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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귀 향이 골목을 채우는 곳, 1658년부터 이어진 대구 약령시
대구 반월당역에서 서쪽으로 걷다 보면 간판보다 공기가 먼저 달라진다. 흙내음에 은은한 단내가 섞이고, 약재 뿌리와 나무껍질을 담은 마대 자루가 인도를 따라 늘어서기 시작한다. 1658년에 처음 열렸다고 전해지는 대구의 한약재 시장, 약령시(藥令市)다.
한 해에 두 번 열리던 시장
조선 시대의 약령시는 봄과 가을에 열렸다. 그때마다 상인들이 전국 각지에서 약재 뿌리와 나무껍질을 싣고 모여들었다. 지금은 사철 문을 여는 거리가 되었다. 도매상과 작은 한의원이 모여 있고, 들어오는 손님 누구에게나 한 근(약 600그램)씩 달아 파는 가게들도 늘어서 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물어볼까
자루마다 한글 이름표가 붙어 있고, 한의학에서 여전히 쓰는 한자가 함께 적힌 경우도 많다. 대추와 당귀를 찾아보고, 햇수별로 나뉜 뽀얀 인삼도 눈여겨보자. 상인들은 구경만 하고 가는 손님에게 익숙하다. 처음이라면 차로 우려 마실 대추나 말린 쑥 한 봉지 정도가 무난하다. 달인 처방약까지 주문하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시장 한가운데의 박물관
거리 한복판에는 약령시한의약박물관이 있다. 방금 지나온 풍경이 무엇이었는지 차근차근 풀어 주는 곳이다. 한번 둘러보고 나면, 오래된 가게 벽을 빼곡히 채운 이름표 붙은 작은 서랍들이 장식이 아니라 재고로 보이기 시작한다.
약령시에서는 냄새가 먼저 길을 알려 준다.
평일 늦은 오전에 가 보기를 권한다. 한창 물건을 부리는 시간이라 셔터도 대부분 올라가 있다. 이곳의 거래는 지금도 길 위에서 무게를 달아 이루어지고, 입장권도 필요 없다. 대구 도심에서 몇 분이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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