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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옥탑방, 후암동 108계단에서 바라보다
한국 드라마에서 옥탑방은 아직 일궈 가는 중인 삶을 상징한다. 연둣빛 옥상 바닥과 플라스틱 테이블, 빨랫줄에 널린 빨래, 그리고 발아래 환하게 불 밝힌 도시가 늘 함께한다. 이 방들은 실제로 존재한다. 남산 아래 비탈에서는 누구의 옥상에도 발을 들이지 않고, 공공 계단에 서서 수십 채의 옥탑방을 볼 수 있다.
옥탑방이 상징하는 것
옥탑방은 저층 주택이나 빌라 옥상에 올린 작은 공간이다. 상당수는 창고나 빨래 공간으로 시작해 나중에 세를 놓게 되었다. 8월에는 덥고, 1월에는 춥고, 값은 싸다. 그래서 작가들은 막 서울에 올라온 인물이나 모든 것을 잃은 인물에게 옥탑방을 내준다. 옥상 바닥에는 대개 초록색 방수 페인트가 칠해져 있어, 위에서 내려다볼 때 옥탑방을 알아보는 가장 쉬운 단서가 된다.
후암동과 108계단
후암동은 서울역과 남산 사이 비탈에 자리 잡은 동네로, 서울역에서 걸어서 15분 남짓이다. 108계단은 아랫동네 골목에서 소월로까지 이어지고, 이제는 계단 옆으로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다녀 오르막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중간쯤에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발아래로 물탱크와 위성 안테나, 초록색 옥상이 조각보처럼 펼쳐지고, 그중 몇몇 옥상에는 풍경을 향해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해 질 녘의 해방촌
계단 꼭대기에서 소월로를 따라 동쪽으로 걸으면 해방촌에 닿는다. 이곳의 집들은 워낙 가파르게 층층이 들어서 있어, 윗길에서 아랫집 옥상이 곧장 내려다보인다. 해 지기 한 시간 전쯤 찾아가자. 남산 위 타워에 불이 들어오고, 옥탑방 안에도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동네 카페와 바 몇 곳에는 루프톱 테라스가 있으니, 옥상에 앉아 보고 싶다면 바로 그런 곳을 찾으면 된다.
들여다보되 침범하지 않기
이곳은 대부분 학생과 사회 초년생이 세 들어 사는 집이다. 사람보다는 스카이라인을 찍고, 해가 진 뒤 주택가 골목에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대문이 열려 있더라도 바깥 계단에는 오르지 말자.
옥탑방은 드라마 세트가 아니라 누군가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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