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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장커의 산시: 탑과 성벽, 그리고 그의 영화 뒤편의 작은 현성
중국에서 영화 순례를 떠나면 대개 촬영소 세트장이나 유명한 거리에 닿는다. 지아장커의 영화를 따라가면 사정이 다르다. 여행자들이 흔히 건너뛰는 산시성 중부의 작은 현성에 닿는다. 펀양(汾阳)은 그가 나고 자란 곳이고, 그 뒤로도 영화를 찍으러 몇 번이고 돌아온 곳이다. 동쪽으로 차로 한 시간쯤 떨어진 핑야오에서는 지금 그가 영화제를 연다.
펀양 끝자락의 탑
〈산하고인〉은 원펑탑(文峰塔, Wénfēng Tǎ)에서 시작해 원펑탑에서 끝난다. 명나라 때 벽돌로 쌓은 높은 탑으로, 마을 남동쪽 끝에 서 있다. 주변이 탁 트여 있어서 영화에서처럼 멀리서도 눈에 들어온다. 늦은 오후에 가 보길 권한다. 벽돌은 마른 흙빛으로 물들고, 탑 아래 들판도 조용해진다.
〈소무〉와 〈플랫폼〉 속 거리는 찾기가 더 어렵다. 현성은 몇 년에 한 번씩 가게 간판을 갈아 치우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시의 뼈대는 그대로다. 큰길 하나와 버스 터미널이 있고, 해가 지면 노래방 간판에 불이 들어온다. 천천히 걷다 보면 영화 속 장면과 눈앞의 풍경이 조금씩 겹쳐지기 시작한다.
이웃 도시에서 빌려 온 성벽
펀양에는 온전한 성벽이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플랫폼〉에서 성벽 위를 걷는 장면은 핑야오에서 찍었다. 핑야오의 명대 성벽은 지금도 온전하게 남아 있고, 고성 입장권이 있으면 성벽 위를 따라 걸을 수 있다. 가장 한적한 곳은 북쪽 성벽이다. 거기서 내려다보는 잿빛 기와지붕은 영화 속 풍경과 거의 같다.
平遥的城墙,替汾阳在电影里站了二十多年。
우리말로 옮기면 이렇다. 핑야오의 성벽은 스무 해 넘게 스크린 속에서 펀양의 성벽을 대신해 왔다.
언제 갈까
핑야오 국제영화제는 10월에 열린다. 장소는 고성 성벽 바로 바깥에 있는 옛 디젤엔진 공장을 고쳐 만든 공간이다. 상영표는 금세 매진되지만, 영화제 기간 일주일 내내 도시가 영화인들로 북적인다. 가을볕도 두 도시에 잘 어울린다. 숙소는 핑야오에 잡고 펀양은 당일치기로 다녀오면 된다. 돌아오는 길에는 펀주(汾酒)의 고향인 싱화춘(杏花村)에 들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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