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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무당들이 깃든 곳: 인왕산 자락의 국사당
때를 잘 맞춘 오후라면, 무언가를 보기도 전에 먼저 소리가 들린다. 손에 든 꽹과리와 양면 북소리가 무악재(무악재) 위 화강암 비탈을 타고, 소리가 응당 닿을 거리보다 훨씬 빠르게 내려온다. 그 소리를 따라 골목을 오르면 기와지붕을 인 나지막한 목조 전각이 인왕산(인왕산) 능선 아래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이 국사당(국사당)이며, 이 전각이 속한 서울은 엽서 속의 그 서울이 아니다.
길을 비키려 옮겨진 사당
국사당은 본래 서울 한복판의 언덕인 남산(남산)에 서 있었으나, 식민지 시기에 옛 자리가 다른 용도로 쓰이게 되면서 해체되어 이곳 인왕산 서쪽 기슭에 다시 세워졌다. 지금 서 있는 전각은 소박하다. 짙은 빛의 목재, 짧은 돌계단, 안쪽에 모신 수호신들의 채색 초상. 전각은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는다. 매표소도 기념품 판매대도 없이, 다져진 흙마당과 들보에 밴 참기름과 향냄새만이 있을 뿐이다.
이곳을 오를 가치가 있는 까닭은, 이곳이 끝내 박물관이 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여기에 무언가를 빌러 온다. 자식의 시험, 부모의 쾌차, 도무지 이치가 서지 않게 된 사업. 문턱에 벗어 둔 신발과, 켜켜이 쌓은 떡(떡)과 통째의 과일, 때로는 문을 향해 놓인 돼지머리가 차려진 낮은 상을 흔히 보게 된다.
정작 사람을 모으는 선 바위
몇 분을 더 오르면 나무들이 갈라지며 선바위(선바위)가 나타난다. 풍화된 화강암 두 덩이가, 빛에 따라 도성을 향해 절하는 고깔 쓴 두 사람처럼 보인다. 바위 표면은 수백 년 비바람에 얽고 패었으며, 그 밑동을 두른 작은 단들은 무릎에 닳아 매끈하다. 맑은 날에는 서대문(서대문)과 그 너머 아파트 단지들이 발밑으로 곧장 내려다보인다.
예로부터 여인들은 아들을 비느라 선바위를 찾았고, 바위는 지금도 노천 제단으로 기능한다. 틈에 끼워진 촛농 자국, 공물로 놓인 불 붙이지 않은 담배, 바위에 이마를 대고 비는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다. 전설이 덧붙은 전망대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믿음의 자리다.
굿은 실제로 어떤 소리인가
굿(굿)이 한창일 때 도착한다면, 왜 이 언덕이 관광객들조차 본능적으로 목소리를 낮추게 되는 서울의 유일한 자리인지 알게 된다. 무당(무당)은 겹겹의 비단 옷을 두르고, 사설과 돌연한 정지 사이를 오가며, 악사들은 꽹과리와 북과 갈대 소리의 겹 오보에로 가락을 몰아친다. 음식이 차려지고, 공물에는 돈이 접혀 꽂히며, 이 모든 것이 몇 시간씩 이어지기도 한다.
당신은 남의 기도에 찾아든 손님이지,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 아니다.
이 말은 새겨 둘 만하다. 촬영을 분명히 허락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휴대전화는 주머니에 두고, 한 가족이 의식 한가운데 있는 동안 마당은 결코 연출 사진의 배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는 사진보다 먼저 예의를 챙기는 편이 낫다.
위에서 기다리는 능선
국사당과 선바위는 서울에서 손꼽히는 짧은 등산길의 들머리에 자리한다. 계속 오르면 길은 맨 화강암과 고정된 손잡이 난간으로 바뀌고, 바위 틈에 끼인 작은 암자들을 지나 마침내 인왕산 능선에 닿는다. 그곳에는 복원된 성곽 한 자락이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진다. 전체 코스가 길지는 않으나 군데군데 가파르고 햇볕과 바람에 그대로 노출되니, 체력보다 제대로 된 신발이 더 중요하다.
정상에서는 도시의 두 얼굴이 펼쳐진다. 동쪽으로는 궁궐과 옛 동네가, 서쪽으로는 더 새로운 도시의 확장이 눕는다.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오면 사당은 달리 읽힌다. 호기심의 대상이라기보다, 아주 오랜 세월 사람들이 무언가를 빌러 올랐던 언덕의 조용한 심장부로.
가는 길, 그리고 제대로 대하는 법
보통은 서울지하철 3호선 무악재역이나 독립문(독립문)역에서 출발해, 주택가 골목을 따라 십 분에서 십오 분쯤 오르막을 걷는다. 마지막 구간은 표지판이 있지만 지나치게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으니, 그저 바위를 향해 계속 오르면 된다. 조용함을 원한다면 평일 오전에, 굿을 보고 싶다면 주말에 가되, 시간만큼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의식은 사사로이 예약되는 것이지 방문객을 위한 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당과 바위는 대개 별도의 요금 없이 다가갈 수 있으나, 날씨나 보수 공사, 진행 중인 굿에 따라 출입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마당을 누군가의 살아 있는 예배 장소로 여기고, 하루 일정을 짜기 전에 서울관광정보센터나 종로구청에 현재 상황을 확인해 두길 권한다. 피해야 할 단 하나의 실수는 이 언덕 전체를 사진 촬영 세트로 대하는 것이다. 한 걸음 물러서서 기다리고, 사람들이 마칠 때까지 기다린 뒤에 지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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