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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드라마 촬영장, 한국 거리의 30년이 그대로 서 있는 곳
남해안 가까이 자리한 순천에는 한 방송사가 언덕 위에 30년에 걸친 한국의 거리 풍경을 지어 놓고 끝내 허물지 않은 곳이 있다. 순천 드라마 촬영장은 어느 한 작품을 위한 세트가 아니다. 지금도 쓰이는 야외 세트장이라, 시대극들은 여전히 이곳을 찾아와 실제 도시에서는 대부분 철거되어 사라진 과거를 카메라에 담는다.
한 비탈에 놓인 세 시대
이 세트장은 2006년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을 위해 처음 지어졌고, 이후 여러 작품을 거치며 조금씩 덧붙여졌다. 구역은 셋으로 나뉜다. 첫째는 1950~60년대 순천 읍내 거리다. 둘째는 1980년대 서울의 상점가다. 그 뒤로 언덕을 타고 오르는 셋째 구역은 1960~70년대 달동네다.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이 달이 가깝게 보일 만큼 높은 비탈에 판잣집을 짓고 살던 동네다. 서울 거리에는 이발소, 만화방, 다방을 알리는 페인트 간판이 그 시절 손글씨 그대로 걸려 있다.
언덕 위를 꼭 봐야 하는 이유
서울에 실제로 있던 달동네는 대부분 아파트 단지로 바뀌었다. 감독들이 자꾸 이곳을 다시 찾는 것도 그래서다. 오르막을 따라 걷다 보면 골목은 어깨 너비로 좁아지고, 함석과 슬레이트 지붕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며, 문간마다 연탄 화덕이 놓여 있다. 꼭대기에 서면 세트장 전체 너머로 산자락까지 시야가 트인다. 향수라기보다는 깨달음에 가까운 풍경이다. 한 세대의 서울 가족들이 이렇게까지 붙어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드라마는 끝나도 골목은 남는다.
방문 계획
순천은 서울 용산역에서 KTX로 2시간 30분에서 3시간쯤 걸리고, 세트장은 순천역에서 택시나 시내버스로 금방이다. 둘러보는 데는 1시간 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경사가 가파르고 일부는 비포장이니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신는 게 좋다. 입구 근처 가게에서는 사진 촬영용으로 1970년대풍 교복을 빌려준다. 촬영이 진행 중일 때는 세트 일부에 출입이 통제될 수 있다. 남은 하루는 늦가을이면 금빛으로 물드는 순천만 갈대 습지로 채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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