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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빈과 리좡: 양쯔강이 제 이름을 얻는 곳에서 보내는 느린 이틀
동이 튼 직후 허장먼(合江门)의 돌난간 앞에 서면 지도가 그대로 눈앞의 풍경이 된다. 오른쪽에서는 진사강(金沙江)이, 왼쪽에서는 민강(岷江)이 흘러온다. 두 물줄기가 맞닿는 지점 아래부터 강은 양쯔강, 곧 창장(长江)이라 불리고, 그 이름을 바다까지 가져간다. 쓰촨 남부의 이빈(宜宾)은 두 강 사이 쐐기 모양의 땅에 들어선 도시로, 서두르지 않는 이틀을 들일 만하다.
강이 이름을 얻는 곳
옛 시가지는 이곳에서 한 점으로 좁아지고, 그 끝에 놓인 광장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것이다. 검을 들고 동작을 익히는 사람들, 휴대용 스피커, 춤추는 무리 사이로 유모차를 모는 조부모들. 넓은 계단을 내려가 스카이라인이 아니라 수면을 보자. 두 물살의 빛깔은 좀처럼 같지 않다. 한쪽은 더 맑고 다른 쪽은 토사를 더 많이 실어 나르는데, 그 경계선은 뜻밖에 멀리까지 이어지다가 흐려진다. 어느 강이 흙빛인지는 비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광장 뒤편, 동쪽 수문인 수이둥먼(水东门) 주변에는 옛 성벽 한 자락이 남아 있고, 회색 돌덩이는 습기와 양치식물로 검게 물들어 있다. 강 건너 바이타산(白塔山)에는 흰 탑이 서 있다. 그 언덕은 늦은 오후를 위해 아껴 두자. 빛을 등지고 서면 고개를 한 번 돌리는 사이 세 강이 모두 시야에 들어온다.
金沙江与岷江在合江门相汇,从这里起才叫长江。
본래 국물 없이 먹는 한 그릇
아침은 란몐(燃面)이다. 흔히 ‘불타는 국수’로 옮기지만, 이 이름이 가리키는 것은 매운맛이 아니라 국물이 없다는 사실이다. 가는 면을 삶아 물기가 거의 남지 않도록 세게 털어 낸 뒤 유채기름, 부순 땅콩, 쪽파, 그리고 야차이(芽菜)를 얹어 낸다. 야차이는 이빈이 쓰촨 전역으로 내보내는, 검고 달콤짭짤한 갓 줄기 절임이다. 면 한 가닥에 불이 붙을 만큼 물기 없이 기름지다는 것이 예부터 내려오는 자랑이다.
가게는 다관러우(大观楼) 주변 옛 시가지 골목에 모여 있다. 간판의 두 글자와 출근 차림으로 늘어선 줄을 찾으면 된다. 점원은 몇 량(两)인지 묻는데, 량은 국수를 파는 단위이고 두 량이면 평범한 아침 한 끼다. 면이 굳기 전에, 받자마자 바닥부터 비빈다. 맑은 국물 한 그릇을 곁들이는 것이 보통인데, 면에 붓는 것이 아니라 한 입씩 먹는 사이에 마시는 용도다.
옛 골목과 바위에 판 물길
합류 지점에서 안쪽으로 몇 분 걸으면 관잉제(冠英街)가 나온다. 문턱이 높고 문머리에 조각을 새긴 회색 벽돌 안뜰 가옥이 늘어선 짧은 골목으로, 복원을 거쳐 일부는 찻집이 되었다. 밑동으로 통로가 뚫린 성문 모양의 누각 다관러우는 옛 시가지의 큰길들이 만나던 자리를 알려 주며, 주변 블록에서는 지금도 일상의 장보기가 이루어진다.
그다음에는 민강을 건너 잔을 띄우던 못, 류베이츠(流杯池)로 간다. 언덕 기슭의 좁은 바위틈에서, 당시로서는 외진 강변 고을이던 이곳으로 보내져 온 송나라 시인이자 서예가 황정견(黄庭坚)은 돌바닥에 굽이진 물길을 파게 했다. 술잔을 그 물길에 띄워 보내고, 잔이 누군가의 곁에 멈추면 그 사람이 술을 마시고 좌중에 시 한 구절을 내놓아야 했다. 물길은 지금도 남아 있다. 폭은 손 몇 뼘 남짓, 굽이마다 돌 의자가 놓였고, 위쪽 암벽에는 수백 년에 걸친 글씨가 새겨져 올라간다.
저녁은 바바사오(把把烧)의 차지다. 한 줌씩 쥐고 굽는 작은 꼬치로, 길가의 낮은 의자에 앉아 먹는다. 쟁반을 손으로 가리키면 되고, 꼬치 개수는 마지막에 센다.
하류로, 리좡까지
리좡(李庄)은 양쯔강을 따라 약 20킬로미터 내려간 남쪽 기슭에 자리한 장터 마을로, 나무 점포와 돌 깔린 골목이 이어진다. 가장 먼저 찾을 곳은 돗자리 짜는 이들의 골목, 시쯔샹(席子巷)이다. 양쪽 위층이 앞으로 기울어 처마가 거의 맞닿고, 하늘은 팔뚝 너비의 띠로 줄어든다. 양제(羊街)는 더 넓고 조용하며, 상인 저택의 대문이 줄지어 있다.
1940년대, 대학과 연구 기관들이 내륙으로 옮겨 갈 때 이 작은 마을은 그중 여러 곳을 받아들였고, 마을의 사당과 사찰은 강의실과 도서관, 박물관 수장고로 쓰였다. 장씨 가문의 사당인 장자츠(张家祠)는 그 시절을 가장 또렷하게 간직한 곳으로, 구름 속 학을 새긴 창살 판으로 이름났다. 같은 자세의 새는 한 마리도 없다. 강 가까이에는 위왕궁(禹王宫) 경내가 물을 마주하고, 닳은 계단이 나루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양쯔강은 넓고, 흙빛이며, 빠르다.
흰 고기, 그리고 들판 속 농가
점심은 리좡 바이러우(李庄白肉)다. 삶은 돼지고기를 손 길이만큼 길게, 빛이 비칠 만큼 얇게 썬다. 가게 앞에서 고기 써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주문의 일부다. 상에서는 고기 한쪽 끝을 집고 젓가락을 돌려 말아 감은 뒤, 찧은 마늘과 고추를 담은 종지에 훑어 찍는다. 식사 뒤에는 바이가오(白糕)를 사자. 계수나무꽃 향이 나는 부드럽고 흰 쌀가루 떡으로, 큰 골목을 따라 종이 봉지에 담아 판다.
오후의 일정은 골목 바깥에 있다. 채소밭과 대나무 사이의 농가 웨량톈(月亮田)에는 중국영조학사(中国营造学社)가 전쟁 시기 사무실을 두었고, 량쓰청(梁思成)과 린후이인(林徽因)이 이곳에서 중국 건축사를 집필했다. 방은 낮고 소박하며, 창가에 제도용 책상이 놓여 있다. 마을 남쪽의 쉬안뤄뎬(旋螺殿)은 그들이 글로 다룬 바로 그런 건축물이다. 들판 한가운데 언덕 위에 선 명나라 때의 작은 팔각 전각으로, 목조 공포가 지붕을 향해 나선을 그리며 안쪽으로 층층이 좁혀 든다.
가는 길과 확인할 것들
이빈은 청두둥역(成都东站)에서 고속열차로 금방 닿는다. 시내에는 이빈시역(宜宾西站)을 비롯해 기차역이 둘 이상 있으니, 기사에게 행선지를 말하기 전에 승차권을 확인하자. 리좡은 옛 시가지에서 시내버스나 차량 호출 서비스로 간다. 노선 번호와 정류장은 바뀌곤 하므로, 지도 앱이나 호텔 프런트에서 최신 정보를 얻으면 된다.
봄과 가을이 가장 너그러운 계절이다. 쓰촨 분지의 여름은 덥고 후텁지근하며 비가 온 뒤에는 강물이 불어나고, 국가 공휴일 연휴에는 리좡의 골목이 어깨를 맞댈 만큼 붐빈다. 국수와 꼬치는 소박한 길거리 한 끼 값이며, 가격은 벽에 붙은 메뉴판에 적혀 있다. 일부 사당과 외곽 명소는 입장권이 필요하고 때로는 통합권으로 묶여 있으며, 운영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마을 입구의 관광 안내소나 이빈시 공식 문화관광 채널에서 확인하자.
흔한 실수는 리좡을 점심 한 끼 들르는 곳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웨량톈과 쉬안뤄뎬은 더위 속에 편히 걸어갈 만한 거리 밖에 있고, 들판에서는 골목에서보다 차를 잡기 어렵다. 기사가 떠나기 전에 돌아갈 차편을 정해 두고, 현금을 선호하는 노점에 대비해 현금을 조금 챙기고, 이 마을에 하루를 온전히 내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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