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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살던 성북동 한옥, 그 후손이 지금도 차를 내는 집
성북동은 서울 옛 도성 바로 북쪽, 언덕 자락에 접혀 들어앉아 있다. 버스가 몇 분에 한 번씩 올라올 만큼 가깝고, 차 소리는 비탈 아래 어딘가에서 멎을 만큼 멀다. 골목 중턱, 낮은 대문과 감나무 뒤로 1933년에 지은 한옥 한 채가 걸어 들어오는 사람 누구에게나 차를 내어준다.
집으로 남은 작가의 집
소설가 이태준이 이 집을 짓고 1930년대 내내 여기서 글을 썼다. 지금도 이 집의 짜임은 세트가 아니라 살림집으로 읽힌다. 돌과 자갈을 깐 작은 마당, 신을 벗고 걸터앉는 높은 마루, 여럿이 아니라 두세 사람에게 맞춘 방들. 서울시는 이곳을 민속문화재로 지정해두었는데, 그 말은 실제로 목재와 창호 문과 기와지붕을 새로 꾸미는 대신 손질해 지켜왔다는 뜻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작가의 후손이 수연산방이라는 이름으로 찻집을 꾸려오고 있다. 굳이 발길을 돌릴 만한 대목은 바로 그것이다. 건물이 오래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 집이 한 번도 비워진 채 설명판만 남지 않았다는 사실. 문 앞에서 코팅한 연혁을 손에 쥐여주는 사람은 없다.
차림표가 하는 일
쌍화차를 시키자. 몇 시간을 달인 진한 약재 탕에 잣과 채 썬 대추를 얹어 낸다. 첫 모금을 제대로 넘기기까지 이십 분은 앉아 있어야 할 만큼 뜨겁게 나오는데, 그게 이 집의 방식이다. 여름에는 진분홍빛에 날카롭게 신 오미자화채가 있고, 팥을 올린 빙수가 있다. 떡은 따로 한 접시에 나오고, 나눠 먹으라고 그렇게 나온다.
가는 길, 그리고 조용히 가는 법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려 성북동 방면 출구로 나온다. 버스로 오 분이면 언덕을 오르고, 걸으면 십오 분, 철물점들과 대사관 담장을 지난다. 주말 오후에는 마루도 마당도 가득 차니, 이 집을 제대로 만나는 시간은 평일 오전이다. 나와서 언덕을 더 오르면 길상사에 닿는다. 1997년, 사설 요정이 있던 터에 문을 연 절이다. 숲이 우거졌고, 이만한 도시에서는 드물게 고요하다.
차는 식기 전에 마시고, 마당은 나갈 때 한 번 더 보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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