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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양에서 보낸 이틀: 호숫가 누각, 쥔산 차, 그리고 양쯔강의 끝자락
평일 이른 아침, 악양루(岳阳楼, Yuèyáng Lóu) 아래 둑길에는 구경하러 온 사람이 없다. 한 남자가 난간을 따라 뒷걸음질하며 걸음에 맞춰 손뼉을 친다. 빨간 부채를 든 여인들은 나뭇가지에 매단 스피커에 맞춰 안무를 연습하고, 물 위에는 거룻배 한 척이 떠 있다. 그 물이 동정호(洞庭湖, Dòngtíng Hú)다. 철에 따라 수평선까지 이어지는 잿빛 수면이 되기도 하고, 물길 하나만 남은 풀밭이 되기도 한다. 웨양은 베이징–광저우 고속철도 노선 위에 있다. 그래도 대부분의 여행자에게는 우한과 창사 사이에서 스쳐 가는 승강장 표지판일 뿐이다. 서두르지 않고 이틀을 보내면 그들이 놓친 것이 보인다.
단체 관광객보다 먼저, 누각부터
악양루는 문을 열자마자 찾아가자. 짙은 색 목재로 지은 아담한 3층 건물이고, 장군의 투구를 닮은 곡선 지붕을 이고 있다. 현지인들은 이 지붕을 쿠이딩(盔顶)이라 부른다. 상류 우한의 황학루보다 작지만 몸체는 훨씬 오래되었다. 황학루는 철근 콘크리트로 다시 지었고, 이곳은 청나라 때 목재가 그대로 남아 있다. 계단은 가파르고 닳아서 반들거린다. 꼭대기 층에 오르면 창마다 호수가 가득 담긴다.
악양루가 유명해진 것은 글 한 편 덕분이다. 범중엄의 『악양루기』(岳阳楼记, 악양루에 부치는 기록)다. 누각 안 목판에 새겨진 이 글을 중국인 방문객들은 낮은 목소리로 읊조린다. 다른 곳 사람들이 찬송가를 입속으로 따라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흔히 전하는 이야기로는 범중엄이 이곳에 와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친구가 보내 준 그림을 보고 썼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한 구절은 중국 전역에서 공직자의 좌우명처럼 쓰인다.
천하의 근심은 남보다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은 남보다 나중에 즐긴다.
경내에서는 삼취정(三醉亭, Sānzuì Tíng)을 찾아보자. 도교 신선 여동빈과 얽힌 정자다. 여동빈이 이곳에서 세 번이나 취했는데도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전한다. 이곳의 대련 한 쌍을 보면 이 도시가 스스로를 어떻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洞庭天下水,岳阳天下楼。
로마자로는 Dòngtíng tiānxià shuǐ, Yuèyáng tiānxià lóu라고 읽는다. 동정호는 천하의 물이요, 악양은 천하의 누각이라는 뜻이다. 오전 중반이 되면 여행사 깃발이 몰려들고 꼭대기 층에 줄이 늘어선다. 그 전에 나오자.
물가를 따라 남쪽, 탑까지
누각 남쪽에서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조금만 가면 자씨탑(慈氏塔, Císhì Tǎ)이 나온다. 물가에 바짝 붙어 선 가느다란 벽돌탑이다. 주변은 평범한 아파트 단지라서 발코니마다 빨래가 걸려 있고, 남자들은 간이 의자에 앉아 카드를 친다. 매표소는 없고 안내판도 거의 없다. 이웃들처럼 동네 풍경의 일부로 보면 된다.
안쪽 볜허제(汴河街, Biànhé Jiē)는 옛 거리를 새로 꾸민 곳이다. 회색 기와를 얹은 상점과 꼬치 노점, 기념품 차 가게가 늘어서 있다. 더 오래된 동네의 모습은 한두 블록 떨어진 둥팅난루(洞庭南路, Dòngtíng Nán Lù)에 남아 있다. 철물점과 작은 찻집들이 저마다 편한 시간에 문을 여는 거리다. 이곳에서, 그리고 웨양 시골 곳곳의 가정에서 장옌더우쯔차(姜盐豆子茶)를 청해 보자. 녹차에 채 썬 생강과 소금, 볶은 참깨와 콩을 넣어 우린다. 맛은 차보다 맑은 국물에 가깝다. 나이 든 사람들은 다 마신 뒤 잔을 기울이고 톡톡 두드려 콩을 털어 먹는다. 잔이 비어 있으면 종업원은 더 달라는 뜻으로 알아듣는다.
호수 생선으로 차린 저녁
웨양에서 저녁을 먹는다면 호수 생선이다. 작고 투명에 가까운 인위(银鱼, 뱅어)는 달걀과 함께 볶거나, 말린 뒤 고추와 함께 튀겨 낸다. 통째로 요리하는 생선은 주로 민물 도미나 잉어다. 입구 옆 수조에서 살아 있는 것을 고르면 발효 고추와 마늘을 듬뿍 넣고 무쇠 냄비에 조려 준다. 생선값은 무게로 매긴다. 요리사가 생선을 가져가기 전에 무게와 근(斤, 500그램)당 가격을 물어보자. 값은 메뉴판이 아니라 저울에서 정해진다.
누각 뒤편 거리의 식당들은 해 질 무렵부터 가족 손님으로 붐빈다. 이곳의 후난 요리도 맵지만 창사만큼 쉴 새 없이 맵지는 않다. 부야오 타이라(不要太辣, 너무 맵지 않게)라고 말하면 대개 덜 매운 냄비가 나온다. 그래도 순한 맛은 아니다.
쥔산섬, 그리고 서 있는 차
둘째 날 아침은 쥔산섬(君山岛, Jūnshān Dǎo)에 쓰자. 시내 남서쪽 호수에 나지막하게 솟은, 숲이 우거진 언덕이다. 솜털 덮인 새싹 하나만 따서 만드는 황차, 쥔산인전(君山银针)이 이 섬에서 난다. 키 큰 유리잔에 우리면 바늘 같은 찻잎이 꼿꼿이 선 채 천천히 떠올랐다 가라앉는다. 섬의 찻집들은 이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유리잔에 내 준다. 섬 밖 시내 상점에서는 이 이름을 꽤 느슨하게 쓴다. 녹차가 아니라 황차인지 물어보고, 은빛 솜털이 덮인 온전한 싹인지 살펴보자. 진짜 쥔산인전은 진열대에서도 비싼 축에 든다.
섬의 오솔길을 따라가면 전설이 여럿 이어진다. 이비묘(二妃墓, Èrfēi Mù)에는 성군 순임금의 두 아내, 아황과 여영이 잠들어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이 흘린 눈물이 이 섬의 얼룩덜룩한 상비죽(湘妃竹, 반점 대나무)에 갈색 점을 남겼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유의정(柳毅井, Liǔ Yì Jǐng)은 선비 유의를 기리는 우물이다. 유의는 학대받던 용왕의 딸을 대신해 용왕에게 편지를 전했다고 한다. 느긋하게 모두 둘러보면 오전 시간이 거의 다 간다.
호수가 양쯔강으로 흘러가는 곳
오후에는 택시를 타고 북쪽 청링지(城陵矶, Chénglíngjī)로 가자. 동정호의 물이 양쯔강으로 빠져나가는 곳이다. 이 합류 지점을 싼장커우(三江口, 세 물줄기의 어귀)라 부른다. 상류에서 오는 강, 하류로 가는 강,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하나씩 센 이름이다. 철을 잘 맞추면 두 물이 섞이기 전 나란히 흐르며 만드는 경계선이 보인다. 한쪽은 푸른빛이 도는 호수 물이고 다른 쪽은 누런 양쯔강 물이다. 배경에는 항구의 컨테이너 크레인이 늘어서 있다. 긴 바지선들은 상류의 이창과 하류의 우한을 향해 오간다.
엽서 속 풍경이 아니라 일하는 양쯔강이다. 이곳에 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겨울에 간다면 숙소에 동동정호(东洞庭湖)에 대해 물어보자. 철새인 두루미와 기러기가 물이 빠진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곳이다. 보호구역은 출입을 통제하므로 무작정 찾아가지 말고 미리 준비해 두자.
가는 법, 좋은 시기, 미리 확인할 것
고속열차는 시 동쪽 끝의 웨양둥역(岳阳东站, Yuèyáng Dōng Zhàn)에 선다. 일반 열차는 시내 중심에서 더 가까운 웨양역(岳阳站)에 선다. 어느 역에서 내리든 누각 쪽까지는 택시나 차량 호출 서비스를 타는 편이 현실적이다. 열차 시간표는 중국철도의 12306 서비스에서 확인하자. 숙소를 누각이나 난후(南湖, 남쪽 호수) 근처에 잡으면 이틀 아침 모두 걸어서 나설 수 있다.
봄과 가을에 가장 지내기 좋다. 여름에는 물이 불고 몹시 습하다. 겨울에는 물이 빠지고 새들이 찾아오며 하늘이 잿빛이다. 악양루와 쥔산섬의 입장료와 개방 시간은 계절마다 달라진다. 하루 일정을 짜기 전에 각 관광지의 공식 채널이나 웨양 관광국에서 확인하자.
누각 앞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쥔산섬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여객선은 수위에 따라 다니기 때문에 건기에는 끊길 수 있고, 육로로 가면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그 주에는 섬에 어떻게 들어가는지 전날 저녁에 확인해 두자. 그래야 아침 시간을 날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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