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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마다 등장하는 그 옥탑방, 해방촌 계단에서 바라보다
한국 드라마에서 막 직장을 잃었거나, 집을 나왔거나, 지방에서 갓 올라온 인물은 대개 같은 방에 짐을 푼다. 남의 집 지붕 위에 얹힌 작은 상자 같은 방이다. 문밖에는 초록색 바닥이 깔려 있고, 그 아래로 도시가 펼쳐진다. 사람들은 이 방을 옥탑방이라 부른다. 남산 남쪽 비탈의 해방촌에서는 계단 하나에 서기만 해도 옥탑방 수십 채가 눈에 들어온다.
카메라가 자꾸 지붕 위로 올라가는 이유
옥탑방은 와이드 숏 한 컷만으로 인물의 주머니 사정을 보여 준다. 배우들에게는 늦은 밤 대화를 나눌 야외 무대가 되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 방들은 실제로 사람이 사는 집이다. 대개 다세대 주택 옥상에 덧지어지는데, 8월에는 덥고 1월에는 추워서 월세가 싸다.
해방촌 옥상 읽는 법
초록색 바닥은 방수 페인트다. 장마철 빗물이 스며들지 않고 흘러내리도록 콘크리트 위에 칠해 둔 것이다. 그 주위에는 드라마 미술팀이 그대로 따라 하는 살림살이가 놓여 있다. 플라스틱 테이블, 빨래 건조대, 고추나 상추를 심은 스티로폼 상자, 물탱크, 그리고 고개를 숙여야 들어가는 낮은 문. 해방촌이라는 이름은 '해방된 마을'이라는 뜻이다. 1945년 이후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이 이곳에 터를 잡았다. 집들이 워낙 가파르게 언덕을 타고 올라가서, 윗골목에 서면 아랫집 지붕이 하나하나 내려다보인다.
옥탑방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지만, 서울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방이다.
방해하지 않고 바라보기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내려 신흥로까지 언덕길을 오른 뒤, 신흥시장 쪽으로 이어지는 옆 계단을 따라가 보자. 다닐 때는 누구나 지나는 계단과 골목만 이용하자. 이곳은 사람이 사는 집이고, 빨랫줄에 걸린 옷은 소품팀이 아니라 세입자의 것이다. 신흥로를 따라 늘어선 카페 몇 곳은 손님에게 위층 자리를 내어 준다. 거기 앉아 있으면 늦은 오후 햇살이 아래쪽 초록 지붕들 위로 내려앉는데, 드라마가 재현하려 애쓰는 바로 그 장면과 꼭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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