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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테마파크 너머의 카이펑: 성벽, 상인 회관, 그리고 윗동이 잘린 탑
구러우 야시장에서 한 상인이 놋쇠 주전자를 들어 올린다. 길게 뻗은 주둥이 끝이 용머리로 마무리된 주전자다. 그가 연한 빛깔의 가루가 담긴 그릇 위로 주전자를 기울이자 뜨거운 물이 한 줄기 호를 그리며 떨어진다. 가루는 윤기 도는 걸쭉한 죽으로 엉기고, 숟가락이 꼿꼿이 선 채로 그릇이 카운터 너머로 건너온다. 싱런차(杏仁茶), 아몬드차다. 많은 방문객에게 이 한 그릇은 송나라 옷차림의 테마파크에서 하루를 보내고 늦은 기차에 오르기 전에 맛보는 카이펑의 마지막 맛이다. 그들이 두고 떠나는 도시는 더 조용하다. 뼈대는 더 오래되었고, 대부분은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곳이다.
홍수 위에 겹겹이 쌓인 도시
카이펑(开封)은 북송의 수도 볜징(汴京)이었다. 황허(黄河)가 도시를 묻어버리기 전까지는. 홍수와 토사가 도시를 여러 번 덮었고, 그때마다 옛 터 위에 새 도시가 올라섰다. 주민들은 이를 청뤄청(城摞城), 즉 도시 위에 쌓인 도시라 부른다.
그 깊이를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곳은 중산루(中山路) 아래의 주교(州桥, 저우차오) 발굴 현장이다. 파 내려간 구덩이가 돌다리와 볜허(汴河)의 옛 강바닥까지 닿아 있다. 현장이 전시용으로 정비되면서 볼 수 있는 범위가 계속 바뀌어 왔으니, 이곳을 중심으로 일정을 짜기 전에 카이펑시 공식 관광 계정을 확인하자.
그 원인을 보려면 차를 타고 북쪽, 황허 제방 위의 류위안커우(柳园口)로 가자. 이곳의 황허는 쉬안허(悬河), 토사가 쌓인 강바닥이 주변 땅보다 높이 떠 있는 「공중의 강」이다. 제방에 서면 한쪽으로는 발아래 마을 지붕들이, 다른 쪽으로는 넓은 갈색 물길이 펼쳐진다.
다량먼에서 시작하는 성벽 산책
옛 도시를 감싼 성벽은 그보다 앞선 성곽선 위에 쌓은 명·청대 구조물로, 둘레가 중국의 다른 도시들보다 훨씬 온전하게 남아 있다. 대개는 복원된 서문 다량먼(大梁门)에서 시작하는데, 이곳에서는 성벽 일부 구간에 오를 수 있다. 어느 구간이 개방되고 어느 구간이 유료인지는 시기마다 달라지니, 성벽 위를 한 바퀴 다 돌 수 있으리라 넘겨짚지 말고 성문에서 확인하자.
더 좋은 산책길은 오히려 성벽 발치인 경우가 많다. 여러 구간에서 성벽 아래를 따라 가느다란 공원이 이어지고, 이른 아침이면 태극권을 하는 사람들,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허난 지방극 위쥐(豫剧)를 부르는 아마추어 소리꾼들로 붐빈다. 그 목소리가 벽돌에 부딪혀 멀리까지 퍼진다. 바깥 면은 보수한 자리마다 다른 색 벽돌로 기워져 있는데, 복원된 성문 누각이 감추기 쉬운 기록이다.
서점 거리와 절 뒤 골목
서점 거리 수뎬제(书店街)는 재건된 고루, 구러우(鼓楼) 일대에서 북쪽으로 뻗어 있다. 볼거리는 2층짜리 상점들의 정면이다. 조각한 나무 처마, 채색한 상인방, 아침이면 접어 젖혀 둔 덧문. 몇몇 가게는 지금도 책을 팔고, 붓과 먹, 인장석, 학용품을 함께 늘어놓는다.
근처의 쓰허우제(寺后街)는 「절 뒤의 거리」라는 뜻으로, 다샹궈쓰(大相国寺)에서 이름을 따왔다. 바로 이곳이 탕바오의 본거지다. 관탕바오(灌汤包)는 피가 얇고 육즙이 묵직하게 차 있다. 현지에서 통하는 기준은 이렇다. 잘 빚은 것은 집어 들면 등롱처럼 늘어지고, 내려놓으면 국화처럼 퍼진다. 가장 유명한 이름은 디이러우(第一楼)로 아침마다 줄이 늘어서지만, 더 작은 가게들도 같은 방식의 탕바오를 덜 기다리고 내놓는다. 작은 구멍을 내어 국물부터 마시자. 그러지 않으면 국물은 소매로 흘러내린다.
옛 도시 서쪽의 쌍룡 골목, 솽룽샹(双龙巷)은 바닥을 새로 깔았지만 사람들을 비워내지는 않았다. 전하는 말로는 송나라 황제 두 명이 이곳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래도 안뜰 대문 너머로는 여전히 빨랫줄과 자전거, 화분에 심은 석류나무가 보이고, 점심이 지나면 골목은 조용해진다.
쉬푸제의 상인 조각
산산간 회관(山陕甘会馆, 산산간후이관)은 쉬푸제(徐府街)에 있다. 마다오제(马道街)의 쇼핑 인파에서 몇 분 거리다. 산시(山西)·산시(陕西)·간쑤 출신 상인들이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땅의 모임 장소로 지었고, 사당에는 관우(关羽)를 모신다. 상인들이 의리와 공정한 거래의 상징으로 숭배한 장군이다.
벽돌 가림벽인 자오비(照壁)와 극 무대인 시러우(戏楼)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보자. 조각은 처마 높이에서 가장 촘촘하다. 들보와 두공마다 인물, 동물, 과일, 강 위를 오가는 배의 작은 장면들이 새겨져 있고,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나뭇결이 드러나 있다. 줌이 되는 휴대폰 카메라가 있으면 좋다.
같은 솜씨를 종이 위에서 보여주는 곳은 도시 남쪽의 주셴전(朱仙镇)이다. 이 마을은 목판 세화, 녠화(年画)로 이름났다. 문을 지키는 신들을 판 하나씩 찍어 가며 평면적이고 짙은 색으로 인쇄한다. 옛 도시의 가게에서도 팔지만, 마을 공방에서는 사기 전에 목판을 보여 달라고 청해 볼 만하다.
꼭대기를 잃은 탑
옛 도시 북동쪽 공원에 서 있는 철탑, 톄타(铁塔)는 엽서 속의 바로 그 탑이다. 쇠로 만든 탑이 아니라 녹슨 쇳빛 유약 타일을 입힌 벽돌탑으로, 감탄하기도 쉽고 그냥 지나치기도 쉽다.
또 하나의 탑을 찾아가자. 판타(繁塔)는 성벽 남동쪽 위왕타이 공원(禹王台公园) 근처에서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채 서 있다. 현지인들은 이 이름을 「포타」라고 읽으며, 택시 기사는 그들 식으로 말해야 알아들을지도 모른다.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 가운데 하나인 이 탑은 오래전에 위쪽 층들을 잃었고, 잘려 나간 꼭대기에 작은 계단식 첨탑이 얹혀 있어 땅딸막하고 미완성처럼 보인다.
铁塔高,铁塔高,铁塔只到繁塔腰。
톄타 가오, 톄타 가오, 톄타 즈 다오 포타 야오. 「철탑이 높다, 높다 해도 판타 허리까지밖에 안 온다」는 이 노랫말처럼, 가까이 다가가면 벽면이 틀로 찍어낸 벽돌 타일로 뒤덮여 있다. 타일마다 작은 좌불이 하나씩 앉아 있고, 수천 개가 자세만 조금씩 바꿔 가며 되풀이된다. 늦은 오후의 빛이 그 부조를 가장 잘 드러낸다.
가는 길, 그리고 헷갈리기 쉬운 역들
카이펑베이역(开封北站)은 도심 북쪽, 정저우–쉬저우 고속철도 노선에 있다. 옛 역인 카이펑역(开封站)은 룽하이선(陇海线) 위, 성벽 바로 남쪽에 있고, 정저우에서 오는 도시 간 열차는 서쪽의 쑹청루역(宋城路站)으로도 들어온다. 호텔을 고르기 전에 예약에 적힌 역이 어디인지 확인하자.
봄과 가을이 다니기 가장 좋다. 여름은 습하고, 한겨울에는 야시장이 한산해진다. 가을이면 룽팅 공원(龙亭公园)이 국화 축제로 가득 차는데, 날짜는 해마다 새로 정해지니 시 공식 관광 채널에서 확인하자. 구러우의 노점은 해가 진 뒤에 열린다. 일찍 가면 테이블이 하나둘 펼쳐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성벽, 회관, 두 탑의 요금과 운영 시간은 각 장소가 정하고 수시로 바뀌니, 현장에서 또는 카이펑 공식 관광 계정에서 확인하자. 옛 도시는 걸어 다닐 만큼 아담하고, 그 사이 빈틈은 공유 자전거와 택시로 메우면 된다. 피해야 할 실수는 정저우에서 당일치기로 와 하루를 온통 테마파크에서 보내는 것이다. 성벽 안에서 하룻밤 묵고, 아침으로 탕바오를 먹고, 오후는 쉬푸제와 기사들이 「포타」라 부르는 그 탑을 위해 남겨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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