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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짓는 대신 빌리는 산시(山西)의 성곽 도시, 핑야오
매표소가 문을 열기 전, 南大街 (난다제)에 내려앉은 빛은 가장 먼저 도착한 이의 것이다 — 청소부, 배달 삼륜차, 때로는 아직 셔터가 내려진 상점 앞 판석 위에 달리 트랙을 까는 촬영팀. 핑야오(平遥)는 오래된 중국 도시인 척하지 않는다. 성벽에 둘러싸인 채 온전히 남은, 진짜 오래된 도시다. 그리고 카메라들은 배웠다 — 진짜를 빌리는 편이 짓는 것보다 싸다는 것을.
거북을 닮은 도시
성벽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1370년, 명나라 초기의 일이다. 지금도 한 바퀴가 온전히 이어진다 — 회색 벽돌로 마감한 다진 흙 성벽 약 6킬로미터, 높이 10미터, 여섯 개의 문. 현지인들은 이 도면을 龟城 (구이청), 곧 거북 도시로 읽는다. 한 문은 머리, 한 문은 꼬리, 나머지 넷은 다리다. 성곽에 올라 한 구간을 걸으며, 빨래와 태양광 패널이 같은 기와지붕을 나눠 쓰는 안뜰을 내려다볼 수 있다.
구시가에 들어서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거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값을 치르는 것은 通票 (퉁퍄오), 사흘간 유효한 약 ¥125짜리 통합권으로, 성벽과 그 안의 열아홉 남짓한 명소 — 현 관아, 사원들, 옛 은행들을 아우른다. 한 번 사면 머무는 내내 쓸 수 있는데, 이 점이 중요하다. 핑야오는 반나절짜리 도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돈이 모이던 곳, 시다제
西大街 (시다제)로 접어들면, 현지 안내인들이 청나라의 월가라 부르는 거리에 서게 된다. 이곳에 1823년 문을 연 日昇昌 (르성창)이 있다. 중국 최초의 票号 (표호), 곧 어음 은행으로, 상인이 핑야오에 은을 맡기고 그 증표를 들고 베이징이나 한커우(汉口)에서 찾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계산방과 금고는 이제 박물관이 되었고, 어음의 액면가를 표시하던 암호 문자는 지금도 벽에 그려진 채 남아 있다.
은행에는 힘이 필요했고, 시다제는 그것도 품고 있었다 — 镖局 (표국), 제국을 가로질러 은을 실어 나른 무장 호위 회사들이다. 그중 두 곳의 회관이 작은 박물관으로 남아, 사실상 그 시대의 경비 회사였던 호송인들의 깃발과 칼을 걸어 두고 있다. 촬영팀이 찾아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점포의 정면도, 조각된 상인방도, 매달린 간판도 시대에 어긋남 없이 읽힌다 — 애초에 그 건물이기를 멈춘 적이 없기 때문이다.
这里的老字号、镖局与票号大多保留原址,拍古装戏几乎不必另搭布景。
디젤 공장 안의 영화 궁전
성곽 도시의 북동쪽 모퉁이, 한때 디젤 엔진 공장(柴油机厂, 차이유지창)이 있던 자리에서, 건축가들은 공업용 창고를 그대로 두고 그 안으로 극장을 밀어 넣었다. 이곳이 平遥电影宫 (핑야오 뎬잉궁), 핑야오 영화 궁전이다. 2017년 10월에 문을 열어, 한 시간 거리의 펀양(汾阳)에서 태어난 감독 자장커(贾樟柯)가 그해 창설한 영화제를 열고 있다.
주요 상영관은 번호 대신 영화의 이름을 단다. 하나는 小城之春 (샤오청즈춘)으로, 페이무(费穆)가 1948년에 그린 폐허가 된 마을 이야기에서, 또 하나는 站台 (잔타이)로, 자장커 자신이 그린 산시의 극단 이야기에서 따왔다. 매년 10월 열흘 동안 안뜰은 시사회와 목걸이 출입증으로 가득 찬다. 나머지 시기에도 복합관은 열려 있다 — 스크린 하나, 서점 하나, 그리고 천장이 여전히 기계 작업장 높이 그대로인 카페 하나.
인파에 앞서, 삼각대들이 온다
平遥县衙 (핑야오 셴야), 전국에서 가장 잘 보존된 현 관아는 옛 연극을 지금도 올린다. 하루에 여러 차례 — 대략 09:30, 11:00, 15:30 — 배우들이 지현의 재판, 곧 升堂 (성탕)을 재현한다. 진짜 지현이 앉았던 그 대청에서, 나무 방망이까지 갖춰서. 관광객을 위한 연출이지만, 동시에 이 도시 전체가 파는 것을 조용히 리허설하는 셈이기도 하다.
이 도시가 파는 것은 세월의 흔적이다. 헝뎬(横店) 같은 전용 야외 세트장에서는 회벽이 한 계절 묵은 것이지만, 여기서는 돌 문지방이 네 세기의 발길에 움푹 파여 있고, 렌즈는 그것을 한 프레임에 담아낸다. 촬영팀은 여덟 시에 문이 열리기 전 한 시간 동안 거리를 예약해, 정말로 닫힌 셔터를 배경으로 청나라 상인이나 공화국 시대의 장면을 찍고, 첫 관광 깃발이 오르기 전에 사라진다.
세트장은 정해진 일정대로 늙는다. 도시는 제 힘으로 늙는다.
소고기, 식초, 그리고 완퉈 한 그릇
누구나 손에 들고 돌아가는 핑야오의 유일한 특산품은 平遥牛肉 (핑야오 뉴러우)다. 소금물에 뭉근히 조린 짙은 빛깔의 절임 소고기로, 큰길의 두 집 걸러 한 집마다 진공 팩으로 판다. 한 덩이에 대략 ¥30에서 ¥60. 팩이 아니라 칼로 즉석에서 썰어 주는 것은 기념품용이 짐작케 하는 것보다 부드럽고 덜 짜다.
찾아 먹을 길거리 음식은 碗托 (완퉈)다. 그릇에서 식혀 굳힌 메밀묵을 그대로 엎어 내어 가는 띠 모양으로 썰고, 山西老陈醋 (산시 라오천추) — 이 지방의 오래 숙성한 흑식초 — 에 고추기름과 생마늘을 곁들여 차게 무친다. 노점에서 한 그릇에 5에서 8위안. 산시 사람들은 다른 고장이 소금을 쓰듯 신맛을 쓰고, 이곳의 식초는 나무 냄새가 날 만큼 오래 묵었다.
가는 길, 그리고 내리면 안 되는 역
핑야오에는 기차역이 둘 있고, 이 둘을 헷갈리는 것이 흔한 실수다. 고속철 平遥古城站 (핑야오 구청 역)은 이름과 달리 들판 한가운데 8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108번 버스나 20~30위안짜리 택시로 마지막 구간을 마쳐야 한다. 재래선의 옛 平遥站 (핑야오 역)은 서문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다 — 느린 기차지만, 내리면 거의 곧장 성벽 안이다.
타이위안남역(太原南站)에서 고속철로 30분 남짓, 요금은 약 ¥35. 시안북역에서는 대략 세 시간, 베이징에서는 약 네 시간이다. 성안에는 자가용이 다니지 않으니 짐은 가볍게, 신발은 돌길에 맞는 것으로. 온화한 날씨를 원한다면 4월에서 10월 사이가 좋지만, 영화제 기간에는 안뜰 여관 — 온돌 침상 炕 (캉)을 갖춰 복원한 客栈 (커잔), 하룻밤 ¥150에서 ¥400 — 이 몇 주 전부터 동난다는 것을 알아 두시라. 겨울은 이곳을 비우고 매섭게 얼어붙는데, 그것은 또 그것대로 하나의 추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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