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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의 거리 너머 사오싱: 바쯔차오 주변의 타이먼 골목
바쯔차오(八字桥) 발치에서 한 여자가 젖은 셔츠를 돌계단에 놓고 나무 방망이로 두드린다. 소리는 다리 밑으로 들어갔다가 반 박자 늦게 돌아온다. 그 뒤로 대문 하나가 열려 있고, 어둑한 통로와 세워 둔 스쿠터, 빨랫줄이 보인다. 여기는 사오싱(绍兴)이다. 여행자 대부분이 이 도시의 전부라 여기는 거리에서 걸어서 15분 남짓 떨어진 곳.
관광버스가 서는 거리
관광버스는 루쉰 고향(鲁迅故里, 루쉰구리)에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작가 집안의 저택과 그가 다닌 서당 삼미서옥(三味书屋)을 중심으로 조성한, 루쉰중루(鲁迅中路)의 넓은 포장 구간이다. 같은 길의 셴헝주점(咸亨酒店)은 황주 한 사발과 회향콩(茴香豆, 후이샹더우) 한 접시를 판다. 줄 선 사람들은 주문에 앞서 문간의 청동상부터 찍는다. 한 시간쯤 들일 만한 곳이고, 오전 중반이면 꽤 시끄러워진다.
이 거리가 제대로 보여 주는 것은 집의 한 유형이다. 사오싱의 옛 가문들은 타이먼(台门)에 살았다. 대문 하나 뒤로 담을 두른 저택으로, 대청과 마당이 앞뒤로 차례차례 놓이고 그 사이마다 빛과 비를 들이는 하늘우물(天井, 톈징)이 있다. 루쉰의 집들은 박물관이 된 타이먼이다. 여기서 북쪽으로 가면 같은 구조의 저택들이 여전히 살림집이다. 여러 세대가 나눠 살고, 대문 옆에는 계량기함이 한 줄로 붙어 있다.
바쯔차오, 그리고 아직 쓰이는 물
바쯔차오는 옛 시가지 동쪽, 좁은 수로들이 만나는 자리에 있다. 돌 들보를 걸친 다리이고, 상판 아래 기둥에 새겨진 명문은 이 다리를 남송 시대의 것으로 적고 있다. 이름은 다리로 오르는 계단에서 왔다. 계단이 비스듬히 벌어지며 내려가, 양쪽이 여덟 팔(八) 자로 읽힌다. 디딤돌은 닳아서 얕은 접시처럼 패었다.
눈여겨볼 것은 허부터우(河埠头), 둑을 따라 띄엄띄엄 깎아 낸 돌 선착 계단이다. 사람들은 거기서 대걸레를 헹구고 생선 비늘을 치고, 맨 윗단에 차 보온병을 놓고 앉는다. 바쯔차오즈제(八字桥直街)를 따라 수로를 북쪽으로 따라가면 광닝차오(广宁桥) 아래에서 물이 넓어진다. 긴 돌 아치교인데, 곡선이 온전한 원호가 아니라 평평한 면을 이어 만든 것이다. 이따금 우펑촨(乌篷船), 엽서 속 그 검은 덮개의 배가 미끄러져 지나간다. 사공은 두 발로 큰 노를 민다. 이 위쪽에서 수로는 이웃들의 것이고, 문 안으로 겨눈 카메라는 눈에 띈다.
台门里住的是人家,不是景点。
골목 이름으로 읽는 서예가의 동네
광닝차오 북쪽, 지산(蕺山)이라 불리는 작은 언덕 아래 동네에는 수성구리(书圣故里), 곧 서예의 성인이 살던 옛 고장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그 성인은 왕희지(王羲之)다. 4세기의 대가로, 그의 행서는 지금도 배우는 이들이 베껴 쓴다. 지역 전승은 그의 집이 제주쓰(戒珠寺) 자리에 있었다고 하고, 근처 작은 연못에는 모츠(墨池), 먹물 연못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이야기들은 길의 생김새에 박혀 있다. 티산차오(题扇桥), 곧 부채에 글씨를 쓴 다리는 그가 한 노파의 팔리지 않은 부채에 글씨를 써 주어 값을 더 받게 했다는 자리다. 둬포눙(躲婆弄), 할멈을 피해 숨은 골목은 그 노파가 부채를 한 바구니 더 들고 돌아오자 그가 몸을 숨겼다는 곳이다. 어느 것도 증명할 수는 없고, 전부 10분이면 걸어 볼 수 있다.
동네의 등뼈인 지산제(蕺山街)는 포장을 새로 했고, 붓과 먹, 탁본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문 몇 개를 지나기도 전에 바닥이 울퉁불퉁해진다. 이곳 타이먼 가운데 몇몇은 손님을 받는다. 하늘우물을 둘러싼 방 몇 칸, 나무 계단, 커튼 너머의 주인 가족. 주인이 그 집에 사는지는 최근 후기에서 확인하고, 결제하기 전에 그 집이 외국 여권을 등록할 수 있는지 물어 두자. 중국의 작은 게스트하우스가 모두 그럴 준비를 갖춘 것은 아니다.
창차오즈제, 그리고 술의 도시에서 주문할 것
창차오즈제(仓桥直街)는 옛 시가지 서쪽의 나지막한 숲 언덕 푸산(府山)의 동쪽 기슭에서 수로를 끼고 이어진다. 이곳은 그 중간쯤 되는 경우다. 길가는 문간에 옹기 술독을 쌓아 둔 식당과 술집이고, 그 사이사이 대문에는 뒤편 타이먼의 이름을 적은 현판이 걸려 있으며, 주민들은 식사하는 사람들 곁으로 자전거를 끌고 드나든다.
여기가 황주(黄酒)를 앞에 두고 앉을 자리다. 이 도시의 이름을 알린 호박빛 쌀술이다. 드라이한 것에서 단 것까지 네 가지가 있다. 위안훙(元红), 자판(加饭), 산냥(善酿), 샹쉐(香雪). 식탁에 흔히 오르는 것은 자판이다. 종업원이 지 녠 천(几年陈), 곧 몇 년 묵은 것으로 하겠느냐고 묻기도 하고, 날이 선선하면 데워 줄지 묻기도 한다. 대개 얕은 사발에 담겨 나온다.
메이간차이 커우러우(梅干菜扣肉)를 주문하자. 소금에 절여 말린 갓 위에 삼겹살을 얹어, 둘을 가르기 어려울 만큼 쪄 낸 요리다. 쭈이지(醉鸡)는 닭을 이 술에 차게 재운 것이다. 삭힌 비름 줄기인 메이셴차이겅(霉苋菜梗)은 조심스레 다가갈 음식이다. 냄새가 먼저 식탁에 닿는다. 술을 마시지 않으려는 사람은 핑수이 주차(平水珠茶)를 청하면 된다. 단단히 말아 놓은 녹차로, 도시 남쪽의 한 마을 이름을 땄다.
가는 법, 시기, 그리고 피해야 할 실수
항저우와 닝보를 오가는 고속열차는 도심 밖의 사오싱베이역(绍兴北站)에 선다. 더 오래된 사오싱역(绍兴站)은 옛 시가지 바로 북쪽에 있어, 알맞은 열차가 서기만 한다면 이쪽으로 도착하는 편이 낫다. 사오싱 지하철 1호선은 도심 방향으로 달리고 서쪽으로는 항저우 노선망과 이어진다. 현재 노선과 요금은 12306과 지하철 운영사 앱에서 확인하자. 사오싱역에서라면 걸어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순서가 자연스럽다. 수성구리, 두 다리, 골목을 다 본 뒤의 루쉰구리, 그리고 저녁은 창차오즈제.
수로가 가장 바쁘게 쓰이는 이른 시간에, 국경일 연휴를 피한 평일에 가자. 초여름에는 장마(梅雨, 메이위)가 와서 돌계단이 미끄럽다. 늦가을과 겨울은 하늘이 더 맑고, 데운 술이 가장 어울리는 철이다.
골목은 평범한 공공 도로다. 기념관이 된 집들과 절, 배는 저마다 입장권과 예약, 요금 방식이 따로 있고, 이는 바뀐다. 매표소나 선착장 안내판, 사오싱 관광 당국의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고, 여권을 지니고 다니자.
실수란 열린 대문이다. 반쯤 열어 둔 타이먼의 대문은 환기구이고, 거기 사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이다. 문턱에 서서, 통로에 누가 있으면 커이 칸칸 마(可以看看吗), 좀 봐도 될까요, 하고 묻자.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이 답일 때도 있다. 아닐 때도 있고, 그럴 때는 바깥 골목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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