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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과 서비스: 한국의 시장과 식당이 말없이 얹어 주는 것
경동시장의 한 콩 가게. 주인이 네모난 되에 검은콩을 가장자리 너머로 비탈지게 넘칠 만큼 담아 봉지에 쏟는다. 그러고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자루에서 한 줌을 더 퍼 넣는다. 부르는 값은 그대로이고, 가게 앞의 누구도 그 일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처음 겪는 여행자에게는 실수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수가 아니다. 여기에는 이름이 있다. 덤. 한번 알아차리고 나면 식당에서 만나는 그 사촌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무도 주문하지 않은 접시가 「서비스」라는 한마디와 함께 식탁에 놓이는 순간이다.
되질 다음의 한 줌
덤은 파는 사람이 값을 치른 몫 위에 얹어 주는 작은 여분이다. 전통시장에서 덤은 옛 계량 방식과 함께 다닌다. 곡물과 콩을 파는 가게는 지금도 나무나 쇠로 만든 네모난 되로 양을 재고, 넉넉하게 담는다는 것은 가장자리 위로 봉긋하게 솟도록 수북이 쌓는 고봉을 뜻한다. 밥을 높이 퍼 담은 한 그릇을 부를 때 쓰는 바로 그 말이다. 덤은 그다음에 온다. 자루에서 퍼낸 한 줌, 밤 몇 알, 봉지 안으로 굴러 들어가는 마늘 한 통.
채소와 과일 가게에도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 토마토, 고추, 귤은 무게보다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 단위로 파는 경우가 많다. 가게 앞에 바구니가 줄지어 놓이고, 그 곁마다 손으로 쓴 팻말이 꽂혀 있다. 하나를 가리키면 상인은 그것을 봉지에 쏟고, 뒤쪽 더미에서 한두 개를 더 얹어 주곤 한다. 6호선 망원역 근처의 망원시장에서는 튀김 가게에서도 이런 손길을 만날 수 있다. 주문한 것을 이미 다 싸 준 뒤에 고로케 하나가 종이봉투 안으로 슬쩍 들어오기도 한다.
서비스, 다른 뜻이 된 영어 단어
식당에서는 이 여분을 영어에서 빌려 온 말로 부르는데, 그 뜻이 영어권 사람들이 짐작하는 것과 다르다. 여기서 서비스는 종업원이나 응대의 수준을 가리키지 않는다. 값을 받지 않고 내주는 무언가를 뜻한다. 고깃집에서는 뚝배기 안에서 아직 보글보글 끓는 계란찜이 나올 수 있다. 치킨집은 봉지에 탄산음료 한 캔을 넣어 줄 수도 있다. 포장마차에서는 주인이 마침 불 위에 올려 둔 무언가를 작은 접시에 담아 내려놓으며 「서비스예요」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설지도 모른다.
메뉴판이 이 경계를 흐리기도 한다. 어떤 가게는 리필이나 세트에 딸린 음료 같은 품목 옆에 이 단어를 인쇄해 두는데, 그것은 마음 씀씀이라기보다 늘 제공되는 혜택이다. 의미를 품은 쪽은 인쇄되지 않은 서비스다. 그것은 불 앞에 선 사람이 그날 밤, 그 식탁을 위해 정한다.
이건 서비스예요, 맛있게 드세요.
단골, 정, 그리고 단골이라는 말
덤이나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단골이다. 단골은 멤버십 등급이 아니다. 주인이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 같은 반찬 가게나 같은 치킨집을 다시 찾는 사람, 주인이 주문을 반쯤은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다. 덤은 그 관계를 따뜻하게 이어 가는 방식의 일부이고, 사람들은 그 밑에 깔린 마음을 흔히 정이라고 부른다. 자꾸 마주치는 사람들 사이에 쌓이는 애틋함 말이다.
처음 온 방문객도 그 손길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하루가 저물어 상인이 남은 물건을 정리할 무렵, 혹은 외국인이 서툰 한국어 몇 마디를 건네는 모습에 가게 주인이 반가워할 때 그렇다. 들어서며 건네는 「안녕하세요」, 그리고 떠날 때 시장 특유의 작별 인사인 「많이 파세요」는 아무리 손짓을 많이 하는 것보다 그 자리의 분위기를 더 크게 바꿔 놓는다.
청하지 않은 것을 받는 법
품위 있는 응답은 작다. 시장 가게에서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 한마디면 충분하다. 식당에서는 접시가 놓일 때 「잘 먹겠습니다」라고 하면 그 마음을 알아들었다는 표시가 된다. 사양하거나 값을 치르려 하면, 내어 준 사람에게 그 순간이 어색해지기 쉽다.
답례는 돈이 아니다. 한국 식당 대부분에서 팁은 관례가 아니고, 공짜 접시를 받은 뒤 주인에게 현금을 쥐여 주면 선물이 다시 거래로 돌아가 버릴 수 있다. 단골은 다시 찾아오는 것으로, 친구를 데려오는 것으로, 내어 준 것을 깨끗이 비우는 것으로 서비스에 보답한다. 한 동네에 며칠 머문다면, 매일 아침 들르는 같은 빵집이나 반찬 가게가 이런 장면을 만나기 가장 좋은 곳이다.
덤은 주는 사람이 정한다. 달라고 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덤이 아니다.
흥정은 또 다른 이야기다. 「깎아 주세요」라는 말은 일부 시장 가게에서 물건을 많이 살 때 들을 수 있지만, 가격이 인쇄된 곳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마치 받아야 할 몫인 양 한 줌 더 달라고 대놓고 요구하는 것은, 그 한 줌이 결코 오지 않게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이다.
한 줌이 닿지 않는 곳
덤은 사람이 손으로 양을 재는 곳에 깃든다. 슈퍼마켓, 편의점, 프랜차이즈 카페는 정해진 단위로 값을 매기고, 주문 키오스크에는 봉지에 고로케 하나를 더 넣어 줄 방법이 없다. 전통시장 안에서도 이제는 미리 포장해 라벨을 붙인 농산물이 늘었고, 방문객을 상대하는 큰길가의 가게들은 골목 안쪽 가게보다 더 빠르고 정형화된 리듬으로 돌아가는 편이다.
가장 붐비는 시간에도 이 손길은 옅어진다. 줄 선 손님을 상대하느라 바쁜 상인에게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덤이 가장 잘 살아 있는 곳은 곡물, 마른 고추, 각종 뿌리를 파는 가게들이 서울약령시의 한약재 거리 쪽으로 이어지는 경동시장의 골목길, 그리고 망원 일대의 작은 동네 상점가다.
그 장면을 보러 가기
경동시장은 동대문구에 있으며, 1호선 제기동역에서 걸어서 금방이다. 푸드홀이 아니라 실제로 장사가 돌아가는 시장이고, 식당에 물건을 대는 사람들과 동네 어르신들이 장을 보는 아침에 가장 활기차다. 망원시장은 망원역에서 걸어서 금방이며, 느긋한 오후에 어울린다. 전통시장은 매달 정해진 날에 쉬는 경우가 많고 가게마다 영업시간도 제각각이니, 어느 쪽이든 하루 일정을 잡기 전에 게시된 안내문이나 Visit Seoul, VisitKorea 사이트를 확인해 두자.
카드와 함께 소액권 현금도 조금 챙기자. 작은 금액은 현금을 더 반기는 가게도 있다. 장바구니도 가져가자. 낱개로 달라고 하기보다는 가게가 파는 단위, 즉 바구니, 되, 묶음으로 사자. 덤은 단위에 따라붙는 것이지, 더 적게 달라는 요청에 따라붙는 것이 아니다. 피해야 할 실수는 단 하나, 덤을 당연히 받을 몫으로 여기는 것이다. 같은 가게에서 장을 보는 동네 손님을 지켜보라. 봉지를 받아 들고 「감사합니다」와 「많이 파세요」를 건넨 뒤, 무엇이 들어갔는지 들여다보지도 않고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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