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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계산대에서 받는 네 가지 질문, 그리고 통하는 짧은 대답
밤 열한 시를 조금 넘긴 시각, 신주쿠역(新宿駅)에서 몇 분 거리의 패밀리마트. 점원이 연어 오니기리(おにぎり)와 무기차(麦茶, 보리차) 한 병, 미트소스 파스타 한 팩의 바코드를 찍는다. 합계가 뜨기도 전에 네 가지 질문이 날아온다. 하나하나가 몇 음절에 불과하고, 점심때부터 같은 말을 되풀이해 온 사람의 속도로 흘러나온다. 앞 손님은 휴대폰에서 눈도 떼지 않고 네 가지에 모두 답했다. 어느 것도 온전한 문장으로 대답할 필요가 없다.
질문은 정해진 순서로 온다
대본은 체인이 달라도 거의 바뀌지 않는다. 세븐일레븐과 로손, 패밀리마트, 그리고 JR 동일본 역 구내의 뉴데이즈(NewDays) 계산대에서도 대개 같은 흐름이다. 포인트 카드, 봉투, 데우기, 수저. 단어를 알아듣는 것보다 순서를 아는 편이 더 쓸모 있다. 단어는 뭉개져 들리기 때문이다.
계산대 직원은 게이고(敬語), 곧 접객용 경어로 말한다. 단순한 질문을 여분의 음절로 감싸는 말씨다. 뜻은 앞쪽에 놓인 명사 하나에 담겨 있다 — 포인토, 후쿠로, 아타타메, 오하시. 그 명사만 붙잡고 나머지는 흘려보내면 된다.
포인트 카드, 그다음은 봉투
먼저 “포인토 카도와 오모치데스카”(ポイントカードはお持ちですか), 포인트 카드를 가지고 계시냐는 질문이다. 체인마다 제휴한 적립 서비스가 있지만 — 로손은 폰타(Ponta), 세븐일레븐은 나나코(nanaco) — 열흘 일정의 여행자가 카드를 지니고 있을 일은 드물다. “나이데스”(ないです, 없어요) 한마디면 끝나고, 스캔은 계속된다.
다음은 “후쿠로와 고리요데스카”(袋はご利用ですか), 봉투를 쓰시겠냐는 뜻이다. 비닐봉투에는 소액의 요금이 붙는데, 계산대의 안내 카드에 적혀 있고 영수증에도 별도 항목으로 찍힌다. “오네가이시마스”(お願いします)는 네, 부탁합니다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는 것은 거절하는 말이다. “다이조부데스”(大丈夫です)는 직역하면 “괜찮습니다”라서 승낙처럼 들리지만, 계산대에서는 아니요, 됐습니다라는 뜻이다. 손을 옆으로 가볍게 저으며 말하면 물건들이 낱개 그대로 계산대 너머로 돌아온다. 가져온 에코백에 직접 담으면 된다.
데울 것인가, 말 것인가
“아타타메마스카”(温めますか) — 데워 드릴까요 — 는 도시락과 파스타, 덮밥류에 거의 따라붙고, 가끔은 카레빵(カレーパン)에도 붙는다. 데워 달라면 “하이, 오네가이시마스”. 아니라면 “소노마마데”(そのままで), 그대로 주세요.
데워 달라고 하면 일의 순서가 바뀐다. 먼저 계산을 하고, 카운터 뒤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동안 옆으로 비켜서서 다음 손님이 계산을 마치기를 기다린다. 파스타는 점원이 봉투 손잡이만 잡고 건넬 만큼 뜨거워져서 돌아온다.
같은 바구니에 차가운 것이 들어 있으면 질문이 하나 더 따라올 수 있다. “후쿠로 오와케시마스카”(袋お分けしますか), 봉투를 나눠 드릴까요. 파스타가 무기차를 데우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잇쇼데”(一緒で)라고 하면 한데 담아 주고, “와케테 구다사이”(分けてください)라고 하면 나눠 담아 준다. 두 번째 봉투에도 첫 번째와 똑같이 요금이 붙는다.
계산대 옆 유리 진열장은 방식이 다르다. 패밀리마트의 파미치키, 로손의 가라아게군, 그리고 추운 계절에 등장하는 찐 니쿠만(肉まん)은 계산대로 들고 가는 것이 아니라 계산대에서 주문한다. 손으로 가리키며 “고레 히토쓰”(これ一つ), 이거 하나요, 라고 하면 된다.
젓가락, 숟가락, 그리고 이트인 코너
“오하시 오쓰케시마스카”(お箸お付けしますか)는 젓가락을 넣어 드릴까요라는 말이다. 파스타라면 단어가 포쿠(フォーク)로, 푸딩이나 카레라면 스푼(スプーン)으로 바뀐다. 대답은 숫자로 한다 — 하나면 “히토쓰”, 둘이면 “후타쓰”(二つ). 도시락 하나를 승강장 벤치에서 나눠 먹을 때는 이 숫자가 중요해진다.
일부 지점은 플라스틱 수저류를 줄였거나, 커피 머신 옆 셀프 상자로 옮겨 두었다. 아무것도 권하지 않으면 물어보자. “오하시 아리마스카”(お箸ありますか).
イートイン(이토인)이라고 표시된 이트인 코너가 있는 매장에서는 변수가 하나 더 생긴다. 식품에 붙는 소비세는 매장에서 먹을 때와 가지고 나갈 때 세율이 다르다. 그래서 계산대에는 앉아서 먹을 생각이면 말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고, 직접 묻는 점원도 있다. “모치카에리”(持ち帰り)는 포장이라는 뜻이다. 어느 세율이 적용됐는지는 영수증에 나온다.
화면이 묻는 질문
맥주 한 캔이나 레몬 추하이(チューハイ)를 계산대에 올리면, 손님 쪽 화면에 年齢確認(넨레이 가쿠닌, 연령 확인)이라고 적힌 버튼이 켜진다. 점원은 “가멘노 탓치오 오네가이시마스”(画面のタッチをお願いします)라고 말하고 기다린다. 버튼을 누르는 것은 법정 음주 연령이 되었다는 본인의 선언이다. 일본에서는 스무 살이다. 직원이 신분증을 요구할 수도 있는데, 여행자라면 여권을 보여 주면 된다.
결제가 마지막 대화다. 세븐일레븐의 많은 계산대에서는 바로 그 화면에서 결제 수단을 고르고, 다른 곳에서는 말로 한다 — “스이카데”(スイカで), “카도데”(カードで), “겐킨데”(現金で, 현금으로). 신형 계산대에서는 점원이 스캔만 한 뒤 계산대 옆 기계를 손짓으로 가리킨다. 거기에 지폐와 동전을 직접 넣으면 된다.
어디서 연습하고, 무엇을 확인할까
멀리 갈 필요는 없다. 문제는 어느 지점이냐다. 오후 한가운데의 주택가 지점 — 이를테면 야나카(谷中)나 고엔지(高円寺)의 뒷골목 — 에는 줄이 없고, 점원에게는 질문을 다시 말해 줄 여유가 있다. 마루노우치(丸の内) 같은 오피스 지구의 정오는 정반대다. 한 줄이 음료 냉장고를 지나 여러 계산대로 갈라지고, “오쓰기노 가타, 도조”(お次の方どうぞ), 다음 손님 오세요, 라는 말이 들릴 때까지 바닥 표시 위에서 기다린다.
비용은 계산대에 닿기 전에 이미 보인다. 진열대 가격표에는 税込(제이코미)라고 표시된 세금 포함 금액이 적혀 있고, 봉투 요금은 계산대에 게시돼 있다. 사용할 수 있는 카드와 결제 앱은 출입문이나 계산대에 스티커로 붙어 있으며 지점마다 다르다. 영업시간도 다르다. 밤새 문을 여는 매장이 많지만 역 구내나 오피스 빌딩 안의 지점은 문을 닫는 경우가 많으니, 출입문이나 해당 체인의 매장 검색 페이지에서 확인하자.
대부분의 장바구니에는 일본어 한 줄이면 충분하다. 두 가지 거절을 한데 묶은 말이다. 봉투는 괜찮습니다, 그대로 주세요.
袋は大丈夫です、そのままでお願いします。
피해야 할 실수는 네 가지 질문에 모두 고개만 끄덕이는 것이다. 끄덕임은 ‘네’로 읽힌다. 그러면 돈을 낸 봉투와, 나중에 기차에서 먹으려던 도시락이 데워진 채로, 그리고 샌드위치에 딸려 온 젓가락을 들고 가게를 나서게 된다. 명사마다 1초씩만 속도를 늦추자. 그래도 전체 대화는 전자레인지가 도는 시간보다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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