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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한옥에서의 하룻밤, 도시가 간직한 오래된 서쪽 마을
먼저 검은 기와지붕의 선이 보이고, 그다음 대문이 나타난다. 키 큰 여행자라면 고개를 숙여야 할 만큼 낮은 문이다. 경복궁 서쪽의 오래된 마을 서촌(서촌)에서는 골목이 자동차가 아니라 손수레를 위해 그려졌던 터라, 한옥(한옥)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길목은 언제나 걸어서 가야 한다. 돌바닥 위로 캐리어 바퀴 소리가 요란하다. 알맞은 파란 번지수 명패를 찾을 즈음이면, 인왕산(인왕산) 위 하늘은 연한 찻물 빛으로 물들어 있다.
대문 너머의 집을 찾아서
서촌의 한옥 상당수는 여전히 누군가의 살림집이고, 그중 몇 채는 집을 물려받은 세대가 숙소로 문을 열어 둔 곳이다. 그래서 주인은 처음 마루를 깐 이의 손주인 경우가 많다. 물어보면 어느 방이 언제 덧대어졌는지, 어느 보가 원래 골조에서 온 것인지 들을 수 있다. 마당(마당)은 작다. 돌항아리 한두 개와, 운이 좋다면 감나무 한 그루. 방들은 그 마당을 향해 나 있고, 바람이 방향을 틀 때면 창호 바른 문이 덜컹거린다.
잠은 바닥에서 잔다. 온돌(온돌)이 장판 아래 흙을 데우니, 온기가 환풍구에서 떨어지는 대신 요를 뚫고 올라온다. 그래서 등은 따뜻하고 코끝은 시린 채로 잠에서 깬다. 천장은 낮고 문지방은 높으며, 신발은 나무 디딤돌에서 벗는다. 하룻밤 숙박비는 집과 계절에 따라 크게 다르니, 예약할 때 요금과 조식 포함 여부를 주인에게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다.
통인시장의 아침
조식이 따로 차려지지 않는다면, 동네를 먹여 살리는 지붕 덮인 좌판 골목 통인시장(통인시장)까지 잠깐 걸으면 된다. 이 시장에는 아침 일정을 맞춰 둘 만한 엽전 도시락이 있다. 안내 데스크에서 현금을 엽전(엽전)이라 부르는 놋쇠 동전으로 바꾼 뒤, 쟁반을 들고 좌판에서 좌판으로 옮겨 다니며 동전을 건네고 여기서는 잡채 한 숟갈, 저기서는 네모난 어묵 한 조각을 받는다. 그렇게 쟁반이 오롯이 내가 고른 한 끼로 채워진다. 모든 좌판이 엽전 제도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운영 시간도 따로 있으니, 이를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기 전에 시장 안 데스크에서 확인하자.
쟁반 없이도 시장은 한국식 아침의 가장 정직한 모습이다. 분홍빛과 흰빛으로 쌓인 떡(떡, rice cake), 좌판 어귀에서 손으로 빚는 만두(만두), 비닐 커튼을 뿌옇게 흐리는 칼국수의 김. 현금을 챙겨 가자. 이곳 좌판들은 카드를 사양하는 데가 많다.
정선이 그린 계곡
시장에서 오르막을 걸으면 골목은 인왕산 기슭의 화강암 협곡, 수성동 계곡(수성동 계곡)에서 끝난다. 18세기 궁중 화가 정선(정선)이 이 골짜기를 그렸고, 개울가에 서면 그림 속 바위 면들과 눈앞의 풍경을 나란히 맞춰 볼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그 위에는 아파트 한 동이 놓여 있었다. 지금 보이는 계곡은 그 아파트가 헐린 뒤 다시 드러나고 다시 심어진 것이다. 그래서 돌은 오래되어 보이고 길은 새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오솔길은 복원된 성곽을 향해 인왕산 능선을 타고 오르며, 높이를 더해 갈수록 서울 분지 전체가 뒤로 펼쳐진다. 산책이 아니라 엄연한 산길이니 접지력 있는 신발을 신고 물을 챙기자. 그리고 오르기로 마음먹기 전에, 화재 위험이나 등산로 정비로 능선이 통제되지는 않았는지 서울시나 종로구의 안내를 확인하자.
여전히 무언가를 만드는 골목
다시 평지 골목으로 내려오면, 서촌은 아직도 생업으로 돌아간다. 카페들 사이에는 액자장이와 목공방, 열쇠 가게, 붓과 먹만 파는 가게, 줄무늬 간판이 아직도 돌아가는 오래된 이발소가 있다. 오랫동안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중 하나였던 대오서점(대오서점)은 이제 그 책장들 사이에서 커피를 내린다. 책이 아니라 그 방을 보러 가는 곳이다.
이 동네는 작가들을 가까이 둔다. 시인 윤동주(윤동주)는 학생 시절 이 위 비탈에 하숙했고, 모더니스트 이상(이상)을 기리는 작은 집 박물관은 한 골목에 접혀 들어가 있어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이런 작은 공간들은 운영 시간이 짧고 자주 바뀌니, 지도 핀을 믿기보다 그날의 개관 시간을 해당 장소의 안내에서 직접 확인하자.
골목이 좁아 길을 잃기 쉽지만, 길을 잃는 것이야말로 서촌을 걷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가는 길
서촌은 3호선 주황색 노선 경복궁역(경복궁역) 옆에 자리한다. 자하문로(자하문로) 방면 출구로 나오면 한 블록 안에 골목이 시작된다. 가능하면 평일에 오자. 주말이면 엽전 도시락 줄과 계곡 길이 모두 붐빈다. 봄과 가을이 가장 너그럽다. 여름 오후는 습하고 한옥의 창호 문은 더위 앞에서 별 힘을 쓰지 못하는 반면, 겨울은 온돌로 보답하되 계곡을 오를 때는 외투를 요구한다.
단 하나 피해야 할 실수는, 이곳을 궁과 다음 명소 사이의 반나절 경유지로 대하는 것이다. 한옥 숙박의 핵심은 당일치기 여행객이 놓치는 시간들, 가게가 문을 닫은 뒤의 골목, 동이 틀 무렵의 마당, 집이 가라앉듯 가만히 내는 소리에 있다. 하룻밤을 예약하고, 요금과 조식을 주인에게 확인한 뒤, 이 동네가 제 느린 시간을 간직하도록 내버려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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