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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와쿠 온천, 《꽃이 피는 첫걸음》이 지어낸 등불 축제를 마을이 이어 가는 곳
가나자와역을 떠난 버스는 한 시간 가까이 걸려 도시를 벗어나고, 점점 좁아지는 골짜기를 따라가다가 길이 끝나는 곳에서 멈춘다. 종점은 유와쿠 온천(湯涌温泉)이다. 비탈진 길 하나, 손에 꼽을 만큼의 여관, 공중목욕탕 하나, 그리고 삼면을 둘러싼 삼나무 숲이 전부다. 한여름부터 가을까지 이 길에는 나무 기둥 위에 올린 종이 등롱이 줄지어 서는데, 그 등롱이 여기 있는 까닭은 한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마지막 몇 화에 쓸 축제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열리기도 전에 먼저 쓰인 축제
《꽃이 피는 첫걸음》(花咲くいろは)은 도쿄의 십 대 소녀 오하나가 할머니의 온천 여관 깃스이소(喜翆荘)로 보내져 일하게 되는 이야기로, 무대는 유노사기(湯乃鷺)라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이름만 바꾼 유와쿠다. 유와쿠의 유래담에는 흰 백로가 샘에 내려앉아 쉬는 모습을 지켜보다 온천을 찾아낸 농부가 등장하고, 공중목욕탕은 지금도 시라사기노유(白鷺の湯, 백로의 탕)라 불리며, 가상의 지명에 들어 있는 ‘사기’ 역시 백로를 뜻한다.
시리즈는 결말을 위해 본보리 축제를 지어냈다. 이야기 속에서 마을 신사의 작은 여우 신은 신들이 이즈모에 모인다고 전해지는 시월에 그곳까지 길을 떠나야 하고, 마을 사람들은 기둥 위에 올린 종이 등롱인 본보리(ぼんぼり)를 밝혀 그 길을 비춰 준다.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유와쿠에 본래 있던 풍습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시리즈가 방영되던 해 가을, 마을과 제작 스튜디오는 이를 유와쿠 본보리 마쓰리(湯涌ぼんぼり祭り)라는 이름으로 실제로 열었고, 축제는 그 뒤로 거의 해마다 돌아왔다.
계단 끝의 신사
유와쿠 이나리 신사(湯涌稲荷神社)로 가려면 큰길에서 건물 사이로 빠져나가는 돌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여관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지나치기 쉽다. 계단 위의 사당은 작은 목조 건물로, 이나리 신사임을 알리는 돌 여우가 놓여 있고, 삼나무가 그 위를 덮듯 에워싸고 있다.
소원을 적는 패는 노조미후다(のぞみ札)라고 한다. 등롱이 걸리는 철에는 마을에서 이 패를 팔고, 사람들은 펠트펜으로 소원을 적어 길가의 본보리에 매단다. 그 주에 어디서 파는지는 관광협회에 물으면 알 수 있다. 대부분은 여느 신사에서 비는 것들, 곧 시험과 건강과 순산을 빌고, 적지 않은 패의 한쪽 구석에는 공들여 그린 캐릭터 그림이 들어 있다.
のぞみ札に願いを書いて、ぼんぼりに結ぶ。
안내는 그보다 길지 않다. 패에 소원을 적어 등롱에 묶으라는 것이다. 이곳은 세트장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실제로 찾는 신사이니 목소리를 낮추고, 계단 사진은 한쪽으로 비켜서 찍어 오르는 사람들의 길을 터 두자.
그려진 것과 남아 있는 것
깃스이소는 찾아갈 수 없다. 애초에 하나의 건물이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영향을 준 곳으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웅장한 호텔 하쿠운로(白雲楼)는 마을 위 산비탈에 서 있었으나 이미 철거되었다. 실제 료칸들 사이에서 그 현관을 찾아다녀 봐야 남의 집 문 앞에 서게 될 뿐이고, 이곳 여관들은 규모가 작아서 카메라를 든 낯선 사람이 현관에 들어서면 금세 눈에 띈다.
마지막 여관을 지나 오르막을 조금 걸으면 교쿠센코(玉泉湖)에 닿는다. 둘레에 산책로가 난 고요한 초록빛 연못으로, 시리즈는 이곳을 실제와 가깝게 그려 냈다. 그 곁에는 작은 히무로(氷室), 곧 얼음 창고가 있다. 유와쿠는 한겨울에 이곳을 눈으로 채웠다가 초여름에 문을 여는데, 겨울 눈을 여름 얼음으로 간직하던 가가번의 풍습을 되살린 것으로, 두 날 모두 소박한 공개 행사로 치러진다. 축제의 밤, 행렬은 이 연못에서 끝나고 모아 온 패는 여기서 태워진다.
마을의 평범한 오후
축제 때가 아니면 유와쿠는 조용하다. 시라사기노유는 소유(総湯), 곧 공동 목욕탕으로, 주민들이 저마다 목욕 바구니를 들고 찾아온다. 입구에서 요금을 내고, 신발은 사물함에 넣고, 수건은 가져오거나 사면 된다. 요금은 스파보다는 동네 목욕탕에 가까운 수준이라 생각하면 되고, 현재 요금과 휴무일은 입구에 게시되어 있다.
오후의 남은 시간은 두 곳의 박물관이 채워 준다. 가나자와 유와쿠 유메지관(金沢湯涌夢二館)은 목이 길고 애수 어린 여인들을 그린 다이쇼 시대의 화가 다케히사 유메지(竹久夢二)를 기리는 곳으로, 그는 연인 히코노와 함께 이곳에서 몇 주를 머물렀다. 골짜기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나오는 가나자와 유와쿠 에도무라(金沢湯涌江戸村)는 에도 시대의 농가와 상가를 옮겨 와 모아 놓은 야외 전시 시설이다. 두 곳 모두 입장료가 있고 정해진 날에 쉬므로, 각 시설의 공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길가에서 보는 축제의 밤
본 행사의 밤은 가을, 대개 10월에 찾아오며 마을의 모습을 바꿔 놓는다. 여관이 손에 꼽을 만큼뿐인 마을에 수천 명의 방문객이 몰려든다. 거리는 본보리 불빛으로 밝혀지고, 행렬이 등롱을 들고 신사에서 연못까지 올라가며, 신관이 의식문을 읽고, 패가 불탄다. 해가 골짜기를 떠나면 어둡고 춥고, 신사 계단에서 교쿠센코로 이어지는 길은 바닥이 고르지 않다.
방문객이 오판하기 쉬운 것은 오가는 길과 묵을 곳이다. 축제 당일 밤에는 골짜기 도로에 자가용 진입이 통제되고 도심에 더 가까운 주차장에서 셔틀버스가 운행된 바 있으며, 여관은 한참 전에 예약이 찬다. 운영 방식은 해마다 달랐으므로, 믿을 만한 안내는 주최 측이 그해에 내는 공지뿐이다. 등롱 철의 평범한 저녁에 찾으면 불 밝힌 거리와 신사 계단을 누릴 수 있고, 다른 사람은 거의 없다.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
버스는 호쿠테쓰(北陸鉄道)가 운행하며, 가나자와역 겐로쿠엔 출구(兼六園口) 앞 터미널에서 출발한다. 행선지가 湯涌温泉으로 표시된 편에 올라 종점까지 가면 된다. 배차는 시내 노선보다 훨씬 드물다. 오르막을 걷기 전에 유와쿠 정류장에서 돌아가는 편 시간표를 사진으로 찍어 두고, 가진 카드가 당연히 될 것이라 여기지 말고 이 노선에서 어떤 결제 카드를 받는지 운행사에 물어보자.
등롱을 보려면 한여름부터 가을 축제 사이에, 목욕이 목적이라면 어느 계절에든 좋다. 다만 골짜기에는 가나자와 시내보다 눈이 많이 쌓이고 겨울에는 버스가 늦어질 수 있다. 축제 날짜와 등롱 기간, 패 판매는 유와쿠 온천 관광협회가 공지하고, 박물관 운영 시간은 시의 공식 관광 사이트에 실려 있다. 피해야 할 실수는 축제의 밤을 가나자와에서 가볍게 다녀오는 저녁 나들이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골짜기를 내려갈 확실한 방법이나 몇 달 전에 잡아 둔 방이 없다면, 그 밤은 긴 줄과 짧은 시간표가 붙은 버스 정류장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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