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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에서 부여까지, 백제의 이틀 — 금강을 따라 옮겨 간 수도를 걷다
공주로 들어가는 오래된 철교, 금강교 한가운데에 서면 시가지보다 성이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물가에서 곧장 솟은 숲 언덕을 돌 성벽이 타고 오르고, 그 위를 따라 노란 깃발이 나부낀다. 한반도 서남부의 왕국 백제는 한강을 잃은 뒤 이곳으로 물러났고, 다시 한 번 조정을 강 아래 부여로 옮겼다. 그 길을 따라가는 데는 이틀이면 충분하다.
강 북쪽에 내려, 걸어서 건넌다
서울에서 출발한 고속버스는 공주의 신시가지 신관동에 있는 공주종합버스터미널에 선다. 구도심은 금강 건너편이다. 택시로는 몇 분이면 건너지만, 다리를 걸어서 건너는 편이 이 도시와 나누는 첫인사로 더 낫고, 그렇게 건너면 공산성 발치 가까이에 닿는다.
서문인 금서루 아래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성벽을 따라 걷는다. 능선을 타고 2킬로미터 남짓 이어지는 한 바퀴는 아래서 보기보다 가파르다. 긴 돌계단이 이어지고, 난간 없는 구간이 있으며, 강 쪽은 낭떠러지다. 절반쯤 돌면 길은 물가의 목조 누각 공북루로 내려서고, 그곳에서 강은 넓고 느리게 흐른다.
무덤은 닫혀 있으니, 시간은 박물관에 쓴다
성에서 서쪽으로 걸어서 20분, 나지막한 언덕에 풀 덮인 봉분들이 앉아 있다. 안내판에는 무령왕릉과 왕릉원이라 적혀 있다. 이웃한 무덤의 배수로를 손보던 인부들이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왕의 벽돌방을 찾아냈고, 입구에는 그가 누구인지 밝힌 돌판이 놓여 있었다. 실제 무덤방은 지금도 닫혀 있다. 들어가 볼 수 있는 것은 전시관 안에 실물 크기로 재현한 무덤으로, 연꽃무늬를 찍은 벽돌과 불꽃 모양의 등잔 자리를 손 닿을 거리에서 볼 수 있다.
유물은 국립공주박물관에 있다. 언덕 너머로 이정표가 난 산책길을 따라가면 닿는다. 무덤 널길을 지키던 돌짐승 진묘수는 땅딸막하고 뿔이 났으며 묘하게 정겹다. 바로 옆 공주한옥마을에서는 구들을 데운 온돌방에 묵을 수 있다.
소고기 국밥, 밤, 그리고 해 진 뒤의 개울
이 도시가 이름을 건 음식은 공주국밥이다. 오래 끓인 대파가 듬뿍 든 붉은 소고기 국물로, 성문 근처와 공주산성시장 주변의 오래된 식당들에서 낸다. 시장은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장터여서, 칼국수 집과 반찬 가게가 늘어서 있고 길가에서는 나물을 단으로 묶어 판다.
이 고장의 또 다른 낱말은 밤이다. 둘러싼 산들이 밤을 키우고, 도시는 그것을 밤빵으로 굽고, 빛깔 옅고 은근히 단 밤막걸리로 빚는다. 그다음에는 시장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좁은 개울 제민천을 걷는다. 산책로는 찻길보다 낮게 놓였고, 천변에는 작은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찼다.
부여, 걸어서 가로지를 수 있는 수도
부여행 버스는 공주 터미널에서 떠나 강 골짜기를 따라 한 시간쯤 달린다. 부여에는 철도가 닿지 않고, 읍내는 그만큼 더 조용하다. 부여시외버스터미널은 낮고 평평한 격자 시가지 한가운데에 있고, 로터리마다 성왕과 계백 장군의 청동상이 서 있다. 보러 온 것의 대부분이 걸어갈 거리 안에 있다.
몇 블록 떨어진 정림사지에서 시작한다. 절은 사라졌다. 평평하게 고른 터 위에 옅은 빛 화강암의 오층석탑이 서 있고, 얇은 지붕돌은 나무로 지은 것처럼 귀퉁이가 살짝 들려 있다. 역사서 《삼국사기》가 백제의 한 궁궐을 두고 쓴 구절이 이곳 안내판에 자주 인용된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
누추하지 않은 검소함, 사치스럽지 않은 화려함. 조금 더 걸으면 나오는 국립부여박물관이 그 화려한 쪽을 간직하고 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읍내 동쪽, 능산리 고분군 옆 절터의 물이 찬 구덩이에서 건져 올린 것이다. 용 한 마리가 연꽃 봉오리를 떠받치고, 뚜껑은 짐승과 신선, 다섯 악사로 빽빽한 산이며, 꼭대기에는 봉황이 서 있다.
벼랑과 배, 그리고 연꽃 피는 못
읍내 뒤편의 숲 언덕 부소산성은 백제가 이 수도를 부르던 이름, 사비의 왕궁을 뒤에서 지키던 성이다. 넓고 그늘진 길이 강 위로 솟은 바위 벼랑 낙화암으로 이어지는데, 강은 여기서 백마강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안내판은 수도가 함락되던 날 궁의 여인들이 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는 전설을 전한다.
계단을 내려가면 고란사다. 절벽에 바짝 붙은 절로, 법당 뒤에 샘이 있고 그 아래에 나루가 있다. 누런 돛을 단 옛 강배, 황포돛배를 본뜬 유람선이 벼랑 발치를 지나 구드래까지 오간다. 운항은 강 수위와 승객이 충분히 모이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배는 가능성으로, 걸어서 돌아가는 길은 계획으로 삼는다.
구드래 음식 거리는 연잎밥을 먹을 곳이다. 콩과 대추를 넣은 찰밥을 연잎에 싸서 찐 것으로, 2인분 이상만 내는 집도 있으니 앉기 전에 물어본다. 연꽃은 읍내 남쪽 끝 궁남지에서 자란다. 백제의 한 왕을 위해 판 연못으로, 나무다리가 정자 포룡정까지 놓여 있다. 연밭은 한여름에 꽃을 피우고, 겨울에는 갈색 줄기와 물에 비친 하늘뿐이다.
가는 길, 그리고 먼저 확인할 것
서울에서라면 가장 단순한 동선은 지하철 3·7·9호선이 지나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로 공주에 가고, 돌아올 때는 부여에서 3호선 서울남부터미널로 오는 것이다. 시간표와 요금은 전국 버스 예매 사이트에 나와 있다. 피해야 할 실수는 기차다. 공주역이라는 KTX 정차역이 있기는 하지만 시내에서 한참 남쪽 들판 한가운데에 있어서, 이어 타는 버스나 택시가 고속열차로 아낀 시간을 다 잡아먹는다.
두 산성과 왕릉, 절터는 저마다 입구 매표소에서 부담 없는 값의 입장권을 따로 팔고, 유람선은 나루에서 별도로 요금을 내며, 두 국립박물관은 각자의 관람 시간과 정기 휴관일이 있다고 생각해 두면 된다. 이 모든 것은 공주시와 부여군의 관광 페이지, 그리고 각 박물관 사이트에서 확인한다. 궁남지의 연꽃은 7월 더위 속에 절정을 맞고, 밤과 맑은 공기는 10월의 공산성 성벽에 어울린다. 백제문화제는 초가을에 두 도시를 가득 채우니, 방을 잡기 전에 축제 날짜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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