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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맨 열차: 앞문만 열리는 일본의 시골 노선
두 량짜리 디젤 열차가 속도를 줄이며 승강장으로 들어선다. 역사는 없고, 비를 피할 대합소 하나와 시간표 게시판, 그 뒤로 펼쳐진 밭이 전부다. 뒤 칸의 여행자는 양어깨에 가방을 하나씩 메고 문 앞에 서서 기다린다. 문은 움직이지 않는다. 저 앞에서는 세 사람이 기관사 곁으로 내리고, 엔진 소리가 높아지더니 승강장이 미끄러지듯 멀어진다. 고장 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열차는 원맨이었고, 출구는 차량 한 칸만큼 앞에 있었을 뿐이다.
열차 앞머리에 적힌 그 단어의 뜻
ワンマン(완만, 원맨)은 영어 one-man에서 빌려온 말로, 기관사만 있고 차장은 없는 열차를 뜻한다. 이 글자는 운전실 창에 걸린 표지판에 적혀 있거나 행선지 옆에 불빛으로 표시된다. 고부치자와(小淵沢)에서 고모로(小諸)를 향해 올라가는 JR 고우미선(小海線)이나 나가노의 설국을 가로지르는 이야마선(飯山線)에서는 보통열차가 으레 이렇게 달린다.
그 결과 기관사가 개찰구 역할까지 맡는다. 역무원이 있는 큰 역에서는 문이 평소처럼 열리고, 나가는 길에 개찰구나 창구를 지나면 된다. 반면 역무원이 한 명도 없는 無人駅(무진에키, 무인역)에서는 승강장에 표를 받아 줄 사람이 없으니, 내리기 전에 차 안에서 요금을 치른다.
무인역에서는 열차가 곧 개찰구다.
어느 칸의 어느 문이 열리는가
흔한 방식에는 이름이 있다. 後ろ乗り前降り(우시로노리 마에오리),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린다는 뜻이다. 실제로는 맨 앞 칸의 뒷문으로 타고, 운전실 바로 뒤의 문으로 내린다. 유리창에 붙은 스티커가 각각 入口(이리구치, 입구)와 出口(데구치, 출구)를 알려 주는데, 이 두 단어는 글자 모양째 익혀 둘 만하다.
두 량짜리 열차에서는 무인역에 설 때 둘째 칸이 닫힌 채로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역에 닿기 전마다 녹음된 안내 방송이 이를 알린다. 귀에 담아 둘 문장은 「우시로노 샤료노 도아와 아키마센」, 뒤 차량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뒤 칸에서 이 방송을 들었다면 열차가 아직 달리는 동안 연결문을 지나 앞으로 걸어가자. 단골 승객들은 한 정거장 전에 미리 옮겨 간다.
後ろの車両のドアは開きません。
이 방식은 운영사마다 다르다. 승객이 많은 일부 원맨 열차는 모든 칸의 문을 열고 표 확인은 역에 맡긴다. 그러니 지난번에 탔던 노선의 규칙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스티커와 안내 방송을 믿는 편이 확실하다.
문 옆의 버튼
이런 열차 가운데는 半自動ドア(한지도 도아), 곧 반자동문을 단 것도 많다. 기관사가 잠금을 풀어 주지만, 문은 누군가 옆의 버튼을 눌러야만 열린다. 바깥쪽에는 버튼이 하나, 안쪽에는 開(아케, 열림)와 閉(시메, 닫힘)라고 적힌 버튼이 둘 있고, 작동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작은 램프에 불이 들어온다.
오래 정차하는 동안 객실의 따뜻한 공기나 시원한 공기를 지키기 위한 장치여서 산간이나 북쪽 지방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데, 뜻밖에 도쿄 가까이에도 있다. 오쿠타마(奥多摩) 방면으로 가는 JR 오메선(青梅線) 열차가 대개 이렇게 운행한다. 램프가 켜지기를 기다렸다가 한 번 누르고 지나가면 된다. 추운 날 마지막으로 탔다면 등 뒤로 閉 버튼을 눌러 주는 것이 현지 사람들이 지키는 작은 예의다.
기관사에게 요금 내기
입구 문 바로 안쪽에는 整理券(세이리켄, 정리권)을 뽑아 주는 작은 기계가 있다. 어디서 탔는지를 기록한 번호표다. 운전실 위 표시기에는 이 번호들이 나열되고 번호마다 아래에 요금이 적혀 있는데, 열차가 노선을 따라 나아갈수록 내 번호 아래의 금액이 올라간다. 다음이 내릴 역이면 앞으로 가서 기관사 옆의 요금함인 運賃箱(운친바코)에 번호표와 동전을 함께 넣는다.
요금함은 딱 맞는 금액만 받고 거스름돈을 내주지 않는다. 잔돈은 같은 기계에 따로 달린 両替(료가에, 환전) 투입구에서 바꾸는데, 동전과 소액 지폐를 더 작은 동전으로 바꿔 줄 뿐 고액권은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환전기는 문 앞에 서서가 아니라 열차가 달리는 동안 써 두자. 이미 종이 승차권이나 레일 패스를 가지고 있다면 요금함에 넣는 대신 기관사에게 보여 주거나 건넨다.
일부 무인역 승강장에는 기둥에 달린 상자가 乗車駅証明書(조샤에키 쇼메이쇼), 곧 어디서 탔는지를 증명하는 쪽지를 내준다. 세이리켄을 발행하지 않는 열차에서는 이것이 그 역할을 대신하며, 이 쪽지를 근거로 차 안에서, 또는 내리는 유인역에서 요금을 낸다.
IC 카드가 더는 통하지 않는 곳
Suica와 ICOCA, 그리고 같은 계열의 카드들은 정해진 구역 안에서만 쓸 수 있는데, 원맨 노선 상당수는 그 바깥을 달리거나 중간에 경계를 넘는다. 도시의 개찰구에서 카드를 찍고 들어와 경계를 지나쳐 버리면 반대편 끝에는 단말기가 없다. 전체 구간의 요금을 기관사에게 현금으로 내야 하고, 카드는 구역 안 역의 직원이 처리해 줄 때까지 승차 중인 상태로 남는다. 기관사가 현금으로 냈다는 확인 쪽지를 건네주는 경우가 많으니 잘 챙겨 두자. 나중에 역에서 설명할 일이 훨씬 짧아진다.
IC 구역 안이라도 작은 무인역에서는 개찰구 대신 기둥에 달린 단말기 두 대를 두는 일이 많다. 簡易改札機(간이 카이사쓰키, 간이 개찰기)라고 부른다. 하나는 入場(뉴조, 입장)용이고 하나는 出場(슈쓰조, 출장)용으로, 보통 색이 다르고 몇 걸음 떨어져 있다. 서두르다 보면 엉뚱한 쪽에 찍기 쉽고, 그러면 다음번 정식 개찰구에서 오류가 난다.
두 량짜리 열차에 오르기 전에
일부러 돌아가도 아깝지 않은 곳에 닿는 것이 바로 이런 열차들이다. 고우미선은 기요사토(清里)와 노베야마(野辺山)의 고원 역으로, 이야마선은 도가리노자와온센(戸狩野沢温泉)으로, 오메선은 오쿠타마의 등산로 입구로 데려다준다. 도시 기준으로 보면 운행 편수가 드물고 한낮에는 간격이 길게 벌어지니, 떠날 아침을 정하기 전에 운영사의 시간표부터 읽어 두자. 역에 붙은 인쇄 시간표에는 어느 열차가 원맨으로 운행하는지 표시되어 있고, 운영사의 역 안내 페이지에서는 해당 역에 역무원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요금은 거리에 따라 달라지며, 열차 안 표시기뿐 아니라 역 대합소의 요금표에도 게시되어 있다. 정확한 금액은 운영사에 확인하자. 여기서 언급한 노선은 모두 JR 동일본이 운영한다. 그리고 종착지 쪽에서는 현금이 현실적인 결제 수단이라고 생각해 두는 편이 좋다. 가방을 멘 채로도 손이 닿는 주머니에 동전과 소액 지폐를 넣어 가자.
피해야 할 실수는 이 글 첫머리의 바로 그 장면, 이어폰을 꽂은 채 뒤 칸에 자리를 잡는 일이다. 처음부터 앞 칸에, 가능하면 요금 표시기가 보이는 쪽으로 앉고, 번호표는 금방 찾을 수 있는 곳에 넣어 두자. 그다음은 내 번호 아래 숫자가 바뀌는 것을 지켜보다가 한 정거장 먼저 일어서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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