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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다이너마이트로 사라진 섬, 그 부군당은 여전히 마포에 있다
해마다 음력 정월이면, 마포의 언덕에 앉은 작은 단청 당집 하나가 사람들로 가득 찬다. 그들의 조부모는 이제 집 한 채 남아 있지 않은 섬에서 떠나야 했던 이들이다. 그 섬은 밤섬이고, 그 당집은 밤섬의 부군당이다. 마을 자체가 사라진 뒤에도 그 마을 사람들을 놓지 않은 신당이다.
돌이 되기 위해 해체된 섬
1968년 2월, 밤섬은 다이너마이트로 폭파됐다. 그렇게 나온 돌은 강 건너로 실려가, 여의도를 모래톱에서 하나의 도심으로 바꿔놓을 제방이 되었다. 약 400명의 섬 주민은 창전동으로 옮겨졌다. 그들이 고기를 잡고, 배를 젓고, 약초를 길렀던 바로 그 강을 마주 보는 마포의 비탈이었다.
그들은 흩어지지 않고 함께 옮겨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대목이다. 흩어진 마을은 자기 달력을 잃는다. 통째로 옮겨진 마을은 그 달력을 언덕 위까지 들고 올라가 다시 내려놓을 수 있다.
부군당이란 무엇이며, 이곳은 무엇을 지켰나
부군당은 절도 아니고 기념비도 아니다. 마을을 지키는 신을 모시는 동네의 당집이다. 한때 서울 주변 강가 마을 대부분에 하나씩 서 있었고, 대개는 아파트 공사에 삼켜져 사라졌다. 이곳은 의례까지 온전한 채로 살아남았고, 해마다 여기서 올리는 제의는 서울시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평범한 오후의 당집은 조용하고 수수하다. 기와지붕, 담을 두른 마당, 골목에 널린 빨래와 세워둔 스쿠터. 그 작음이 곧 핵심이다. 지도에서 지워진 장소의 마지막 남은 주소라는 사실을, 이곳은 어디에서도 내세우지 않는다.
마을은 하루 만에 사라졌다. 그 마을이 지켜온 달력은 그러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이 아깝지 않으려면
6호선 광흥창역에서 내리면 당집에서 몇 분 아래에 서게 된다. 낮은 벽돌집과 떡집, 길과 길 사이를 가르는 계단이 있는 동네다. 먼저 골목을 걷고, 그다음 강으로 내려가 서강대교 위로 나가보라.
다리 위에서는 밤섬이 다시 보인다. 퇴적토가 섬을 숲 우거진 모래톱으로 다시 세웠고, 왜가리와 오리가 들어와 살면서 지금은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보호 습지가 되었다. 원하는 만큼 오래 바라볼 수 있다. 등 뒤 언덕의 주민들에게는 끝내 허락되지 않았던 시간이다.
밤섬은 사라졌지만, 그 마을의 달력은 창전동 언덕 위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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