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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진은 없다: 《갯마을 차차차》가 빌려 쓴 포항의 장터 마을
포항 북쪽의 농촌 마을 청하, 장터 마당 가장자리에 오징어 동상 하나가 받침대 위에 서 있다. 바다는 동쪽으로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보이지 않는다. 동상은 한 TV 드라마를 위해, 공진이라는 어촌의 한복판을 표시하려고 만든 것이다. 공진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징어를 둘러싼 시장은 존재하고, 카메라가 오기 훨씬 전부터 장이 서 왔다.
촬영 의상을 벗지 않은 시장
《갯마을 차차차》는 공진에 치과를 연 서울 출신 치과의사가 마을의 만능 일꾼과 자꾸 마주치는 이야기다. 제작진은 공진의 중심가로 청하면의 청하시장을 골라, 가게 전면을 새로 칠하고 진짜 간판 위에 새 간판을 덧달았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몇 개는 그대로 남았다. 지역 언론은 청호철물 간판과 오징어 동상이 여전히 제자리에 있고, 보라슈퍼는 식료품 대신 추억의 과자와 장난감을 판다고 꾸준히 전해 왔다.
문 위의 간판과 그 안의 장사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이 배달을 다니던 중국집 공진반점은 여전히 중국집 외관을 하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그 안의 주방이 소뼈를 오래 고아 낸 곰탕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한다. 주문하기 전에 벽에 붙은 메뉴판부터 읽자. 「한낮엔 커피 달밤엔 맥주」라는 간판을 단 카페도 같은 경우다. 이름대로라면 낮에는 커피, 달밤에는 맥주를 내는 곳이지만, 당신이 찾아간 날 커피를 내리고 있을 수도, 셔터가 내려져 있을 수도 있다. 작은 읍내의 가게는 주인이 바뀌기 마련이고, 간판 하나가 여행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공진은 지도에 없지만, 청하시장은 닷새마다 선다.
닷새에 하루, 그리고 나머지 나흘
청하장은 오일장이다. 매일이 아니라 닷새 주기로 서는 장이다. 장날이면 마당 주변 골목이 이른 아침부터 찬다. 상인들은 푸성귀와 뿌리채소를 담은 대야 곁에 낮게 앉고, 해안에서는 건어물이 들어오며, 몇몇 좌판은 장대에 작업 바지와 주방 도구를 걸어 둔다. 값은 써 붙이지 않고 말로 부른다. 현금이 기본이고, 소액권을 챙기면 모든 것이 빨라진다.
나머지 나흘 동안 마당은 대체로 오징어 한 마리가 서 있는 주차장이다. 셔터는 대부분 내려가 있고, 상설 점포 몇 곳만 문을 열어 두며, 거리는 사람 하나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만큼 조용하다. 드라마만 보고 온 여행자들은 오히려 이쪽을 좋아하곤 한다. 그들은 세트는 보고 시장은 놓친 채 떠난다. 고를 수 있다면 장날에, 그것도 아침에 오자. 시골 상인들은 점심이 지나면 짐을 싸는 편이다.
항구 옆 치과, 언덕 위의 배
드라마는 시장과 바닷가를 자유롭게 오가며, 마치 서로 잠깐 걸으면 닿는 거리인 것처럼 이어 붙였다. 실제로는 차로 이동해야 하는 거리다. 치과로 꾸몄던 건물은 청진항에 있다. 방파제와 쌓아 둔 그물, 바짝 붙여 묶어 둔 배들이 있는, 지금도 일하는 작은 포구다. 전시물이 아니라 마을 건물이니 밖에서만 바라보자. 항구는 그 자체로 천천히 십 분쯤 머물 만하다.
해안도로를 따라 더 남쪽, 오도리에는 사방기념공원이 있다. 사방은 흙과 모래가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막는 일을 뜻하며, 공원은 한때 헐벗었던 이곳 산에 다시 나무를 심은 일을 기념한다. 계단식으로 다듬은 비탈이 그 공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보여 준다. 그 위에 드라마가 주인공의 언덕 위 아지트로 쓴 고깃배가 놓여 있다. 선체는 풀밭 위에 받쳐 두었고, 뱃머리는 동해를 향한다. 당시 지자체는 배와 오징어 동상을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오르는 길은 짧지만 가릴 것이 없고, 위쪽 바람은 주차장에서 짐작한 것보다 세다.
그 집들은 세트가 아니다
여주인공의 집, 남주인공의 집, 할머니의 집은 모두 개인 주택으로, 촬영 기간 동안 빌렸다가 돌려준 곳이다. 사람이 살고 있다. 드라마가 방영 중이던 때 제작진은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주민들이 대문 앞에서 낯선 사람들과 마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이 끝났다고 그 부탁의 효력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이 집들의 위치 핀은 국내 블로그와 지도 앱에 돌아다닌다. 핀은 초대장이 아니다. 시장과 항구, 공원은 공공장소이고, 화면에서 본 것의 대부분을 여기서 만날 수 있다. 그 사이 마을 골목에서 낮은 담은 곧 경계이고, 목소리는 생각보다 멀리 퍼지며, 담 너머에 사는 이들 중에는 어르신이 많다. 카메라는 바다 쪽으로 두자.
드라마 없이도 이 해안이 내어 주는 것
청하 가까이에서 해안은 월포해수욕장으로 열린다. 길게 휘어진 모래사장 바로 뒤에 기차역이 있다. 조금 남쪽의 이가리 닻 전망대는 닻 모양으로 바위 위에 놓은 보행 덱으로, 잔잔한 날이면 발아래로 맑은 물이 보인다. 내륙으로 들어가면 내연산 자락에 보경사가 자리하고, 계곡길이 줄지어 선 폭포들을 지나 오른다. 어느 쪽이든 텔레비전에 빚지지 않은 반나절이 된다.
여기까지 왔다면 물회를 먹자. 포항식은 얇게 썬 생선회와 채 썬 채소에 차갑고 붉은 고추장 양념을 얹고, 상에서 밥이나 국수를 말아 먹는다. 어부들이 배 위에서 해 먹던 끼니에서 시작된 음식이다. 추운 계절에 이곳 사람들이 찾는 것은 과메기다. 반쯤 말린 청어나 꽁치를 마늘, 쪽파와 함께 김에 싸 먹는다. 본고장은 같은 해안선의 남쪽 끝, 구룡포다.
가는 길, 그리고 제대로 가는 법
KTX는 서울역에서 포항역까지 운행한다. 포항역은 시 북쪽에 있어 이미 청하 쪽에 가깝다. 시내버스는 7번 국도를 따라 북쪽 시장 방향으로 이어진다. 동해선 월포역은 더 가깝지만 일부 열차만 정차하므로, 하루 일정을 여기에 맞추기 전에 코레일 시간표를 확인하자. 한국에서는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이 해외 지도 앱보다 실시간 버스 도착 정보를 훨씬 정확하게 보여 준다.
촬영지는 수 킬로미터에 걸친 해안을 따라 흩어져 있고, 마을 사이를 잇는 버스는 드물다. 포항역에서 빌린 렌터카나 반나절 대절한 택시가 시장과 항구, 공원을 한 번에 둘러보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출발 전에 기사에게 요금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물어 두자. 봄과 가을에 빛이 가장 맑다. 여름 주말에는 월포로 해수욕 차량이 몰리고, 겨울에는 매서운 바람과 과메기 철이 함께 온다.
장날 날짜, 공원 주차 요금, 보경사 입장료 여부는 포항시 공식 관광 안내나 한국관광공사 1330 안내 전화로 확인하자. 1330은 영어로도 응대한다. 피해야 할 실수는 공진이 입구 달린 테마파크라도 되는 듯 찾아가는 것이다. 이곳은 시장이 있는 마을이고, 찾아올 더 좋은 이유는 그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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