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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강 건너 절벽을 마주하도록 지은 안동 병산서원
안동 하회마을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들어온 문으로 다시 나갑니다. 그런데 강을 따라 4킬로미터만 내려가면 16세기에 지은 서원이 하나 있습니다. 서원은 낙동강 건너 깎아지른 절벽을 마주 보고 있고, 건물 거의 모든 것이 그 풍경 하나를 위해 놓여 있습니다.
단 하나의 풍경을 바라보도록 지은 학교
병산서원(屛山書院)은 1572년 이 강굽이로 옮겨 왔고, 2019년 다른 서원 여덟 곳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앞쪽 누각인 만대루는 다듬지 않은 기둥 위에 올린 길쭉한 목조 건물로, 사방이 트여 있습니다. 이름은 푸른 절벽은 저녁에 마주하기 좋다는 두보의 시구에서 따왔습니다. 그 뒤 강당에 앉아 바라보면 기둥들이 절벽을 갈라 놓아, 소나무와 잿빛 바위가 한 폭씩 액자에 담긴 그림처럼 보입니다.
걸어서 도착하기
안동 시내에서 하회마을까지 버스가 다닙니다. 거기서부터는 표지판을 따라 4킬로미터쯤 되는 길이 나지막한 고개를 넘은 뒤 강을 따라 이어집니다. 솔숲을 오르다 넓은 모래톱으로 내려서고, 서원의 기와지붕은 마지막 몇 분을 남겨 두고서야 모습을 드러냅니다.
발걸음을 늦출 만한 것들
강당 뒤편 담장 안에는 존덕사라는 사당이 있습니다. 서애 류성룡과 그 아들의 위패를 모신 곳입니다. 문은 대개 닫혀 있지만, 그 아래 계단에 서면 만대루 지붕 너머로 강물이 가장 또렷하게 내려다보입니다. 바깥 담장 가까이에는 지붕 없이 돌을 쌓아 만든 뒷간이 하나 있습니다. 담을 둥글게 말아 올려 문이 없어도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를 달팽이 뒷간이라 부릅니다.
만대루에 오르지 않아도, 마당에서 올려다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입장료는 없습니다. 누각의 이름처럼 늦은 오후에 찾아가고,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갈 길을 나서세요. 산책로에는 조명이 없고, 마지막 구간은 숲속을 지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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