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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리베이의 몬스터 빌딩: 두 편의 영화가 세상에 알린 홍콩의 안뜰
타이쿠(太古)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면 평범한 홍콩이 펼쳐진다. 약국, 빵집, 킹스로드를 헤치며 달리는 버스들. 몇 분쯤은 지도를 의심하게 된다. 그러다 상점들 사이의 좁은 틈으로 들어서서 고개를 들면, 하늘이 사각형으로 닫힌다. 사방으로 마흔 층 높이까지 에어컨 실외기가 켜켜이 쌓이고, 빨래 장대가 안테나처럼 삐죽 솟아 있으며, 수천 개의 창문이 머리 위 하나의 잿빛 절벽이 되어 아득히 떨어져 나간다. 인터넷이 몬스터 빌딩(怪兽大厦, 궈이서우다샤)이라 부르는 곳이다. 정작 이곳에 사는 사람 중 그 이름을 쓰는 이는 없지만.
우물을 찾아서
이 단지는 홍콩섬 북쪽 해안 쿼리베이(鲗鱼涌, 저이위충)에 자리한다. 가장 쉬운 길은 MTR 아일랜드선을 타고 타이쿠(太古, 타이구)역에서 내리는 것. B출구로 나와 킹스로드를 따라 서쪽으로 5분쯤 걸으면 번지수가 1030번대, 1040번대로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에 담기는 핵심은 킹스로드 1041번지 몬테인 맨션(海山楼, 하이산러우)의 안뜰이다. 철물점과 인쇄소 카운터, 작은 식당 한두 곳이 늘어선 지붕 덮인 통로를 지나 들어간다.
그 유명한 풍경은 거리가 아니라 이 우물 같은 안뜰 안에서 곧장 위를 올려다볼 때 나온다. 탑들이 텅 빈 공간 위로 기울어 있는 탓에 안뜰은 하루 대부분 그늘에 잠기고, 빛이 고르게 퍼지는 것은 정오 무렵 한 시간 남짓뿐이다. 휴대폰보다 무거운 것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 것. 뒤로 물러설 공간이 없고, 삼각대를 세우면 곧장 주민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을 막게 된다.
하나로 자라난 다섯 개의 탑
하나의 괴물처럼 보이는 이곳은 사실 다섯 개의 별개 건물이다. 익청(益昌), 익펏(益发), 폭청(福昌), 몬테인 맨션, 그리고 오셔닉 맨션(海景楼). 1960년대 후반에 서로 바짝 붙여 지어진 탓에 비상계단과 통로가 얽히며 하나의 덩어리가 되었다. 이들을 합치면 2천 세대를 훌쩍 넘고, 대부분이 아주 작다. 전성기에는 10분이면 한 바퀴 도는 부지 위에 1만 명가량이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1층을 보면 건물이 스스로를 설명한다. 이곳의 상점은 동네 상점이다. 세탁소, 문구점, 플라스틱 대야와 대걸레 자루를 파는 가게. 두 블록 동쪽 타이쿠 쇼핑몰의 부티크와는 다르다. 탑 위쪽 세대의 임대료가 홍콩섬에서 비교적 저렴한 축에 드는 건, 바로 집이 작고 창밖 풍경이 온통 다른 집들의 벽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만들어내는 밀도가, 근처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이 주소를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바로 그 밀도다.
이 주소를 바꾼 두 편의 영화
이 안뜰은 카메라가 발견하기 훨씬 전부터 사람들이 살아가는 주거 단지였다. 두 번째 삶은 두 대작이 압축된 수직의 홍콩을 담아내는 배경으로 이곳을 쓰면서 시작됐다. 2014년 미국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그리고 2017년 실사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다. 어느 영화도 무엇을 지어낼 필요가 없었다. 세트는 이미 60년의 세월만큼 깊게 지어져 있었고, 제작진은 그저 방문객들이 이제 줄을 서서 찍는 그 우물 위쪽을 향해 카메라를 겨누기만 하면 됐다.
영화 다음엔 휴대폰이 왔다. 샤오홍수(小红书)나 인스타그램에서 怪兽大厦를 검색하면 똑같은 프레임이 수만 번 되풀이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통로에 홀로 선 한 사람, 그 뒤로 잿빛 절벽. 건물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빛이 밋밋해지기 전에 한 컷을 노리며 아침 여덟 시에 사유지 안뜰에 서 있는 낯선 이들의 숫자다.
안내문이 붙은 데는 이유가 있다
2019년과 2020년 무렵부터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은 통로 입구마다 안내문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곳은 사유지이니, 목소리를 낮추고, 통로를 막지 말며, 상업 촬영은 금한다는 내용이다. 그 뜻은 번역이 없어도 충분히 분명하다.
사유지입니다. 소음을 내지 마시고, 주민들을 방해하지 마십시오. 이곳은 전망대가 아니라 집입니다.
단속은 느슨해서, 대개는 여전히 들어가 위를 올려다보고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안뜰은 주민들이 장바구니와 책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 로비로 향하는 지름길이고, 관광객 한 무리가 그 위에서 포즈를 취하면 30초짜리 심부름이 장애물 코스가 되어버린다. 조용히 해달라는 부탁은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건물이 방문객을 참아주느냐, 아니면 이미 몇몇 홍콩 사진 명소가 그랬듯 통로를 아예 닫아버리느냐를 가르는 차이다.
海山楼是居民的家,不是布景——安静地看,安静地走。
가되, 조용히 가기
입장은 무료다. 지불하는 것이라곤 옥토퍼스 카드로 찍는 MTR 요금뿐이고, 타이쿠에서 센트럴까지는 홍콩달러로 20달러가 채 안 된다. 평일 오전 늦게부터 이른 오후 사이에 가는 것이 좋다. 잿빛으로 흐린 홍콩 하늘의 평평한 빛이 강한 햇살보다 훨씬 너그럽게 우물 안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화창한 날은 그림자만 더 깊게 만든다. 여기에 동쪽으로 걸어 옛 타이쿠 조선소 거리나 해안 산책로까지 이어보라. 둘 다 잠깐 걸으면 닿으니, 여정이 사진 한 장 이상이 된다. 피해야 할 단 하나의 실수는 이 안뜰을 무대로 여기는 것이다. 시끌벅적한 무리로 들이닥치고, 통로 가득 촬영을 벌이고, 주민들이 지나야 할 자리에 서 있는 일. 담으러 온 프레임을 담았다면, 다시 킹스로드로 물러나 이 건물이 수천 명이 살아가는 곳으로 돌아가게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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