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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접시씩 골라 차리는 점심, 오사카 유리 진열장 대중식당
평일 늦은 오전, 덴마. 문 옆 유리 진열장은 벌써 절반쯤 차 있다. 접시마다 랩이 씌워져 있다. 두툼하게 썬 계란말이 한 조각, 미소 양념으로 윤기가 흐르는 고등어 한 토막, 동그랗게 썬 오이 한 조각을 꾹 눌러 얹은 작은 그릇의 감자 샐러드. 택시 기사 모자를 쓴 남자가 쌓여 있는 갈색 플라스틱 쟁반 하나를 집어 들고, 진열장 문을 밀어 열어 접시 두 개를 꺼낸 뒤 아무 말 없이 카운터로 가져간다. 메뉴판을 건네는 사람은 없다. 오사카의 다이슈 쇼쿠도(大衆食堂, 동네 사람들이 매일 드나드는 대중식당)에서는 음식이 곧 메뉴이고, 점심은 자기 손으로 직접 차린다.
진열장이 곧 메뉴다
유리 진열장(ガラスケース, 가라스 케스)은 한쪽 벽을 따라 길게 놓여 있거나 입구 옆에 서 있다. 대개 냉장 기능이 있고, 손님 쪽에 미닫이 문이 달려 있다. 접시들은 좁은 선반 위에 줄지어 놓인다. 작은 가격표가 붙은 접시도 있지만, 접시의 색이나 무늬만으로 직원이 값을 아는 가게도 있다. 쟁반을 들고, 문을 열고, 고른 다음 다시 닫으면 된다. 글자는 한 자도 읽을 필요가 없다. 실제로 먹게 될 크기 그대로 모든 음식이 눈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음식이 유리 안에 있는 것은 아니다. 밥과 국, 그리고 면 요리나 주문을 받고 굽는 생선, 갓 튀긴 가쓰처럼 뜨겁게 나와야 하는 음식은 카운터에서 주문한다. 이런 메뉴는 주방 위에 걸린 종이 띠(短冊, 단자쿠)에 적혀 있는데, 거의 예외 없이 일본어로만 쓰여 있다. 일본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도 진열장 앞에서는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벽에 걸린 메뉴 앞에서는 손으로 가리키고 직원이 고개를 끄덕여 주기를 기다리면 된다.
유리 너머에 놓인 것들, 그리고 오사카다운 맛
일본 어느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접시도 있다. 고등어를 미소에 조린 사바노 미소니(鯖の味噌煮)가 있고, 우엉과 당근을 간장과 참깨로 볶아 낸 긴피라 고보(きんぴらごぼう), 차가운 두부 위에 간 생강과 쪽파를 올린 히야얏코(冷奴)도 있다. 시금치 오히타시(おひたし)에는 가쓰오부시를 몇 조각 얹어 내고, 감자 샐러드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다. 간사이의 진열장임을 알려 주는 것은 계란말이다. 다시마키 다마고(だし巻き玉子)는 도쿄에서 흔히 먹는 달큼한 계란말이보다 촉촉하고 감칠맛이 깊어서, 젓가락으로 가르면 육수가 살짝 배어 나온다.
지역색은 밥과 그릇 요리에서 더 짙게 드러난다. 많은 가게가 흰쌀밥 대신 가야쿠 고항(かやくご飯)을 고를 수 있게 해 두는데, 당근과 곤약, 유부를 넣어 지은 밥을 오사카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국은 아카다시(赤だし)일 수도 있다. 붉은 미소로 끓인 더 진한 국물로, 동일본보다 서일본에서 흔하다. 카운터에서는 달콤하게 조린 유부를 넓게 한 장 덮은 기쓰네 우동(きつねうどん)을 주문할 수 있는데, 오사카가 자기네 음식으로 여기는 요리다. 니쿠스이(肉吸い)를 내는 가게도 있다. 니쿠 우동에 올라가는 소고기와 두부를 면 없이 국물째 담아 낸 요리로, 난바 쪽과 인연이 깊다. 추운 계절이라면 가스지루(粕汁)를 찾아보자. 술지게미로 끓인 국으로, 전철로 얼마 가지 않으면 닿는 양조장들이 이 도시의 식탁에 남긴 맛이다.
카운터에서 받는 세 가지 질문
쟁반을 들고 카운터로 가면, 첫 질문은 거의 언제나 밥에 관한 것이다. 대답은 크기로 하면 된다. 다이(大, 대), 주(中, 중), 쇼(小, 소). 특대나 반 공기를 따로 두는 가게도 있고, 직원 뒤 선반에 견본 그릇을 올려 크기를 보여 주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국이다. 보통 일반 미소된장국과 아카다시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 돼지고기와 채소를 넣어 한층 든든한 된장국, 돈지루(豚汁)로 바꿀 수 있게 해 주는 가게도 있다.
ご飯は大・中・小、どれにしますか。
세 번째 질문에서 다들 놀란다. 냉장 진열장에서 꺼낸 튀김이나 생선이라면 직원이 아타타메마스카(温めますか, 데워 드릴까요?) 하고 묻는 일이 많고, 그러면 접시는 카운터 뒤 전자레인지로 들어간다. 데워 달라면 「하이」라고 하면 된다. 두부나 샐러드라면 이이에, 소노마마데(いいえ、そのままで, 아니요, 그대로 주세요)라고 답한다. 차는 대개 알아서 마시면 된다. 많은 가게에서 벽 쪽에 놓인 보온통에 호지차나 반차가 담겨 있고, 옆에는 컵이 쌓여 있으며 세루후(セルフ, 셀프서비스)라고 적힌 작은 안내판이 붙어 있다.
덴마, 교바시, 주소: 진열장이 있는 곳
덴진바시스지 상점가(天神橋筋商店街)는 기타구를 남북으로 2킬로미터 훌쩍 넘게 관통하는 지붕 덮인 아케이드로, 흔히 일본에서 가장 긴 상점가로 불린다. 오사카 순환선 JR 덴마역(天満駅) 주변 구간에는 대중식당과 서서 마시는 술집, 생선 가게가 빼곡하다. 오래된 유리 진열장은 옆 골목에 있다. 이른 시간부터 접시를 내놓는 가게라면 첫 직장인들이 오기도 전에 단골들이 짧게 줄을 서 있곤 하다.
오사카성 동쪽, JR 순환선과 게이한선이 만나는 교바시(京橋)도 분위기가 비슷한데, 야간 근무를 마친 사람들까지 섞여 손님이 더 일찍 몰린다. 요도강 건너 주소(十三)는 한큐 고베선, 다카라즈카선, 교토선이 만나는 곳이다. 작은 식당이 늘어선 거리가 역 서쪽 출구 바로 앞에 펼쳐진다. 가게 안 풍경은 어디나 엇비슷하다. 구석 높이 매달린 텔레비전, 카운터에 누군가 두고 간 스포츠 신문, 그리고 혼자 밥을 먹는 많은 사람들. 붐비는 시간에는 직원이 모르는 사람과 한 테이블에 앉힐 수도 있다. 이를 아이세키(相席, 합석)라고 하는데, 먼저 앉아 있던 사람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가는 법, 계산, 그리고 되돌려 놓을 수 없는 접시
덴마로 가려면 JR 오사카 순환선을 타고 덴마역에서 내리거나, 오사카 메트로 사카이스지선 또는 다니마치선을 타고 상점가 북쪽 끝의 덴진바시스지 6초메(天神橋筋六丁目)역에서 내려 남쪽으로 걸어 내려가면 된다. 주소는 오사카우메다역에서 주소역에 서는 한큐 열차를 타면 몇 분 거리다. 정오 무렵이 가장 붐비니,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면 오전 느지막이 가거나 점심 인파가 빠진 뒤에 가자. 일찍 문을 열어 오후에 닫는 가게도 있고, 저녁까지 영업하며 맥주를 내는 가게도 있으며, 휴무일도 제각각이다. 문에 붙은 영업시간이나 가게가 직접 올린 정보를 확인하자. 동네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는 오사카 공식 관광 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계산은 단순하다. 가져간 접시에 카운터에서 주문한 것을 더한 금액이니, 먹는 만큼 오르내린다. 밥을 건네면서 직원이 합계를 내 주는 가게도 있고, 나갈 때 계산대에서 치르는 가게도 있다. 이런 곳에서는 현금이 흔하고, 카드나 교통 IC 카드를 받는지는 가게마다 다르다. 자리에 앉기 전에 계산대 옆에 붙은 스티커를 확인하자. 피해야 할 실수는 진열장을 그저 보여 주기용 전시대로 여기는 것이다. 선반을 떠난 접시는, 특히 랩을 벗긴 뒤라면, 이미 당신 몫이다. 그러니 차가운 접시 두 개를 먼저 집고, 그래도 배가 고프면 세 번째 접시를 가지러 다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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