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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리는 의자: 고깃집이 외투를 맡는 법
의자에 뚜껑이 있다. 종로3가 골목의 어느 돼지고기 집에서 알게 되는 사실이다. 옆 테이블 남자가 일어나 동그란 비닐 방석을 들어 올리더니, 그 아래 텅 빈 드럼통 속에 접은 재킷을 넣고, 다시 그 위에 앉는다. 어디에 두라고 알려 준 사람은 없었다. 그의 테이블 위로는 주름진 팔 끝에 매달린 철제 덕트가 숯불을 기다리고 있다.
의자는 사물함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식당은 고깃집, 말 그대로 고기의 집이다. 그중에서도 오래되고 시끌벅적한 집은 드럼통으로 살림을 차렸다. 테이블은 드럼통, 둥근 상판 한가운데에 화로가 들어갈 구멍을 낸 철제 통이다. 의자는 푹신한 뚜껑을 얹은 더 작은 드럼통이고, 그 안의 공간은 내일까지 돼지고기 냄새를 풍기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을 위한 자리다. 재킷, 목도리, 토트백.
의자 속이 막혀 있는 집에서는 같은 일을 다른 방식으로 해낸다. 직원이 커다란 투명 비닐봉지를 건네기도 하는데, 서울이 늦가을부터 입는 무릎길이 패딩이 들어갈 만큼 크다. 입구를 묶어 테이블 밑에 밀어 넣으면 된다. 벽을 따라 옷걸이 봉을 두고 그 위로 샤워 커튼처럼 비닐을 쳐 두는 집도 있다. 어떤 방식을 만나든 나가기 전에 드럼통 속을 확인하자. 휴대폰과 장갑이 그 안에 남는 일이 워낙 잦아서, 직원들은 테이블을 치울 때 뚜껑을 들어 보곤 한다.
앞치마, 달라고 하거나 이미 걸려 있거나
두 번째 겹은 앞치마다. 목과 허리에서 묶는 얇은 가슴받이 앞치마. 어떤 식당에서는 정수기 옆 고리에 한 묶음이 걸려 있어 사람들이 자리로 가는 길에 알아서 집어 간다. 달라고 해야만 나오는 곳도 있다.
앞치마 좀 주세요.
이 한마디는 고깃집에 챙겨 갈 짧은 문장 가운데서도 쓸모가 큰 편이다. 앞치마는 대개 빨간색이나 검은색이고, 소주나 맥주 로고가 찍혀 있는 경우가 많다. 서툰 사람이나 두르는 턱받이로 보지 않는다. 흰 셔츠 차림의 직장인들도 고기가 나오기 전에 먼저 두른다. 두툼하게 썬 삼겹살은 기름이 놀랄 만큼 멀리 튀고, 돼지갈비의 달큰한 간장 양념은 잘 빠지지 않는 갈색 얼룩을 남기기 때문이다.
불판 위의 덕트
자리에 앉으면 위를 올려다보자. 숯불집 대부분은 테이블마다 늘였다 줄일 수 있는 철제 흡입 덕트를 달아 두는데, 불판에서 손바닥 너비만큼 위까지 낮춰야만 제 구실을 한다. 직원이 숯불을 가져오면서 끌어내려 준다. 불붙은 숯은 손잡이가 긴 쇠 바구니에 담겨 홀을 가로질러 오니, 오는 소리가 들리면 몸을 뒤로 젖히자. 연기가 얼굴 쪽으로 흘러온다면 덕트가 위로 밀려 올라갔을 가능성이 크고, 직접 잡아당겨 내려도 괜찮다.
불판은 양념 고기를 올리면 금세 까맣게 탄다. 「불판 갈아주세요」라고 하면 새것으로 바꿔 주고, 바쁜 집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직원이 불판 집게로 집어 갈아 준다. 고기 집게와 가위를 누가 잡는지는 집마다 다르다. 첫 판은 직원이 뒤집고 잘라 주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일행 중 한 사람이 조용히 넘겨받아 익은 고기를 불판의 덜 뜨거운 가장자리로 부지런히 옮겨 두는 곳도 있다. 키가 큰 사람은 일어설 때 덕트를 기억해 두자. 딱 이마 높이에 있다.
계산대 옆에서 기다리는 것
계산은 문 옆 카운터에서 하고, 이 체계의 마지막 부분도 바로 그 카운터에 있다. 대개 섬유탈취제 분무기가 하나 놓여 있고, 사람들은 격식 없이 쓴다. 외투 앞자락에 몇 번 뿌리고, 돌아서서 친구에게 등을 맡긴다. 그 옆에는 하얗고 단단한 박하사탕 접시나 껌 통이 놓여 있다.
오래된 집 입구 근처에는 종이컵에 달달한 인스턴트커피를 채워 주는 작은 기계가 서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 사람들이 믹스커피라 부르는 바로 그것이다. 버튼만 누르면 되는 것도, 동전을 넣어야 하는 것도 있는데, 어느 쪽인지는 앞면 안내문에 적혀 있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고깃집 앞에 삼삼오오 5분쯤 서 있는 이유가 이 한 잔이다. 외투를 열어 바람에 내맡긴 채, 못다 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이 체계가 잘 보이는 세 동네
종로3가역과 익선동 사이 골목은 갈매기살로 이름났다. 횡격막 근처의 쫄깃한 돼지고기 부위로, 차양 아래까지 밀려 나온 드럼통 테이블에서 굽는다. 이곳 의자는 속이 빈 종류라, 추운 저녁이면 한 줄로 앉은 사람들이 일제히 의자 뚜껑을 들어 올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도심 서쪽, 한강 방향으로 가면 마포 용강동이 돼지갈비로 가장 잘 알려진 동네다. 이곳 식당들은 외투 봉지와 벽면 옷걸이를 갖춘, 느긋하게 자리 잡고 앉는 홀이 많다. 동쪽으로 더 가면 마장 축산물시장에서 앞이 트인 정육점들이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팔고, 그 옆 구이집들은 흡입 덕트를 길게 줄지어 달아 놓았다.
자리에 앉기 전에
종로3가역에는 서울 지하철 1·3·5호선이 지나고, 마포역과 마장역도 5호선에 있어 세 동네가 모두 한 노선 위에 놓인다. 기다리지 않고 앉고 싶다면 평일 이른 저녁에 가자. 목요일부터는 퇴근길 인파가 이 거리들을 채우고, 인도에 줄이 생긴다.
고기는 인분 단위로 팔고, 벽 메뉴판에 그램 수가 함께 적혀 있다. 한 테이블에 2인분 이상부터 주문받는 고깃집이 많다. 소고기는 돼지고기보다 훨씬 비싸다. 들어가기로 마음먹기 전에 입구에 붙은 메뉴판을 읽어 보고, 영업일은 식당에 직접 묻거나 한국 지도 앱의 등록 정보로 확인하자. 작은 집들은 쉬는 날이 일정하지 않다.
피해야 할 실수는 예의에서 나오는 실수다. 어디에 두는지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투를 무릎에 올려 두거나 의자 등받이에 걸어 두는 것. 먼저 방석을 들어 보자. 꿈쩍하지 않으면 봉지를 찾거나 달라고 하고, 그다음 앞치마를 청하자. 그래도 냄새는 5호선을 타고 집까지 따라온다. 조금 옅어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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