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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바닥과 물탱크: 창신동에서 읽는 한국 드라마의 옥상
한국 드라마는 아홉 회를 유리 사무실에서 보내다가, 가장 솔직한 장면 하나를 옥상에 올려놓는다. 두 사람, 접이식 테이블, 그리고 도무지 현실 같지 않은 초록색 바닥. 그 바닥은 미술팀의 선택이 아니다. 서울의 수만 채 건물에 칠해진 것과 똑같은 페인트다.
초록색은 페인트 통에서 나온다
한국의 옥상은 우레탄 방수로 마감되고, 표준 색은 아주 옅은 민트빛이 도는 무광 초록이다. 롤러로 넓게 밀어 띠처럼 겹쳐 칠한다. 값이 싸고, 여름 장마를 막아주고, 하늘이 잿빛으로 내려앉은 뒤에도 빛을 붙잡고 있다. 그 옆에는 물탱크가 있고, 콘크리트 덩이로 눌러놓은 빨래 건조대가 있고, 종종 꼭대기에 세 든 방 하나가 있다. 옥탑방 — 한국 드라마에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다.
창신동, 직접 걸어볼 수 있는 판본
동대문에서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창신동은 비탈에 겹겹이 쌓인 봉제 동네다.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으로 오토바이가 원단 뭉치를 실어 나르고, 지붕들은 계단처럼 층층이 내려앉는다. 그래서 어느 골목에 서든 남산 쪽으로 백 개쯤 되는 초록 바닥을 건너다보게 된다. 언덕 꼭대기에서는 화강암 채석장 절벽이 열리고, 그 벼랑에 무료 공용 전망대가 얹혀 있다.
전망을 위해 옥상을 짓는 사람은 없다. 서울에서 전망이란 물탱크와 빨래 건조대와 페인트를 놓고 남은 자리다.
어디까지 올라가도 되는가
이 옥상들 대부분은 누군가의 집이거나 작업장이고, 잠기지 않은 계단실 문은 초대장이 아니다. 채석장 전망대는 공용이다. 능선을 따라 늘어선 작은 카페 몇 곳은 손님에게 자기네 옥상을 열어주는데, 높이를 얻는 정직한 방법은 그쪽이다. 평일 늦은 오후에 가보길. 재봉틀이 아직 돌아가고, 빛이 옆에서 들어오는 시간이다.
옥상 바닥이 초록색인 이유는 미술팀이 아니라 방수 페인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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