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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 지하철의 빈자리: 서울 지하철이 누군가를 위해 자리를 남겨두는 방법
평일 아침 여덟 시 반, 서울 지하철 한 칸은 승객으로 가득합니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통로에 어깨를 맞대고 서 있습니다. 그런데도 비어 있는 자리가 몇 개 있습니다. 고장 난 자리도, 직원용으로 정해 둔 자리도 아닙니다. 사람들은 아직 타지 않은 승객을 위해 습관처럼 그 자리를 비워 둡니다.
객차 양 끝의 좌석
객차 양 끝에는 노약자석이라고 적힌 짧은 좌석이 있습니다. 어르신, 장애가 있는 승객, 어린아이와 함께 탄 어른을 위한 자리입니다. 젊은 승객들은 열차가 꽉 차도 대개 이 자리에 앉지 않습니다. 빈 노약자석 바로 옆에 서서 여러 정거장을 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를 강제하는 벌금도 없고, 지켜 달라는 안내 방송도 없습니다. 압력은 그보다 훨씬 조용합니다. 누가 봐도 젊고 건강한 사람이 그 자리에 앉으면 주변의 시선이 쏠리고, 일어나 달라는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가운데의 분홍색 자리
객차 양옆으로 길게 놓인 좌석 가운데에는 분홍색으로 덮인 자리가 하나 있고, 그 위 벽에도 분홍색 안내판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신부를 배려하는 자리, 임산부 배려석입니다. 임신 초기에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서 가방에 작은 분홍색 배지를 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배지는 지역 보건소에서 나눠 줍니다.
그 자리가 필요한 사람이 굳이 앉게 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되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누군가 일어나 양보해야 하는 자리보다 처음부터 비어 있는 자리에 앉기가 훨씬 편하니까요.
여행자가 할 수 있는 일
그 좌석이 정해 둔 대상이 아니라면, 이미 누가 앉은 자리라고 생각하세요. 가까이에 어르신이 타시면 일어나 자리를 권해 보세요. 작은 몸짓과 함께 건네는 "앉으세요"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누군가 자리를 양보해 준다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고맙다고 말하면 됩니다.
빈자리가 있어도 앉지 않는 것, 그것이 서울 지하철의 조용한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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