓아 올린 작은 돌탑들도 함께 놓여 있다.
바위는 곰보처럼 파이고 모서리가 무뎌져, 아무도 손대지 않은 곳조차 오래 매만져진 것 같은 결을 띤다. 밧줄과 낮은 난간이 가장 닳은 바위 면으로 다가서지 못하게 막는다. 바위를 등지고 서면 서울이 회색빛으로 납작하게 아래로 펼쳐진다 — 능선 도로, 아파트 단지, 강 위로 낀 뿌연 안개. 그리고 바로 그 점이 핵심이다. 사당은 그 전망에 등을 돌린 채 산을 마주하고 있고, 한번 그것을 알아차리고 나면 더는 휴대폰으로 손이 가지 않는다.
도시가 더는 자리를 내주지 못한 사당을, 산이 품어 주었다.
가는 길, 그리고 조용히 가는 법
평일 아침에 찾고, 울퉁불퉁한 화강암에 맞는 신발을 신어라. 계단은 가파르고 비 온 뒤엔 미끄러우며, 마지막 오르막에는 붙잡을 난간도 없다. 매표소도 문도, 정해진 마감 시간도 없다. 다만 이곳이 구경거리 세트가 아니라 여전히 기도가 오가는 사당이라는 이해만이 있을 뿐이다. 하루를 더 넉넉히 보내고 싶다면 선바위를 지나 인왕산 능선까지 계속 올라, 성곽을 따라 북쪽 부암동(부암동) 쪽으로 걸어라. 주택가를 벗어나면 가게가 없으니 물은 챙겨 가야 한다. 한 가지 피해야 할 실수는 이 전각을 하나 찍어 치우는 전망대쯤으로 대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볼 것이 아니라 빌 것을 안고 이곳에 온다. 그리고 그 고요함이 곧 바치는 정성이다.
국사당은 구경거리가 아니라, 여전히 기도가 오가는 살아 있는 사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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