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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 노란 안내판, 일본 역에서 맞는 출구를 고르는 법
금요일 저녁 이케부쿠로(池袋). 두 친구가 “역 출구에서” 만나기로 해 놓고는, 20분 동안 전화기를 붙든 채 서로 다른 백화점을 설명하고 있다. 한 사람은 동쪽에, 다른 한 사람은 서쪽에 서 있고, 그 사이에는 여러 철도 회사의 승강장과 밀려드는 퇴근 인파가 놓여 있다. 둘 중 누구도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같은 역에서 나와 서로 다른 두 동네에 서 있을 뿐이다.
역은 하나의 장소가 아니다
일본의 큰 역은 열차가 관통하는 하나의 지구라고 이해하는 편이 낫다. 신주쿠(新宿)의 JR 개찰구에는 동쪽, 서쪽, 남쪽, 신남쪽의 이름이 붙어 있고, 도로와 오피스 타워의 이름을 딴 개찰구도 따로 있다. 가장 멀리 떨어진 개찰구 사이를 걷는 길은 여름이면 몸으로 느껴질 만큼 길다. 도쿄역(東京駅)은 깔끔하게 둘로 나뉜다. 붉은 벽돌 역사가 황궁 쪽을 바라보는 마루노우치(丸の内) 쪽, 그리고 신칸센 개찰구와 고속버스 터미널이 있는 야에스(八重洲) 쪽이다.
어느 쪽으로 나서느냐가 처음 마주할 풍경을 정하고, 때로는 목적지를 찾을 수 있느냐까지 정한다. 교토역(京都駅)에서 가라스마 쪽(烏丸口, 가라스마구치)은 북쪽으로 열려 시내버스 터미널과 교토 타워를 마주하고, 하치조 쪽(八条口, 하치조구치)은 남쪽으로, 신칸센 개찰구 곁으로 열린다. 역에서 몇 분 거리라고 소개하는 호텔은 그 두 문 가운데 하나에서 몇 분이라는 뜻이지, 양쪽 모두에서 그렇다는 뜻이 아니다.
出口を一つ間違えると、同じ駅でも別の町に出る。
개찰구가 먼저, 출구는 그다음
두 단어가 일의 대부분을 해낸다. 가이사쓰(改札)는 개찰구, 곧 IC 카드를 찍어 운임을 정산하는 곳이다. 데구치(出口)는 출구, 곧 당신을 거리로 내보내는 계단이나 문이다. 작은 역에서는 둘이 몇 걸음 거리에 있다. 큰 역에서는 개찰구가 선로의 어느 편인지를 정하고 출구가 블록의 어느 모퉁이인지를 정하며, 그 둘 사이에 상점이 늘어선 긴 통로가 놓이기도 한다.
JR 역은 대개 개찰구에 방위의 이름을 붙인다. 동쪽은 히가시구치(東口), 서쪽은 니시구치(西口), 남쪽은 미나미구치(南口), 북쪽은 기타구치(北口), 중앙은 주오구치(中央口)다. 이 한자들은 모양으로 익혀 둘 만하다. 그 몇 글자만으로도 수많은 역이 정리되기 때문이다. 지하철 출구는 방식이 다르다. 도쿄 메트로와 도에이 노선은 A3이나 C7 같은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을 붙이는데, 오테마치(大手町) 같은 환승역 하나에 그런 출구가 수십 개에 이른다.
이름이 사람을 속일 때도 있다. 이케부쿠로에서는 이름에 서쪽을 뜻하는 글자가 든 세이부 이케부쿠로선(西武池袋線)이 동쪽에서 끝나고, 동쪽을 뜻하는 글자가 든 도부 도조선(東武東上線)이 서쪽에 자리한다. 오사카에서는 JR 오사카역(大阪駅)과 우메다(梅田)라 불리는 여러 역이 화이티 우메다(ホワイティうめだ) 같은 지하상가로 이어져 하나의 타래를 이루는데, 그곳의 JR 개찰구는 방위가 아니라 대로와 다리의 이름, 곧 미도스지(御堂筋口)와 사쿠라바시(桜橋口)로 불린다.
노란 안내판 읽기
일본 역의 출구 정보는 대체로 노란 바탕에 검은 글씨로 인쇄되어 있다. 열차에서 내리면 찾아야 할 것이 바로 그 색이다. 승강장에는 계단에 이르기 전에 대개 데구치 안나이(出口案内)라는 제목의 노란 안내판이 있어, 주변의 건물과 공원, 박물관, 호텔을 각각 이어지는 출구와 나란히 적어 둔다. 도쿄 메트로 긴자선(銀座線)의 긴자(銀座)에서는 그 목록이 여러 단에 걸쳐 이어진다. 목록에서 목적지를 찾고, 번호를 외우고, 그런 다음에야 계단을 고를 것.
그 근처, 흔히 기둥에는 두 번째 도표가 붙어 있다. 열차를 번호가 매겨진 차량의 한 줄로 그리고,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를 그것이 놓인 차량 위에 표시한 그림이다. 통근객은 이 도표를 보고 내릴 출구 바로 앞에서 열릴 문으로 탄다. 여행자에게는 거꾸로 쓰인다. 긴 승강장의 엉뚱한 끝에 내렸다면, 맞는 계단이 얼마나 뒤쪽에 있는지 보여 준다.
개찰구를 지나면 주변 지도, 슈헨 안나이즈(周辺案内図)를 찾아보자. 대개 출구 통로 근처의 벽에 걸려 있다. 북쪽을 위로 두지 않고 보는 사람이 향한 방향에 맞춰 그려진 경우가 많아, 그렇지 않으리라 여긴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지도에는 머리 위 표지판과 같은 번호로 출구가 표시되어 있다.
어디서 만나고, 어디서는 만나지 말아야 하는가
“역”은 만날 장소가 아니다. 동쪽에만 개찰구가 여럿인 터미널역에서는 “동쪽 출구”도 마찬가지다. 개찰구 하나와 사물 하나를 짚어 말하자. 시부야(渋谷)에서는 JR 역의 하치코 개찰구(ハチ公改札)가 개 동상이 있는 광장으로 이어지는데, 붐비기는 해도 헷갈릴 일은 없다. 도쿄역에서는 서로 다른 열차로 도착하는 사람들이 흔히 긴노스즈(銀の鈴)에서 만난다. 개찰구 안쪽 지하층에 놓인 커다란 은빛 방울로, 누구도 서로를 찾으려고 카드를 찍고 나갈 필요가 없다.
이 마지막 대목은 보기보다 중요하다. 개찰구 안에서 기다리는 사람과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10미터 거리에 있으면서도, 둘 중 하나가 개찰구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서로에게 닿지 못한다. 일행이 다른 회사의 노선으로, 이를테면 JR이 아니라 게이오나 오다큐 열차로 신주쿠에 도착한다면, 개찰구 밖 콘코스나 거리의 한 지점으로 약속을 잡자.
당일에 틀리지 않으려면
출구는 도착한 뒤가 아니라 타기 전에 정한다. 지도 앱은 대체로 도보 안내에 출구 이름을 넣어 주고, 호텔과 식당, 박물관은 보통 자체 웹사이트의 오시는 길 항목에 출구를 적어 둔다. “B2 출구에서 3분” 같은 한 줄이 그 페이지에서 가장 쓸모 있는 문장이다. 번호는 역 이름과 함께 적어 두자. 방위 이름의 개찰구만 안내되어 있다면 어느 철도를 가리키는지 확인해야 한다. 같은 역이라도 JR의 서쪽 개찰구와 사철의 서쪽 개찰구는 서로 다른 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짐이나 유모차가 있다면 번호와 함께 픽토그램도 읽자.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는 일부 출구에만 있고, 계단 없는 경로는 원하던 문에서 교차로 하나를 건넌 곳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개찰구 옆 창구의 직원이 그 길을 짚어 줄 수 있고, 운영사는 공식 사이트에 역 구내도를 싣고 있다. 백화점이나 오피스 빌딩의 지하를 지나는 출구는 건물이 문을 닫으면 셔터가 내려질 수 있으니, 늦은 밤의 경로는 낮에 다닌 길이 그대로이리라 짐작하지 말고 운영사에 확인해 두자. 신주쿠나 우메다에 처음 도착한다면 평일 아침저녁의 혼잡 시간대를 피하는 편이 수월하다. 그래야 인파에 떠밀리지 않고 안내판 앞에 가만히 서 있을 수 있다.
피해야 할 실수는, 일단 올라가서 정리하자며 가장 가까운 계단을 오르는 것이다. 지상에서는 넓은 도로나 철도 고가, 고가 고속도로가 당신과 맞는 모퉁이 사이를 가로막을 수 있고, 건널목은 한참 걸어야 나올 수도 있다. 지하에서는 노란 표지판이 비 한 방울 맞히지 않고, 거의 직선에 가까운 길로 대부분의 거리를 데려다준다. 안내판 앞에 멈추고, 번호를 찾고, 그다음에 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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