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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루캠△」의 야마나시: 호수와 절의 돌계단, 그 사이를 잇는 느린 선로
벤치는 모토스코(本栖湖) 서쪽 기슭에 놓여 있고, 늦가을이면 햇빛이 일찍 그곳을 떠난다. 「유루캠△」(ゆるキャン△, 유루캰) 1화에서 자전거를 타고 너무 멀리 와 버린 한 소녀가 이 근처에서 잠이 든다. 어둠 속에서 눈을 뜨면 낯선 이의 모닥불과 컵 카레라면 하나, 그리고 검은 수면 위로 우뚝 선 후지산이 있다. 이 시리즈의 무대는 야마나시현 남부 일대이고, 작품이 그려 낸 풍경 대부분은 느린 철도 노선 하나와 산길 두 개를 따라 놓여 있다. 장면과 같은 구도를 찾기는 쉽다. 어려운 건 시간표를 맞추는 일이다.
옛 지폐 뒷면의 호수
모토스코는 후지 5호 가운데 가장 서쪽에 있고 가장 깊은 호수이며, 여름 보트들이 들어가고 나면 가장 고요해진다. 북서쪽 기슭 위 언덕, 나카노쿠라 고개(中ノ倉峠) 부근에서 바라본 후지산이 바로 구권 1,000엔 지폐 뒷면에 인쇄된 풍경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그곳까지 올라가 지폐를 산에 겹쳐 들고 사진을 찍는다. 호숫가 도로에서 이어지는 길은 가파른 숲길이라 비가 온 뒤에는 미끄러운 진흙길로 변한다.
물가로 내려가면 시리즈 도입부의 실제 무대인 고안 캠핑장(浩庵キャンプ場)이 있다. 텐트는 검은 화산 자갈이 깔린 비탈진 호숫가에 치고, 해가 능선 뒤로 넘어가면 호수에서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로 영업하는 캠핑장이니, 당일 방문객은 안을 지나가기 전에 접수처에 먼저 묻고 입장이나 주차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인하자. 하룻밤을 묵는 캠퍼는 애니메이션이 담고 싶어 한 바로 그 장면을 만난다. 플라이 시트에 내린 서리, 해 뜨기 전 은빛으로 물든 호수, 구름이 가로질러 오기 전까지 한 시간쯤 선명하게 드러나는 산.
노선 한가운데의 사찰 마을, 미노부
JR 미노부선(身延線)의 중간쯤에 시리즈 주인공들이 사는 마을 미노부(身延)가 있다. 미노부역(身延駅)에서 버스를 잠깐 타고 올라가면 몬젠마치(門前町)에 닿는다. 니치렌종의 총본산 구온지(久遠寺)로 이어지는 상점가다. 참배길에는 염주와 향, 찐 만주를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어떤 가게 창에는 염주들 사이로 시리즈 포스터가 슬쩍 끼워져 있기도 하다.
절의 정문을 지나면 보다이테이(菩提梯)가 기다린다. 287개의 돌계단이 어찌나 가파른지, 사람들은 몸을 앞으로 숙이고 한 손으로 난간을 짚은 채 오른다. 무릎을 아끼고 싶은 이를 위해 그 옆으로 완만한 비탈길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계단 꼭대기에서는 미노부산 로프웨이(身延山ロープウェイ)가 산 정상의 오쿠노인(奥之院)까지 이어지고, 맑은 날이면 동쪽 능선 너머로 후지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에서의 점심은 대개 유바(湯葉)다. 절의 쇼진 요리(精進料理), 곧 사찰 채식에서 전해 내려온 두유 막으로, 얇게 접어 간장과 와사비를 곁들여 낸다.
국도 300호, 그리고 스쿠터가 스쳐 가는 온천
등장인물 하나가 스쿠터를 타고 골짜기에서 모토스까지 오를 때 따라가는 길이 국도 300호(国道300号)다. 후지강 협곡에서 산을 넘어 호수까지 올라가는 도로다. 길은 시모베 온천(下部温泉) 근처에서 시작된다. 강을 따라 좁고 길게 들어선 온천 마을로, 료칸들이 물가에 바짝 붙어 있고 나무 표지판이 목욕탕 쪽을 가리킨다. 이 고장에서는 이곳을 신겐의 숨은 온천(信玄の隠し湯, 신겐노 카쿠시유) 가운데 하나로 전한다. 다케다 신겐의 무사들이 상처를 씻었다는 탕이다. 원천 일부는 뜨겁지 않고 차갑게 솟기 때문에, 이곳의 탕은 일부러 미지근하게 두기도 한다.
마을 위쪽의 터널과 굽잇길은 걷는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를 위해 만든 길이니, 이 구간은 버스 창밖으로 감상하는 풍경으로 여기자. 골짜기로 돌아오면 길가 식당 거의 어디서나 호토(ほうとう)를 낸다. 넓적하고 두툼한 야마나시식 밀가루 면을 단호박, 푸성귀와 함께 미소된장에 끓인 음식으로, 무쇠 냄비째 보글보글 끓는 채로 상에 오른다. 이 시리즈 속 추위가 줄곧 가리키는 바로 그 음식이자, 기차를 기다리며 보내는 오후를 거뜬히 버티게 해 줄 만큼 든든한 한 그릇이다.
산속의 작은 호수, 시비레코
더 북쪽, 이치카와미사토(市川三郷町) 위쪽에 시비레코(四尾連湖)가 있다. 숲에 둘러싸인 작고 둥근 호수로, 시리즈에서는 단체 캠핑 여행 가운데 한 번의 무대가 된다. 이치카와다이몬역(市川大門駅) 일대에서 차로 올라갈 수 있는데, 이 마을은 전통 종이 와시와 여름 불꽃놀이로도 알려져 있다. 오르막이 꽤 길어서 방문객 대부분은 택시나 자동차로 오고, 호수 자체는 고요하다. 노 젓는 보트 몇 척, 호숫가 캠핑장, 그리고 느긋한 걸음으로 한 시간이 채 안 걸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산책로가 전부다.
이곳의 핵심은 그 고요함이고, 고요함은 깨지기 쉽다. 호숫가 캠핑장들은 민간 업체가 운영하며, 불 사용과 소음, 당일 방문객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범위에 관한 저마다의 규칙을 접수처에 붙여 두었다. 시리즈의 다른 장면 배경 중에는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일하는 학교와 집도 있으니, 카메라는 호수와 사찰, 공공 도로를 향하게 하고 대문이 있거나 문패가 걸린 곳에는 들이대지 말자.
富士山は、湖の向こうで静かに待っている。
가는 길, 그리고 하루를 좌우하는 시간표
미노부선은 시즈오카현의 후지역(富士駅)과 야마나시현의 고후(甲府) 사이를 달리며, 대부분 후지강을 따라 놓인 단선 구간이다. 특급 후지카와(特急ふじかわ)가 하루 몇 차례 전 구간을 달려 시즈오카와 고후를 잇고, 보통 열차는 작은 역마다 서지만 배차 간격이 길다. 이 역들 상당수는 무인역이고 IC 카드를 쓸 수 있는 구간도 노선 곳곳마다 다르니, 카드 태그만 믿기 전에 JR 도카이의 이용 가능 구간 안내를 확인하고 운임으로 낼 현금을 챙기자. 모토스코는 아예 철도가 닿지 않는다. 가와구치코 쪽에서, 그리고 국도 139호를 따라 드문드문 다니는 버스가 있을 뿐이고, 믿을 만한 것은 운행 회사의 최신 시간표뿐이다.
10월 하순부터 2월까지는 춥고 맑은 아침이 이어져 후지산을 가장 확실하게 볼 수 있고, 시리즈 특유의 비수기 정취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다. 봄에는 구온지의 수양벚나무가 꽃을 피우고 돌계단은 인파로 붐빈다. 로프웨이 요금, 캠핑장 이용료, 사찰 입장료와 운영 시간은 모두 계절에 따라 바뀌니 각 시설이나 미노부정 관광협회, 야마나시현 공식 관광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하자. 많은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는 대중교통으로 모토스, 미노부, 시모베를 하루에 다 엮으려는 것이다. 연결편은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만, 버스 한 대를 놓치면 몇 시간이고 발이 묶일 수 있다. 거점을 하나 정하고, 호수에는 아침 한나절을 온전히 내어 주고, 느린 노선이 하루의 속도를 정하게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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