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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된 돌이 다리 밑으로 간, 서울의 조용한 왕릉
서울 성북구, 언덕을 따라 앉은 동네 정릉. 평범한 매표소 뒤편에 조선 왕릉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함께 이름을 올린 조선왕릉 40기 가운데 하나다. 평일 아침, 능 안의 산책길을 걷는 이들은 대부분 동네 주민이다.
도성 밖으로 옮겨진 왕비
이 능의 주인은 조선을 세운 태조의 두 번째 왕비, 신덕왕후다. 1396년 세상을 떠난 왕후는 처음에 도성 안에 묻혔다. 지금도 정동이라 불리는 곳이며, 정동이라는 지명 자체가 이 능에서 비롯되었다. 1409년, 무덤은 성 밖의 이 골짜기로 옮겨졌다. 여느 왕릉보다 소박해서 봉분 주위의 석물도 적은 편이다.
정동이라는 이름은 이제 그곳에 없는 왕비의 무덤에서 왔다.
청계천 아래의 돌
1410년, 능을 두르고 있던 조각 병풍석 일부가 청계천 위의 다리 광통교를 다시 놓는 데 쓰였다. 2005년 청계천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다리도 원래 자리 가까이에 새로 놓였다. 아래쪽 산책로에서 올려다보면 다리 기초에 박힌 조각 판석이 지금도 보이고, 그중 몇 개는 거꾸로 놓여 있다. 지하철로 잠깐이면 오가는 거리이니 능과 다리를 같은 날 둘러보자. 안내판 하나로는 다 전하지 못하는 역사가 비로소 손에 잡힌다.
아침을 보내는 법
우이신설선을 타고 정릉역에서 내려 오르막길을 10~15분쯤 걸으면 된다. 출출하다면 정릉시장을 거쳐 가며 요기부터 해도 좋다. 입장료는 1,000원, 월요일은 휴무이며, 봉분 뒤로는 숲길이 한 바퀴 이어진다. 둘러본 뒤에는 정릉천 산책로를 따라 고가도로 아래로 내려가 보자. 머리 위 콘크리트가 그늘을 드리워 한여름에도 걷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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