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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의 코인로커, 그리고 전부 꽉 찼을 때 할 일
토요일 오전 11시 조금 전, 교토역이다. 신칸센 승객이 쏟아져 나오는 하치조구치(八条口) 쪽, 개찰구 옆에 늘어선 로커는 문마다 빨간불이 켜져 있다. 사이클링 재킷을 입은 남자가 로커 줄을 끝에서 끝까지 두 번이나 오가며 터치 패널을 두드린다. 그러면 기계가 마음을 바꿔 주기라도 할 것처럼. 료칸 체크인까지는 아직 몇 시간이 남았다. 그가 끌고 다니는 캐리어는 사찰에서 보낼 아침을 덜컹거리며 느릿느릿 견뎌야 하는 고역으로 바꿔 놓을 만한 물건이다.
로커 줄 읽는 법
역 로커는 코인로커(コインロッカー)라고 부른다. 정작 많은 기계에서 동전은 사라졌는데 이름만 남은 셈이다. 크게 두 종류를 만나게 된다. 오래된 쪽은 문마다 열쇠가 꽂혀 있고 그 옆에 동전 투입구가 있다. 동전을 넣고 열쇠를 돌려 뽑아 가는 방식이라, 지갑 속 지폐보다 주머니 속 잔돈이 더 요긴하다. 새로운 쪽은 열쇠가 아예 없고 가운데에 터치 패널만 하나 있다. 영어 버튼이 있는 경우가 많고, 문을 고르고 결제 방법을 선택한 다음 확인을 누르라고 안내한다.
크기는 데이팩 하나 들어가는 작은 칸부터 맨 아래 줄에 늘어선, 대형 캐리어도 들어가는 키 큰 칸까지 다양하다. 어느 로커 줄이든 큰 칸이 작은 칸보다 적고, 큰 칸부터 먼저 찬다. 터치 패널식은 색깔 램프나 화면 속 배치도로 빈 칸을 알려 준다. 열쇠식은 비어 있는 칸에 열쇠가 그대로 꽂혀 있다. 하루 요금은 문마다, 혹은 패널에 적혀 있고 크기와 역에 따라 다르니 짐을 넣기 전에 먼저 읽어 두자.
IC 카드가 곧 열쇠일 때
터치 패널식 로커 상당수와 개조를 거친 일부 열쇠식 로커에서는 Suica(スイカ)나 ICOCA(イコカ) 같은 교통 IC 카드가 일인이역을 한다. 카드를 대서 결제하면 그 카드가 곧 열쇠가 된다. 나중에 문을 열 때도 같은 카드를 리더기에 다시 대면 된다. 빠르긴 하지만 짐이 물건 하나에 묶이는 셈이다. 다른 카드로는 안 열린다. 동행의 카드나 다른 휴대전화로도 마찬가지다.
카드를 휴대전화 지갑에 넣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바로 여기서 덫에 걸린다. 모바일 Suica로 잠갔는데 휴대전화 배터리가 4퍼센트밖에 안 남았다면, 충전기를 찾을 때까지 짐은 그 안에서 기다려야 한다. 현금을 받는 로커는 대개 PIN이 적힌 영수증을 대신 출력해 준다. 편의점 영수증으로 가득한 주머니에 넣기 전에 사진부터 찍어 두자. 하루를 어떻게 세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많은 기계는 잠근 지 24시간이 지나서가 아니라 자정 같은 정해진 시각에 날짜가 넘어간다. 그래서 저녁에 맡기고 다음 날 아침에 찾으면 이틀 치 요금이 나올 수 있다. 어느 규칙이 적용되는지는 패널이나 문에 붙은 스티커에 적혀 있다.
빈 로커가 숨어 있는 곳
가장 붐비는 개찰구 옆 로커가 가장 먼저 찬다. 캐리어를 끌고 열차에서 내린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로커부터 보기 때문이다. 인파에서 벗어나 조금 걸어 보자. 도쿄역(東京駅)에서는 야에스(八重洲) 쪽 신칸센 개찰구 근처 로커를 누구나 먼저 노린다. 마루노우치(丸の内) 쪽, 그리고 주변 오피스 빌딩으로 이어지는 긴 지하 통로 쪽에 여유가 더 있는 편이다. 교토역에서는 하치조구치를 포기하기 전에 북쪽의 가라스마 출구(烏丸口)와 그 아래 지하철 콘코스부터 둘러보자.
空きロッカーは、改札からいちばん遠い出口のそばに残っていることが多い。
대략 옮기면 이렇다. 빈 로커는 개찰구에서 가장 먼 출구 근처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종착역까지 가기 전에 내리는 방법도 있다. 그날 일정이 히가시야마(東山)라면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역이나 실제로 걸어 다닐 곳 근처 지하철역의 로커가 대개 큰 역보다 한산하다. 신주쿠(新宿)에서도 같은 요령이 통한다. JR 개찰구 안쪽 로커는 아수라장이지만, 서쪽 출구(西口)로 이어지는 지하상가를 따라 놓인 로커나 근처 도에이·도쿄메트로 역의 로커는 대체로 조용하다. 운영사의 역 구내도에는 로커가 작은 픽토그램으로 표시되어 있고, 일부 로커 회사는 자사 로커의 빈자리를 실시간으로 보여 준다.
유인 보관소와 편의점
큰 역에는 대개 직원이 지키는 수하물 보관소도 있다. 안내판에는 데니모쓰 이치지 아즈카리(手荷物一時預かり)라고 적혀 있다. 역이 직접 운영하는 곳도 있고, 근처 상점이나 택배 회사가 운영하는 곳도 있다. 어느 로커에도 들어가지 않는 캐리어를 받아 주고 대신 보관표를 건넨다. 영업시간이 역보다 짧으니, 멀리 당일치기를 떠나기 전에 마감 시간을 확인하자. 관광지에서는 카페나 상점에 짐을 맡기도록 연결해 주는 앱도 방법이다. 미리 예약하고 결제해 두는 방식이다.
더 깔끔한 해법은 아예 캐리어를 들고 다니지 않는 것일 때가 많다. 로손(ローソン), 패밀리마트(ファミリーマート), 세븐일레븐(セブン-イレブン) 같은 편의점 계산대에서 택배사를 통해 짐을 부칠 수 있다. 흔히 탓큐빈(宅急便)이라고 부르는 서비스다. 종이 운송장, 즉 덴표(伝票)에 호텔 주소와 예약에 적힌 그대로의 이름을 쓰고 비고란에 체크인 날짜를 적는다. 점원이 캐리어 크기를 재거나 무게를 단 뒤 요금을 받는다. 체인마다 취급하는 택배사가 다르고, 요금은 크기와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가까운 도시끼리라면 다음 날 도착이 흔하지만 보장되지는 않는다. 짐이 필요한 날 전날 아침에 보내고, 호텔에 이메일을 보내 프런트가 짐을 기다리도록 해 두자. 많은 호텔 프런트에서도 같은 양식으로 짐을 대신 부쳐 준다.
떠나기 전에
달력을 보고 계획하자. 큰 역의 로커는 주말과 공휴일 오전, 그리고 긴 연휴 내내 가장 붐빈다. 봄의 골든위크, 8월 중순의 오봉, 연말연시가 그렇다. 이런 날에는 열 시가 되기 한참 전부터 로커 줄 전체에 빨간불이 켜져 있기도 하다. 미리 정해 두자. 탓큐빈으로 캐리어를 먼저 보내든지, 체크아웃하는 호텔에 맡겨 두든지. 많은 호텔이 프런트에 부탁하면 저녁까지 보관해 준다.
크기, 요금, 위치를 알아볼 때는 역 운영사의 구내도부터 보자. 도쿄와 그 북쪽은 JR 동일본(JR東日本), 교토와 오사카는 JR 서일본(JR西日本), 지하철역은 해당 지하철 운영사가 기준이다. 크기별 요금은 문에 적혀 있다. 날짜가 넘어가는 기준과 직원이 로커를 비우기까지 며칠이 걸리는지는 패널이나 스티커에 나와 있고, 역 사무실에서도 확인해 준다.
피해야 할 실수는 어디에 맡겼는지 잊어버리는 것이다. 큰 역에는 비슷하게 생긴 로커 줄이 수십 곳 있다. 야에스 쪽 남쪽 끝에서 허둥지둥 찾아낸 로커는 북쪽 끝에서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자리를 뜨기 전에 문 번호와 로커 줄 표지, 가장 가까운 노란색 출구 안내판을 사진으로 남겨 두자. 대부분의 로커에는 로커 회사 전화번호도 적혀 있다. 카드로 문이 열리지 않거나 PIN 영수증을 잃어버렸다면 개찰구에 묻지 말고 그 번호로 전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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