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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과 물때 사이, 순천: 한국 남해안의 느린 하루
순천은 서울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남쪽으로 두 시간 반쯤 달리면 닿는다. 이곳의 하루는 두 가지를 나란히 품는다. 이끼를 그대로 간직한 산사, 그리고 10월 하순부터 금빛으로 물드는 갯벌의 만.
선암사, 골짜기를 따라 한 시간
1번 버스는 순천역 앞 정류장에서 출발해 조계산 동쪽 기슭의 선암사까지 한 시간쯤 걸린다. 매표소를 지나면 길은 20분 동안 계곡물을 따라 이어지다가, 홍예 하나로 선 돌다리 승선교에 이른다. 물가로 내려서면 그 둥근 곡선 안에 누각 한 채가 액자처럼 담긴다.
절은 수수하다. 군데군데 단청을 올리지 않은 나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나무로 지은 해우소인 뒷간은 문화재로 보호받는 건물이면서 지금도 쓰인다. 위쪽 담장을 따라 선 늙은 매화나무들은 3월에 꽃을 피운다.
만 곁에서 먹는 짱뚱어탕
역으로 돌아와 66번이나 67번 버스를 타면 25분쯤 뒤 순천만습지에 닿는다. 입구 근처 식당들은 짱뚱어탕을 낸다. 짱뚱어를 갈아 된장과 시래기를 넣고 걸쭉하게 끓인 탕이다. 구수하고 든든하며, 이름에서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
갈대밭, 그리고 언덕
나무 데크길이 갈대밭을 1킬로미터 넘게 가로지른다. 그 너머로 숲길이 용산전망대까지 오른다. 입구에서 40분쯤 걸리는 그곳에 서면 물길이 갯벌 사이로 S자를 그리며 휘어진다. 흑두루미는 10월 하순부터 3월까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새들이 안전하게 내려앉을 수 있도록 인근 논의 전봇대를 뽑아냈다.
순천만의 갈대는 늦가을에 가장 깊은 빛을 낸다.
해 지기 40분 전에 전망대에 올라, 물이 하늘빛을 닮아 갈 때까지 머물러 보자. 걸어 들어가기 전에 정류장 안내판에서 막차 시간을 확인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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