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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판 위의 빗소리: 비가 쏟아지면 서울이 파전과 막걸리를 찾는 이유
서울에 비 소식이 있는 날이면 늦은 오후쯤 시장 골목에서 어떤 냄새가 흘러나온다. 넓은 팬 가장자리에서 바삭하게 익어 가는 참기름과 파, 그리고 반죽의 냄새다. 한국 사람들은 파전(파를 듬뿍 넣어 부친 전)에 막걸리(쌀로 빚어 거르지 않은 술)를 곁들인다. 비 오는 날의 이 주문은 고민 끝에 고른 메뉴라기보다 거의 반사적인 선택에 가깝다.
왜 비가 오면, 왜 하필 철판일까
흔히 소리 때문이라고들 한다. 뜨거운 기름에 반죽이 닿으면 타닥타닥 고른 소리가 이어지는데, 많은 이들에게 이 소리는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처럼 들린다. 좀 더 현실적인 설명도 있다. 농사짓던 시절, 비 오는 날은 밭일을 쉬는 날이었고 밀가루와 파, 막걸리 한 동이는 부엌에 늘 있던 것들이었다.
의자가 금세 차는 곳
마포 공덕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닿는 공덕시장에는 좁은 전골목이 있다. 가게마다 반죽을 입힌 생선전과 호박전, 속을 채운 깻잎전, 녹두를 갈아 부친 빈대떡이 쟁반 가득 쌓여 있다. 먹고 싶은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주인이 철판에 다시 데워 주고, 접시에는 찍어 먹을 초간장이 함께 나온다. 맑은 화요일에는 플라스틱 의자가 절반쯤 비어 있지만, 비 내리는 금요일 저녁이면 줄이 골목 밖까지 늘어선다.
군더더기 없이 주문하기
막걸리는 주전자나 페트병에서 유리잔이 아니라 얕은 사발에 따라 마신다. 쌀 앙금이 바닥에 가라앉아 있으니 따르기 전에 병을 살살 기울여 섞어 주자. 두 사람이라면 모둠전 한 접시에 막걸리 한 병이면 넉넉하고, 현금을 조금 챙겨 가면 편하다.
비 오는 날엔 전에 막걸리지.
시장에서는 위의 말을 반은 농담처럼, 반은 진짜 계획처럼 하는 걸 듣게 될 것이다. 비 오는 날엔 역시 전과 막걸리가 제격이라는 뜻이다. 현지 사람들처럼 일기예보부터 확인해 보자. 서울에서 비 내리는 오후는 도시의 입맛과 날씨가 마침 맞아떨어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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