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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붉게 물들인 내몽골의 숲, 어지나 호양림
10월의 어느 아침, 어지나에서 호양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첫 셔틀버스는 사람보다 삼각대로 먼저 들어찬다. 승객 대부분은 같은 몇 분짜리 장면을 기억한다. 붉은 옷을 입은 두 여인이 소용돌이치는 노란 잎 사이에서 검을 겨루고, 칼끝이 지나는 사이 그 잎이 핏빛으로 물드는 장면이다. 2002년 무협 대작 《영웅》(英雄, Yingxiong)의 이 시퀀스는 내몽골 서쪽 끝 강가인 바로 이곳에서 촬영되었고, 나무들은 지금도 거의 같은 가을 일정에 맞춰 금빛으로 물든다. 달라진 것은 숲에 이제 출입구와 보행 데크, 그리고 긴 줄이 생겼다는 점이다. 영화를 따라 여행을 계획한다면, 이곳이 영화를 중심으로 어떻게 정비되었는지 알고 가는 편이 훨씬 낫다.
카메라가 강에서 빌려 온 것
이 나무는 사막 포플러인 호양(胡杨)으로, 뿌리가 닿을 만큼 지하수가 얕은 곳이라면 어디서든 자란다. 알라산맹(阿拉善盟)에 속한 어지나기(额济纳旗)에서는 어지나강(额济纳河, Ejina He)을 따라 늘어서 있다. 옛 문헌은 이 강을 뤄수이(弱水), 곧 ‘약한 물’이라 불렀는데, 간쑤에서 북쪽으로 흘러와 사막 속으로 가늘어지며 사라지기 때문이다.
스크린 속 숲은 끝없이 펼쳐진 듯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와 보면 띠처럼 길게 이어진 숲으로, 어떤 곳은 빽빽하고 어떤 곳은 듬성듬성하며, 줄기 사이로 양옆의 잿빛 자갈 평원이 드러난다. 《영웅》은 여러 지역에 걸쳐 풍경을 담았다. 사막 장면은 둔황에서, 호수 위 결투는 주자이거우에서 찍었고, 어지나가 내준 것은 오직 금빛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땅을 중국인의 상상 속에 새겨 넣기에 충분했다. 거의 모든 방문객이 묵어 가는 다라이후부진(达来呼布镇)은 단 몇 주간의 그 색을 중심으로 호텔을 지어 왔다.
다리 번호로 나뉜 숲
대표 관광지인 어지나 호양림 풍경구(额济纳胡杨林景区)는 다라이후부 외곽에 있다. 옛 강 건널목의 이름을 딴 정류장들이 사슬처럼 이어지는 구조로, 첫 번째 다리인 이다오차오(一道桥)부터 여덟 번째 다리인 바다오차오(八道桥)까지 늘어서 있다. 입장은 유료이며, 가장 붐비는 몇 주 동안에는 자가용 대신 풍경구 자체 셔틀버스가 정류장 사이 이동을 대부분 맡는다. 입장권 종류와 셔틀 운행 방식은 시즌마다 바뀌므로, 떠나기 전에 풍경구에 최신 정보를 확인하자.
네 번째 다리인 쓰다오차오(四道桥)는 현지 안내판과 가이드가 「영웅의 숲」, 잉슝린(英雄林)이라 부르는 곳이다. 하루 중 가장 붐비는 지점이라 생각하면 된다. 빌린 붉은 망토와 긴 스카프를 두른 방문객들이 줄기 사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데크 위로는 셀카봉이 솟아 있다. 사진가들은 해 뜰 무렵 고요한 물웅덩이에 반영이 맺히는 아래쪽 정류장부터 찾는다. 오전 중반이 되면 빛은 밋밋해지고 단체 관광객이 자리를 차지한다. 보행 데크와 로프 펜스는 얕게 뻗은 뿌리를 밟지 않도록 막아 주며, 직원들은 실제로 데크 위로 돌아가 달라고 요청한다.
고사목이 선 잿빛 숲
‘기이한 나무의 숲’이라는 뜻의 과이수린(怪树林)은 다라이후부에서 차로 잠깐 거리에 있으며, 호양나무 생의 반대편 끝을 보여 준다. 강은 오래전 이 땅에서 물러났고, 남은 것은 은빛으로 갈라진 채 뒤틀린 고사목 무리다. 해가 낮게 기울면 그 형상들이 하나둘 사람의 모습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최근 몇 시즌 동안은 본 숲과 별도로 입장권이 필요했고, 관광버스가 몰려드는 시간은 해 질 녘이다.
이곳 가이드들은 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한 한 구절을 되풀이하는데, 기념품 가방과 식당 벽에서도 같은 문구를 볼 수 있다. 식물학적 사실이라기보다는 지역의 표어에 가깝지만, 고사목을 치워 버리지 않고 볼거리로 남겨 둔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胡杨生而不死一千年,死而不倒一千年,倒而不朽一千年。
대략 이런 뜻이다. 살아서 천 년을 죽지 않고, 죽어서 천 년을 쓰러지지 않으며, 쓰러져서도 천 년을 썩지 않는다. 과이수린의 바람에는 고운 모래가 실려 와 신발과 렌즈 마운트, 지퍼 속까지 파고든다. 이곳에서는 두 번째 렌즈보다 입을 가릴 스카프와 밀봉되는 가방이 훨씬 쓸모 있다.
검은 성과 새벽의 호수
몽골어로 하라호토라 불리는 헤이청(黑城)은 탕구트족의 나라 서하(西夏) 시대에 세워져 원나라 때까지 사람이 살았던 성곽 도시의 폐허다. 남아 있는 것은 직사각형으로 둘러친 흙다짐 성벽으로, 바람을 맞는 쪽은 절반쯤 모래에 묻혀 있고 성벽 한쪽 모퉁이를 따라 작은 흰 불탑들이 서 있다. 보행로와 안내판이 다닐 수 있는 곳을 알려 주며, 성벽 위로는 올라가지 말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강이 끝나는 호수 쥐옌하이(居延海, Juyan Hai)는 마을 북쪽에 있으며, 이곳에서 일출을 보는 것이 어지나의 하루 의식이다. 차들은 어둠 속에 다라이후부를 떠나고, 방문객들은 갈대밭 위 데크에서 잔잔한 수면 너머로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얕은 물가에서 먹이를 찾는 갈매기들이 함께하는 날도 많다. 10월에는 오후가 따뜻했더라도 동트기 전 기온이 영하 가까이 떨어질 수 있다. 점심때는 과해 보이던 다운 재킷이 여기서 제값을 한다.
다라이후부에서 먹기
다라이후부는 바둑판처럼 난 몇 개의 거리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로, 일 년 대부분은 지나치게 넓어 보이다가 가을 몇 주 동안은 예약이 넘쳐 난다. 음식은 알라산 몽골 요리에 후이족과 서북 지방의 색채가 짙게 배어 있다. 뼈째 삶아 칼과 소금 한 접시를 곁들여 먹는 손으로 집어 먹는 양고기, 서우바러우(手把肉)를 기대해도 좋고, 작은 식당 곳곳에서 간쑤식 양고기 국수도 맛볼 수 있다.
알라산 사막의 야생 모래파, 사충(沙葱)도 찾아보자. 달걀과 함께 볶아 내거나 절임으로 곁들여 나온다. 맛은 좀 더 알싸한 부추 같고, 현지인들이 손님에게 즐겨 시켜 주는 요리다. 아침 식사에는 흔히 몽골식 밀크티 나이차(奶茶)가 나오는데, 달지 않고 짭짤하며 볶은 기장인 차오미(炒米)를 넣어 저어 먹는다. 양고기는 보통 근(斤), 즉 500그램 단위의 무게로 값을 매기니 주방에서 썰기 전에 무게부터 물어보고, 성수기 메뉴는 다른 시기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알아 두자.
가는 길, 그리고 금빛의 때 맞추기
어지나는 어디서든 멀다. 이곳에는 작은 공항과, 사막을 가로질러 신장으로 향하는 노선 위의 기차역이 있으며, 둘 다 가을에는 운행을 늘린다. 항공편은 항공사에서, 기차는 중국 국가 철도 예매 시스템인 12306에서 일정이 열리는 대로 바로 확인하자. 육로로는 간쑤성의 주취안이나 자위관에서 북쪽으로 몇 시간 동안 자갈 사막을 달려야 하며, 많은 여행자가 이 도시들과 둔황을 잇는 여정에 어지나를 끼워 넣는다.
금빛은 보통 9월 말에서 10월 중순 사이에 절정을 맞는데, 첫서리 시기와 강의 수량에 따라 달라지고, 바람 센 한 주만으로도 가지가 앙상해질 수 있다. 풍경구는 시즌 내내 공식 소셜 계정에 단풍 상황을 올리며, 개방 시간도 일출 시각에 맞춰 바뀐다. 지난해 후기를 믿기보다는 입구나 묵는 호텔에서 두 가지 모두 확인하자. 어지나는 국경과 통제 구역에 가까워, 마을 밖으로 나가는 모든 길에서 여권을 지니고 검문소를 거칠 각오를 해야 한다. 예약 전에는 호텔이 외국인 투숙객 등록을 할 수 있는지 꼭 확인하자. 다라이후부의 모든 숙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피해야 할 실수는 국경절 연휴인 10월 첫째 주에 확정된 숙소 없이 도착하는 것이다. 그 주에는 한 해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고 객실 요금이 가파르게 오르며, 쓰다오차오의 줄은 아침 햇살이 사라질 때까지 줄어들지 않기도 한다. 며칠 앞당기거나 늦춰 평일에 오면, 같은 강가에 같은 나무들이 서 있고 셔틀버스에도 당신과 삼각대가 앉을 자리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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