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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3일, 다리보다 오래된 죽방렴
남해는 한국 남해안 앞바다에 떠 있는 섬이다. 1973년 붉은 현수교로 뭍과 이어진 뒤로, 이곳 사람들은 지금도 길을 일러줄 때 그 다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사흘이면 섬을 천천히 한 바퀴 돌 수 있고, 남해는 어떤 명소 목록으로도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그 느린 속도에 후하게 답한다.
첫째 날: 다리를 건너, 먼 길로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과 진주에서 남해버스터미널까지 시외버스가 다닌다. 둘 중에서는 진주가 더 가깝다. 섬 안의 시내버스는 배차가 뜸한 편이라, 대부분은 진주에서 차를 빌려 다리를 건너 들어온다. 내륙을 가로지르는 길 대신 해안도로를 택하자. 한 시간쯤 더 걸리지만, 남쪽 해안선 전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굴 양식장의 뗏목, 줄지어 말리는 마늘밭, 작은 조선소 한두 곳.
둘째 날: 가천의 다랭이논, 그리고 암자
가천다랭이마을은 바다로 곧장 떨어지는 비탈에 좁은 논을 층층이 새겨 넣은 마을이다. 달리 부칠 평지가 없었기에 그렇게 지어온 논이다. 국가 명승으로 보호받고 있고, 논과 논 사이의 길은 산책로가 아니라 실제로 농사를 짓는 밭두렁이니 그에 맞게 걷는 것이 좋다. 오후에는 금산에 올라 보리암으로 향한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바위에 들어앉은 암자다. 아래쪽 주차장에서 셔틀이 다니고, 마지막 구간은 걸어서 10분쯤이다.
셋째 날: 해협의 죽방렴
남해와 창선 사이 지족해협에서는 물이 빠지면 대나무와 말목으로 엮은 V자 울타리가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죽방렴이다. 수백 년 동안 이곳에서 이어져 온 어법이고, 지금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좁은 물목을 지나는 물살은 거세다. 멸치가 그 물살을 타고 들어왔다가 되나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물이 빠지면 사람이 손으로 건져 올린다.
여기서 멸치는 배가 아니라 죽방렴 단위로 센다.
지족해협의 죽방렴은 물살이 센 좁은 바다에서만 가능한 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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